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이질적 소재를 융합시킨 새로운 시도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서로 다른 이질적 소재를 융합시킨 새로운 시도 

박명인(미술평론가·한국미학연구소 대표)

   예술이란 생물과 같이 저절로 만들어지거나 모습을 바꾸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으로부터 감상자에 이르는 모든 위상이 창조성에 의해 만들어진 후에도 높은 가치를 실현하는 지향성이 있다. 이를 수용하고 초극(超克)해 나감으로써 예술은 발전해 왔고, 주관적인 창조성이 개개인의 심미의식에 의해 다양하게 완성되었다.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특히 현대조각사를 보면 금속조각이 시작된 것은 산업경제가 활발해지면서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브론즈나 돌로 사용되어 오다가 소재나 재료가 다양하게 활성화되고 인공소재가 발명되면서 신철기시대라고 할만큼 동(브론즈)·강철·철·알루미늄이 신소재로 등장했다. 이러한  특징적 소재가 조각의 신개념의 결정적인 미점(美點)을 제공하고 있다. 금속은 절단, 용접, 본뜨기, 주조를 할 수 있고, 제작의 다양성으로 타물질과 접목할 수 있어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돌이나 소조(塑造)에 의한 브론즈의 형태 구성이 단조로운 데 비해 금속은 다양하게 자유자재로 사유형식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조각은 금속 작품이 전체의 5분 4를 차지할 정도로 다양해졌다.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특징적으로 보면, 첫째는 구성이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둘째로 항구성(恒久性)이 강하다. 그런가 하면 연성(延性)이 있어서 늘려서 철사로 만들 수도 있고, 두드리거나 압착하여 얇게 퍼지게 할 수도 있는 전성(展性). 녹여서 주조되고, 미리 정해진 모양으로 성형하고 압력 가공할 수 있다. 또한 용접된 철판 조각, 연철(鍊鐵) 혹은 강철 조각으로 기술의 다양한 조합이나 재조합이 숙련되고 정묘한 금속기술을 개발하고 형태적인 구상에 따른 독자적인 기술 고안이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어서 선호도가 높아져 왔다.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이제까지 금속조각이 왜 대세를 이루고 있는가를 들여다보았고, 여기에서 김선의 조각(조소)작품이 어떠한 특장점이 있는가를 분석하기로 한다.

   김선은 무엇보다 어디에서 예술성을 찾을 것인가 고심했다. 개성과 독창성이 정립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것은 작업 과정이 어려운 조각을 여성이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금속조각이란 용접도 해야 하고 해머로 두드리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접목도 해야 하는 고난이도를 실행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30회의 전람회를 거쳐 온 김선의 작품세계는 돌·나무·금속·테라코타 등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철을 늘리고 구부려서 조형한 작품들이다. 그것이 고심의 결과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철·브론즈·테라코타·나무와 같은 서로 이질적인 소재를 접목 융합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조형형식은 선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인식하는 직관의 다양성을 규칙에 따르게 하여 그 안에서 생명이나 자연의 이치를 의식하므로서 물개념(物槪念)을 초월하고 그것에 의해 설정되는 통일성이 필연적으로 귀결되고 있다.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일반적으로 조각은 넓은 의미에서 3차원 공간 속에 만들어진 입체적이고 아름다운 조형예술을 의미하며, 조소(彫塑)와 혼용하여 점토 등 가소성 있는 재료를 빚거나 덧붙여 형상을 만드는 소조(塑造), 그리고 소조를 원형으로 하여 청동 등으로 주조한 것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김선은 이 같은 3차원적인 입체형상이 아니라 벽에 걸 수 있는 평면화를 시도하면서 철선, 동선의 조형물에 테라코타를 소재로 하여 형상(形狀)을 만든 소조를 철과 동, 그리고 나무와 융합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과 시도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창안으로써 김선은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그럴 것이 상식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은 테라코타라는 흙의 성분과 철이나 동과 어떻게 결합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완성되었을 때 김선은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연을 더욱 깊이 관조하게 되고, 산과 나무의 변화에서 선(線)이라는 사유형식이 도출되었다. 칸딘스키에 의하면 선이란 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선을 크게 확대하면 그것은 선이 아니라 하나의 면으로 보이는 물체가 되는 것이다. 김선은 이러한 이치를 파악하고 나무로부터 인지하게 된 나무가지의 변화에서 자연의 법칙을 알게 되었고 선이야말로 자연이 갖고 있는 생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무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에 움직이고 산소를 줄기로 뿌리로 내리면서 커다란 나무로 성장하고, 이 나무는 산소를 배출하면서 자연을 생기있게 만든다. 결국 나무가지라는 미세한 생명체는 자연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선의 작품은 생명의 태동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무들은 봄이면 새로운 생명이 움튼다. 이것을 김선은 《새로운 시작의 꿈》이라고 작품에 명명했다. 바람에 의해 가볍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작은 나무가지에서 자연의 생명이라는 진리를 자신의 작의(作意)로 사유형식이 굳어지면서 자연의 이치와 예술적 심미의식이라는 표상(表象)이 성취된 것이다.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김선 작가 '자연의 생명으로부터 체득한 자유형식'

 

   특히 《새로운 시작의 꿈》은 선상(線狀) 조각에 의해 이행하는 공간 점유성이 있다. 자연의 모든 생명이 자연의 공간을 점유하며 살아가듯이 김선의 작품들은 모두 자연의 공간을 점유하면서 줄기차게 생명이 뻗어 나가는 선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이라는 자연의 미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김선의 작품은 선의 명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수많은 선의 움직임을 통해 김선이 느끼고 추구하는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 누구나 발견하기를 원망(願望)하고 있다.

   혹자는 추상성 작품에 대해 반미적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미적 차원의 극복이 여러 가지 방면에서 논의되면서 진정한 예술이란 미나 미적인 것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고 예술의 근본적인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미는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조건에서 성립되는가 생각하게 된다. 실상 구상미술에 있어서는 눈으로 보이는 것이 진리라고 하지만 현대예술에서는 눈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창출해내는 작가의 사유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를 간과하게 되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김선의 작품을 통해서 명증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구상적으로 말하자면 평범한 동선과 철선의 조합이라는 직시적인 현상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김선의 작의에 의하면 심오한 철학이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무가지의 동선(動線)에서 생명을 발견하고 그것이 자연의 토양에서 자라는 생명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다는 것은 선각자적인 창견(創見)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인이 해야 할 창조적 의무이다. 자연은 작은 것들이 모여서 큰 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를테면 자연의 작은 것들은 자연의 세포인 셈이다. 김선이 작은 나무가지에서 커다란 나무와 더 나아가 산과 자연을 보았다는 것은 예술인으로서 위대한 발견이다. 칸트 이후 주관의 내재화와 함께 순수화·추상화·형식주의화가 강해졌지만, 가다머에 의하면 예술작품을 미적으로 관조하면서 평가하는 태도야말로 근대 특유성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예술과 미와의 관계는 한층 넓은 역사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에 의해 처음으로 기본적인 의미가 밝혀지게 되었다. 광의적으로 근대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 예술과 미와의 특유한 관계로 드러난 것이다.

   김선은 그야말로 작은 철선과 동선, 그리고 나무나 테라코타라는 소재에서 이를 융합하면서 커다란 자연의 이치와 삶의 철학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장인적인 웅장함도 없고, 장식적인 과장도 없다. 그러나 자연의 세포성 작은 생명에서 거대한 자연을 발견하고 있는 순수하고 담백한 김선의 사유형식이 커다란 심금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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