[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조현화랑이 2024년 4월 3일부터 7일까지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2024 화랑미술제에 참여한다. 42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에는 올해 총 156개의 국내 갤러리가 참가할 예정이다. 조현화랑은 올해 부스 프로그램으로 이배, 김종학, 키시오 스가, 보스코 소디, 안지산의 작품을 소개하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을 비롯하여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조현화랑은 올해 화랑미술제 부스 프로그램을 통해 추상적 화면 구성 속 기운생동의 동양화를 녹여낸 김종학이 2023년 시작한 화이트 시리즈를 소개한다. 특정한 대상이나 조형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김종학 작가는 1980년대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품의 주제로 삼아왔다. 계절마다 다른 색채를 연구해온 작가가 80세가 넘은 노령에 그려내는 백색 배경의 화이트 시리즈는 붓과 신체를 활용한 과감한 터치를 우아하고 생생하게 담아낸다.
숯을 매체로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국제무대에 선보이고 있는 이배 작가는 브론즈 조각 작업 및 판화 작업을 선보인다. 검은 바탕에 하얀 선의 이배 판화는, 숯 조각을 캔버스에 붙이고 그 위에 흰색 선으로 드로잉한 화이트 라인의 마티에르 효과와 입체감을 평면화하여, 그 필력을 더욱 섬세하게 나타내는 작품이다. 반면에 브론즈 조각은 이배의 평면 위의 붓질 작업을 2D에서 3D로 확장하여 공간감을 부여한다. 이배 작가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전에 참여하여 4월부터 11월까지 빌모트 재단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현화랑에서는 올해 5월 개인전을 준비 중에 있다.
질감과 색채 표현이 풍부한 대형 회화 작업으로 잘 알려진 멕시코 화가 보스코 소디의 신작 또한 소개한다. 평면 화면 위에 점토, 톱밥, 안료, 풀 등의 유기적인 소재를 섞어 안착시킨 그의 작품 위에는 몸의 ‘수행’ 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 동안 발생하는 우연들, 실수와 불완전함도 그대로 수용되어 남겨진다. 보스코 소디의 작품은 올해 3월 아라비아 반도의 고대 사막 지역인 알울라의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Desert X AlUla 2024에 소개된바 있다. 또한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미술관의 야외 테라스에서 진행 중인 전시 “Origen”이 올해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모노하 운동을 이끌어온 키시오 스가의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 물체를 재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개념에서 벗어나, 이미 존재하는 물체의 존재 방식 그 자체를 다루는 그의 작품은 물체와 물체, 전경과 후경, 존재와 무존재의 연속으로, 관계의 무한한 가능성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빚어낸다. 키시오 스가는 작년 겨울 조현화랑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으며, 부산 하천에서 수집한 몽돌 550개와 구리선 500개를 활용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와 그로인한 불안에 대해 끝없이 연구하며 내러티브 콜라쥬 작업으로 표현하는 안지산 작가의 신작 회화 작품이 소개된다. 2014년 암스테르담의 리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젊은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버닝 브론저 프라이즈(Buning Brongers Prize)를 수상한 작가는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배 Lee Bae (b.1956)
이 배 작가는 30년 가까이 ‘숯’이라는 재료와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통해 ‘한국 회화’를 국제무대에 선보이며, 가장 ‘동양적인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작가는 1990년 도불 이후 서양 미술재료 대신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재료인 숯을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작품에는 숯이 가지고 있는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 등의 태생적 관념 위에 작가 특유의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진다. 작가는 숯을 이용해 드로잉, 캔버스, 설치 등의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해오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 시켜왔다. 캔버스 위에 절단한 숯 조각들을 빽빽하게 놓고 접합한 후 표면을 연마해낸 Issu du feu(불로부터), 숯가루를 짓이겨 미디엄을 사용해 화면에 두껍게 안착시킨 Landscape(풍경)과 목탄에서 추출한 검은 안료로 캔버스 위에 형태를 그리고 밀랍 같은 두꺼운 재료를 여러 번 덮은 작업인 Acrylic meidum(아크릴 미디움), 숯가루가 섞인 먹물로 다양한 형태의 붓질 그대로를 보여주는 Brushstroke(붓질), 숯 자체 또는 브론즈로 보여주는 조각 시리즈 등이 있다. 이 배는 2018년 프랑스 ‘문화예술 기사장’을 수상하였고, 캐나다 몬트리올 PHI 파운데이션에서 대규모 설치 작품으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최근에는 조현화랑 전시에서 바닥에 붓질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숯을 사용하는 이유가 그 안에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종학 Kim Chong Hak (b.1937)
김종학 작가는 1980 년대부터 설악산의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악산은 계절마다 다른 4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계절별 특성이 뚜렷하다. 산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온 작가에게 계절의 색채를 연구하고 작품화 한 시도는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 2011 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고, 오래 수집에 열중했던 조선시대 목기(木器)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일괄 기증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호암미술관 등에 국내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2018 년에는 일본의 전통있는 갤러리 토미오 코야마(Tomiokoyama)에서 설경(White series)으로 개인전을 가졌으며 6월에는 프랑스 최대 아시아 미술관인 기메 뮤지엄(Guimet Museum)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에 조현화랑은 김종학 화백의 작품을 사계절로 구분한 4개의 전시를 기획하여 2022년 3월 조현화랑 (해운대)에서 ‘봄’을 시작으로 7월 조현화랑 (달맞이)에서 ‘여름’을, 9월 갤러리 2 (제주)에서 ‘가을’을, 11월 갤러리 2 (서울)에서 ‘겨울’시리즈를 순차적으로 개최하였었다.
