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나에게 도시는 다양한 에너지로 가득 찬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도시를 표현하는 것은 도시 속의 개성과 문화를 통해 직접 느낀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윤협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롯데뮤지엄은 2024년 첫 기획 전시로 윤협 작가의 개인전 《녹턴시티(Nocturne City)》를 2월 24일(토)부터 5월 26일(일)까지 개최한다. 

작가는 2014년 랙앤본(rag&bone)의 벽화작업으로 예술계와 대중들의 주목을 동시에 받으며 다수의 전시, 협업,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의 예술적 궤적을 돌아보는 초기작부터 신작, 회화, 조각, 영상, 드로잉 등 총 230여점의 작품을 한자리에 전시한다.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작가는 도시 안팎에서의 경험과 주관적인 감정을 도시 시리즈에 담아냈다. <Seoul City>(2023)는 그의 고향인 서울에 대한 감정을, <Walking by the River>(2023)는 런던에서 개인전 개최 후 방문한 파리의 기억을 표현했다. 지난 13년간 뉴욕에 살면서 작가는 도시가 희로애락의 공간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나아가 “도시는 다양한 에너지로 가득 찬 거대한 유기체로, 이를 표현하는 것은 도시 속 개성과 문화를 보며 직접 느낀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녹턴시티》의 녹턴(nocturne)은 ‘밤’이라는 시간에 영감 받은 예술을 의미한다. 밤은 기억의 조각들을 상기시키며, 낮에는 보이지 않던 여러 개성이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매력적인 시간이라 작가는 말한다.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스케이트보드는 윤협의 작품세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가는 9세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그가 즐기는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DIY(Do It Yourself)문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출한다. 1995년 중학생 윤협은 이태원 스케이트보드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해외 스케이트보드 매거진의 로고나 페이지를 콜라주하고 드로잉하기 시작한다. 당시 스케이트보드 시설이 없어 벽돌이나 사물들을 모아 직접 스케이트보드 기물을 창작했다. 이러한 DIY 방식으로 버려진 물건을 소재로 작업하면서 음악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의 박스 마스크도 디자인했다. 작가는 창작의 과정과 스케이트보딩은 정신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한다. 또한, 무언가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칠전팔기와 같은 인내력이 그 공통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작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16미터의 대형 파노라마 작품 <Night in New York>(2023)은 맨해튼의 야경을 그려냈다. 작가는 자전거로 브루클린에서 베어마운틴까지 왕복200km를 달리며,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야경이 마치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보는 듯 했다고 회상한다. 허드슨강 수면 위에 반사되는 도시 불빛을 보며, 모네(Claude Monet)의 <수련> 연작을 떠올리며 작품을 완성했다. 회화에서 조각으로 탄생한  <저글러(Juggler)>와 새롭게 발전시킨 <리틀 타이탄(Little Titan)> 시리즈를 최초로 공개한다. 작가 특유의 회화 작업 방식인 ‘점’과 ‘선’이 조각으로 발전한 작품이다.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윤협은 구상한 이미지를 밑그림 없이 ‘점’과 ‘선’으로 채워나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한다. 2004년 라이브 페인팅을 하며 그 공간과 순간의 감각의 이미지를 즉흥적으로 ‘점’과 ‘선’으로 표현하게 된다. 그 이후 점과 선은 작가 특유의 작업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작가는 조색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작품 주제에 따라 색상을 결정하는 조색하는 과정을 어린 시절에 받은 악기 수업과 비유해 설명한다. 바이올린 현의 미세한 음에 집중 하듯 조율하는 기분으로 아주 미세한 차이도 주의를 기울여 색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작업이 진행될수록 즉흥적인 표현에 따른 변수가 생기면 직관적으로 색상을 선택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음악도 윤협의 작업과 관련성이 많다. 특히 재즈는 그의 작업 방식과 비슷한데, 큰 흐름의 계획 안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방식이 유사하다. 작가는 어린시절 어머니의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올린을 8년정도 배웠다.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곡을 듣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을 더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 힙합, 펑크 등 다양한 인디펜던트 음악을 선호하고, 때론 작업에 몰입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음악뿐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타듯이 자유로운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구조를 유지하며 점과 선을 짧게 그려나갈 때는 시의 운율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녹턴시티》는 도시와 작가 사이 무언의 대화 한 장면이자, 뉴욕에 사는 이방인으로서의 낯선 시선을 그대로 담아냈다. 윤협은 밤의 옷을 입는 도시가 주는 적막함 그 고요하고 생경한 장면을 즉흥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시각언어로 조합한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선의 리듬과 색상의 화음은 관람자로 하여금 청각적 경험을 부여함과 동시에 21세기 시각 미술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다. 모든 것이 멈춘듯한 고요한 ‘밤’, 윤협 작가가 들려주는 녹턴은 진정한 ‘도시 낭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윤협은 서울 출생으로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작가는 산업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 후 서브컬처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작업을 시작했다. 스케이트보드를 기반으로 한 벽화, 라이브 페인팅, 그래픽 디자인, 음악 앨범 커버 작업을 통해 활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했고, 나이키 코리아와 다수의 프로젝트 의뢰를 받으며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굳혀 나갔다. 

2010년 새로운 도시에 대한 꿈을 가지고 뉴욕으로 이주한 윤협은 2014년 패션브랜드 랙앤본(rag & bone)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뉴욕 맨해튼 하우스턴 가 소호에 벽화를 선보인다. 이를 계기로 뉴욕 예술계와 대중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으며, 유니버설 뮤직 그룹(Universal Music Group), 바비브라운(Bobbie Brown), 유니클로(Uniqlo), 베어브릭(Be@rbrick), 허프(HUF), FTC, 나이키 SB(Nike SB) 등을 포함한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다. 

윤협의 작업은 나이키(Nike) 오레곤 본사와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뉴욕, 티파니앤코(Tiffany & Co.) 오렌지카운티, 페이스북(Facebook) 뉴욕, 와이덴 케네디(Widen&Kennedy) 뉴욕 등에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LA와 뉴욕, 밀라노, 빌바오, 런던, 도쿄, 홍콩, 상하이 등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개최된 전시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방면으로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