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뉴욕 갈라 아트센터에서는 2023년 11월 1일~11월 12일까지 박종현 뉴욕사진전 '마음의 바람'이 전시 중이다.
박종현 작가노트
누구에게나 특별한 순간이 있고 무심히 보아왔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시간. 내게는 그 순간이 입원실 창문에 비친 희미한 불빛에서 시작되었다.
모두 잠든 깊은 밤, 저 불빛은 왜 잠들지 못하는가. 존재의 고통을 오롯이 끌어안고 있었던 나와 같은 처지인가. 그 밤, 그 창문에 의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공이 펼쳐졌다.
이어 “창문은 소통의 공간이다. 눈부신 햇살을 가득 들이고, 지나가는 바람을 초대하고,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소리도 거부할 수 없다. 가끔은 울적한 마음을 내다 걸고 이웃들과 위로를 나누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소요하는 마음에 평화가 필요할 때면 닫아걸고 어지러운 세상을 관망할 수도 있다. 그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뛰어들고 싶을 때까지.
나에게 창문은 누군가에게 간절히 가 닿고 싶은 마음이다. 어린 시절, 창호지를 바른 문으로 은근히 번져오던 햇살의 농도와, 그 햇살이 가는 방향을 따라 돌던 몸의 기울기를 기억한다. 계절이 지나가며 그려내던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던, 어머니의 품속처럼 안온했던 날들.
그러나 살다 보면 창문이 항상 따뜻한 기억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작지만 든든했던 창문을 빼앗기고 떠나야 했던 사람들도 있고, 마지막 인사도 건넬 수 없었던 통곡의 벽이 되기도 한다. 더러는 욕망의 크기만 한 창문 안에 자신을 가두는 수인이 되기도 하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옛집의 창문이든 획일화의 표상이 된 아파트의 창문이든 결국 창문의 지향점은 소통이다. 창문을 모티브로 삼은 나의 작업은 이제 창과 문으로 나아갈 길은 마음을 비추는 일.더욱 다채로운 색채로 표현될,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의 바람을 외풍의 심한 바람이라도 밤이 지나고 꺽인 풀잎들은 살며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연초록 잎으로 어느 쎈 바람에 뒤집히고 힘을 다 뽑힐 수만은 없으리라. 세상 모든 것은 썩어 자빠져도 어둠을 위해서 새롭게 발아되는 바람의 마음이다.
사진-세상과 나를 향한 창(窓)
글 : 최연하(사진평론가)
박종현 작가의 <마음의 바람>은 창/문의 상징성을 통해서 세계와 마주한 작가의 내면의 풍경과 바깥세상을 중첩해 제시한다. 무심코 지나칠 수 없었던 불 켜진 네모난 유리창으로부터 작업은 시작한다. 캄캄한 밤 아파트의 작은 창에 켜진 불빛을 통해 작가는 일순 삶과 꿈, 기쁨과 고통 등 생로병사, 희로애락의 드라마를 본다. 창의 속성인 열림과 닫힘, 빛과 어둠, 보고보이는 감각이, 비록 하나의 구멍, 좁은 통로이지만 파노라마처럼 흐르게 된 것이다. 작가가 아주 고독하고 아픈 때였다. 박종현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고 중첩해 자신의 한계(frame)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카메라의 뷰파인더(View Finder)는 작가가 세계를 향한 인식의 틀이고, 세상을 만나고 경험하는 매개이자 그라운드가 되었다. 박종현의 사진 속에 ‘후쿠시마’와 ‘이태원’과 ‘한국의 현실정치’가 프레이밍 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진은 세계를 재현(represent)하고, 복제(copy)하고, 옮기고 바꾸는(translate)데 창문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