키시오 스가 Kishio Suga (b.1944)
키시오 스가는 1964년부터 1968년까지 도쿄의 최첨단 예술 대학인 다마 아트 대학교를 다녔었다. 졸업한 직후 그는 자연과 인공물질을 이용하여 일시적인 구성물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를 도쿄의 야외 장소에 배치하여 "필드워크"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그는 동시에 이러한 활동을 실내 환경으로 옮기며, 패러필린 왁스로 만든 토템 모양의 "평행 지층" (1969)이나, 세로로 놓인 강철 판 네 장으로 이루어진 사각형인 "소프트 콘크리트" (1970)과 같은 전례 없는 설치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키시오 스가는 다수의 개인전을 국제 미술관에서 개최하였으며, 최근에는 뉴욕의 Dia: Chelsea (2016-17), 밀라노의 피렐리 항가르비코 (2016), 도쿄 현대미술관 (2015)에서 전시를 하였다. 그의 상징적인 설치 작품인 "사건의 법칙" (1971)을 57회 베니스 비엔날레 (2017)에서 재현하였다. 지난 40년 동안 그는 파리의 국립 현대 미술 센터,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 베니스의 푼타 델라 도가나 등의 주요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다양한 공공 및 사립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다.
보스코 소디 Bosco Sodi (b.1970)
미국을 중심으로 멕시코, 독일, 일본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보스코 소디는 풍부한 질감과 선명한 색상을 지닌 거친 표면의 부조회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설치 등 폭넓은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형식과 매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나무, 점토, 돌, 톹밥 등 가공되지 않은 천연 재료로 회화와 조형 작품을 제작해왔는데 이러한 재료의 선택과 작업 방식은 일본의 와비사비(Wabi-sabi) 미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와비사비는 자연과 시간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생활 속에 녹아있는 불완전함을 용납하고 소박함과 단순함, 진실성을 최우선시하는 미학 이론이다. 그의 평면 작품은 캔버스를 지면에 수평으로 놓고 캔버스 위에 안료, 톱밥, 목재 펄프, 천연 섬유질과 아교의 혼합물을 오랜 시간에 걸쳐 흩뿌리고 두껍게 쌓아 올린 후, 캔버스에서 물러나 작업이 굳도록 내버려둔다. 보스코 소디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은 하나의 퍼포먼스이다. 때로는 몇 달간 방치되기도 하는, 이 시간 동안 작품의 표면에는 작가의 행위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단층의 선을 따라 움직이고 멈춘다. 물질이 건조되면서 표면에 첫 갈라짐이 나타나는 순간 작업을 중단한다. 그의 작품은 일본의 이시카와현립미술관, 미국 매사추세츠의 하버드 박물관, 벨기에 앤트워프 현대미술관, 네덜란드 바세나르의 Voorlinden 박물관, 그리고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등 다양한 공공 및 사립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다.
안지산 Ahn Jisan (b.1979)
안지산 작가는 실험적인 태도와 폭넓은 상상력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 중인 영 페인터이다. 그는 현재 인간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자, 철학적 주제인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끝없이 연구 중이다. 그의 작업방식은 어떠한 대상, 현상들에 대해 작가 스스로 재해석하고, 이를 자신의 작업실에서 ‘재현’, ‘연출’이라는 과정인 “네러티브 콜라쥬”를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본 사건의 주인공 또는 목격자가 되어 다양한 시점에서 페인팅 작업을 한다. 작가에게 작업실은 회화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지이자 생산지이다. 이 곳에서 그는 심리, 기억, 경험, 트라우마의 세계 사이에서 회화라는 자신만의 무대의 연출가가 된다. 즉, 작가의 재해석을 통해 또 다른 내용과 시간을 덧입히고 극적인 상황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현장 속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하기도, 매우 먼 거리에서 바라본 현장의 모습을 마치 목격자 입장에서 묘사하기도 한다. 작가는 거친 표현을 위해 붓, 나이프 뿐만 아니라, 손에 잡히는 것들(비닐, 장갑, 노끈, 손, 나뭇가지 등등…)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고 어설픔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번 신작은 눈 폭풍 속의 사냥과 채집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도록 이끈 회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