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가게+(유예진개인전)=고재하기획

Juicy watermelon map 120*120cm Acrylic on Canvas 비매 2018
Juicy watermelon map 120*120cm Acrylic on Canvas 비매 2018

 

작가노트

나는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다시선 공포증이라고도 정의된다늘 편안하게 사람들을 눈을 보고 대화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주위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가족조차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게 되었다시선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게는 공포로도 다가온다이러한 시선에 대한 감정을 이미지화하여 나만의 관점에서 여러 장르를 통해 다각도로 표현하고자 한다.

불분명한 이미지;unclear image’은 작품에 나를 투영시킨 자화상의 일종이다상대의 눈을 마주치는 것이 어려워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불안전한 시선의 위치가 그 원인이다찰나의 눈 맞춤에도 거부감이 든 탓에 시선을 피하기 바쁘다 불분명한 이미지;unclear image’의 시선은 모두 초점이 없다시선이 어느 곳을 향하는지 혹은 막연히 어떤 곳을 향하고 싶은 것인지 나는 그 시선의 끝을 찾아보고자 한다.

 

무제
무제

 

<작가 노트>
곧 서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어엿하게 자라나 열매를 맺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병이 깊어 뭐든 미루기 십상이라. 그 어떤 것도 분명하게 성취한 게 없다. 그중 가장 대차게 미룬 사랑에 관해 결과보고서 말고 유예보고서를 벽에 걸어보았다. 사실, 한 번은 운 좋게 사랑을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이상한 말을 했다. 결혼할 거지? 좋은 엄마가 될 거야. 애교가 많아 시댁에 예쁨 받을거야.

행복한 아내와 좋은 엄마라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기대하는 눈들이 득달같이 달라붙었다. 남편과 아이가 없으면 이 마음은 충동이고, 이 기쁨은 착각이고, 이 사랑은 실수이고, 이 인생은 실패일까. 시간은 흐르고, 열매는 괴상하고, 사랑은 미뤄졌다. 그래서 열매를 그렸다. 인생의 결실이라는 것들을 그려보면 좋아질까 싶어서. 그려봐도 싫더라. 그래도 사랑은 하고 싶더라. 데굴데굴 치켜뜬 눈에 그 달콤하다는 열매를 똑 잘라 즙 뿌려주고 오만가지 사랑을 하자

그게 실수라면, 나의 과실이라면, 나는 과실 가게나 열어야지. 이 과실 가게에서 물이나 뿌리면서 과실을 그려야겠다. 뿌려진 물은 열매를 키우지도 바다에 닿지도 않고 캔버스 밖으로 날아갈 테니까. 물이 날아가고 남은 얼룩을 사랑해야지. 얼룩만 남는 그런 사랑을 해야지 물처럼 날아가야지.

 

데굴데굴 감 40*40 cm Acrylic on Canvas  2018
데굴데굴 감 40*40 cm Acrylic on Canvas  2018

 

<기획자 노트>
유예진 작가의 첫 개인전 ‘과실 가게’는 사랑의 여러 가지 단면을 마치 과일의 단면을 잘라보듯 탐구해본다. 과일 가게에서 고르는 과일의 생김새나 당도가 모두 다르듯, 사랑의 모양도 달콤함도 모두 제각기다. 사랑은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를 남기지만, 사랑은 눈물, 실수, 부끄러움, 아픔을 주렁주렁 달고 오기도 한다. 무엇을 달고 올지 모르는 우리의 사랑은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과실 가게를 연다. 특히 사랑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대소사, 이를테면 결혼과 육아와 같은 ‘고난도의 관계 맺기’ 그리고 종종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는 사회적인 인식과 시선에 작가는 주목한다. 사랑이 낳는 결실은 언제나 기쁨의 결실일까? 실수로 가득 찬 사랑은 과실(果實)이 될까, 과실(過失)로 남을까. 하루하루 거두는 결실이 언제나 탐스러울 순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수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각고의 결실이 모여 물러터진 과일이 되더라도 우리는 멈추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예진 작가는 연구자의 자세로 사랑이 남기는 과즙을 기록하고, 그 흔적들을 모아 전시한다. 유예진 작가는 마치 방금 익은 과일에서 추출한듯한 밝고 선명한 색감을 즐겨 사용하는데, 그 내면에는 여러 겹의 이야기가 숨겨져있다. 유예진 작가의 과실 가게를 관람하며, ‘나의 사랑’이 담고 있는 주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시기획 고재하.

 

오렌지에 붙은 하얀 거는 먹기 싫어.  65*9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23
오렌지에 붙은 하얀 거는 먹기 싫어.  65*9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23

 

유예진 작가님의 개인전이 2023년 12월 15일부터 29일까지 영등포에 위치한 유갤러리에서 시작된다. 유갤러리 위치는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618-38번지 3층 유갤러리에서 첫개인전을 가진다. 

대학원 졸업을 곧 앞둔 작가의 이야기는 낯설음도 있지만. 청년작가만의 풋풋함도 가득하니. 이번 개인전에서 풋풋한 열정을 감상하는것도 고려해보길 추천한다. 

 

Corner of Oath 90*200 cm Acrylic on Canvas  2018
Corner of Oath 90*200 cm Acrylic on Canvas  2018

 

작가소개 및 이력: 유예진 1995년생
국민대학교 미수대학 회화전공(부전공 시각디자인)
- 2017 학사전
- 2018 대학연합전: 기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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