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인의 미학산책] 정신세계의 미학 Ⅲ

   내면의 미가 형을 만들어 주는 것을 가장 순수하게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예술적인 기구(器具)의 외선, 건축의 부분이나 전체의 외선(外線)이다. 거기에는 미묘한 선이 있다. 그러나 자연물의 외형을 베낀 것과는 다르다. 지극히 정신으로부터 순수하게 분출된 선 바로 내면의 미이다. 이 기묘한 선을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인가? 그 선의 기묘한 파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해서 체외로 나온다. 실로 이상하지만 그러나 사실이다. 미술가의 마음속에는 이같이 살아서 움직이는 내면의 미가 있는 것이다.

[박명인의 미학산책] 정신세계의 미학 Ⅲ
[박명인의 미학산책] 정신세계의 미학 Ⅲ

 

   내면의 미가 외적인 미, 즉 미술에 나타나는 것을  크게 구별하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자연물의 형을 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정신으로부터 미가 형성되어 나오는 오직 선, 형, 색의 미라고 할 수 있는 장식의 미이고, 둘째, 자연의 형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고 그것에 의해 나오는 사실의 미이다. 그리고 셋째로 자연의 형을 기억해 상상으로 또는 관념, 심리 등 무형의 형을 상상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마음대로 구사해서 내면의 미를 살리는 상상의 미이다. 이 세 번째 경우는 첫 번째 경우에도 두 번째 경우에도 매우 가깝다. 그것은 자연을 장식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사실에 의해 나타난다.


                      自然物의 形           寫實의 美
   내면의 美             (直接)        裝飾의 美(工芸)
                 自然物의 形의 記憶想像, 觀念, 心理 等   想像
                                          혹은 理想畵의 美

   직접적으로 내면의 미가 선이나 색으로 생긴 경우에는 가장 본능적인 느낌이 든다. 최소한 인간의 미적 조형에 대한 본능을 가장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연물의 형태 모사가 아니다. 단순히 선이며 형이며 색이며, 특히 선에 있어서 가장 현저하다. 선이 있으면 반드시 색이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자연의 미에 대한 인공의 미의 최극단적인 완전한 인공이다. 사람만이 만들어 놓은 수 있는 미, 사람만이 만들어 놓은 곳의 미이다. 거기에는 자연의 외형은 가해지지 않는다. 사람의 내면에서 분출된 미이며 장식이다. 그 선과 형, 그리고 색은 장식 외에는 이 세상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름다운 선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그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공의 미는 장식이며, 인공의 의지는 장식에 있다. 미술에 나타난 미는 어떠한 것이라도 자연의 미화(美化)이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세계에 존재하는 내면의 미가 표출된 자연이다. 어떠한 사실이라도 자연 그대로가 아니다. 화가가 성취한 미화이다. 예술이란 어떤 표현을 해도 자연을 미화하는 것이다. 그 미화의 의지,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장식이다. 자연물 중에 아름다운 것, 이 세상을 꾸미는 데 필요한 충분한 것을 발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미술에는 장식이 있다. 데커레티브(decorative)이다. 미술이 주는 미의 느낌은 높은 의미이지만 장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름다운ㆍ매력, 그것은 심오한 장식의 느낌이다. 이 의지의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난 제1은 무슨 일이 있어도 순수하게 장식 하기 위한 미술이 된다. 건축ㆍ기구ㆍ의상ㆍ도안에도 표현되고 있다. 

   제2의 경우, 즉 사실의 미는 화가의 내면의 미와 자연의 유형이 일치했을 때에 형성되어 표현된 것이다. 화가가 자연물의 어떤 현상을 만나고,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때는 화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무형의 미가 유형의 현상 안에서 자신을 찾아냈을 때이다. 그 때 화가는 이것이다라는 느낌을 내면으로부터 인지하면서 자세하게 본다. 그리고 세밀한 미가 부분과 전체적으로 발견된다. 그 때 화가는 수궁하는 것을 느낀다. ‘아!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느낌에는 언제나 이 긍정이 있다. 화가의 마음은 그 때 춤추듯이 벅찬 것을 느낀다. ‘내면의 미’가 자연의 형에서 자신의 형을 찾아내고, 형ㆍ선ㆍ색이 춤을 추듯이 하나의 리듬이 된다. 따라서 자연의 미란 외적인  데는 없는 것이다. 내면의 미로부터 생긴 것이다.

   사실의 미도 순수하게 인공의 미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보면 역시 순수한 장식의 미이다. 모든 조형의 요소, 선도, 색도, 굴곡도, 형도, 모두가 화가의 내면의 미에 의해 창출된 이상의 하나로서 장식이 아닌 것은 없다. 그러나 순수한 내면으로부터 생긴 미술은 장식의 미라는 대비로부터 사실의 미와 구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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