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23년 11월 14일(화) ~ 26일(일)까지 신웅재 사진전 'OPTIMISTIC'이 전시될 예정이다.
세계 여러 지역을 하나의 ‘현장’으로 넘나들며 포토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신웅재가 지난 4년 동안의 행적을 묶어 사진전 <Optimistic>을 연다.
<Optimistic>은 2020년부터 코로나 기간을 지나는 동안 서울의 거리들을 찍은 사진들이다. 장소는 모두 서울이지만, 서울이 주제는 아니다. 물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만 거리 사진일 뿐, 사진의 분류 범주로 ‘스트리트포토’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사진가 스스로 ‘주제도 없고, 파편적인 이미지’라고 말한 대로, 어떤 목적성이나 사진과 사진 사이에 인과적 관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각각의 사진들은 스크럼을 짜듯이 서로 어깨를 겯고 하나의 분위기를 이룬다.
쓰레기 더미, 무너진 스티로폼 상자 무더기, 건물 틈새에 누워있는 입간판, 보도블록 위의 토사물 얼룩과 꽁초, 버려진 마스크 등 폐기된 것들이 폐기된 채로, 아파트와 행인 같은 평이한 풍경이 평이한 채로, 사진 속에서 새로운 문장을 쓰고 있다. 언술은 거칠고 어둡게 이어지면서, 잘리고 평이하고 쓰러지고 버려진 보잘 것 없는 것들이 현대사회, 서울, 팬데믹, 정치, 도시의 욕망, 소외 등 커다란 아젠다를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저 자신에게 사진은 무엇이고, 어떤 사진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사진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들의 묶음입니다.”
신웅재는 포토저널리스트로서 2019년,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 피해노동자들과 가족들을 7년간 기록한 <Another Family>를 전시와 지면매체로 세상에 내보였다. 또한 2011년 월가점령운동 기록을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탄핵 정국, 예멘난민 등 국내외 이슈와 서울의 도시개발과 환경파괴, 아동노동 문제, 코로나 팬데믹 사태 등을 기록해왔다.
그때 발표된 작업들 속 ‘거리사진’에서 그가 얼마나 날카롭게 거리의 수많은 언어들 중에서 자신의 술어들을 포착해내는지를 보여준 바 있는데, 그러한 감각이 이번 <Optimistic>에 집결되어있다.
비판적이고 시니컬한 사진에 붙은 ‘낙관적인’이라는 뜻의 전시 제목 <Optimistic>은 일종의 반어법이지만, 사진가 스스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한다.
“전시 준비를 통해서 사진은 저에게 여전히 가장 확실한 사유와 기록의 도구라는 것, 사진의 힘은 멋지고도 두려울 정도로 무한하다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사진을 계속해나아갈 수 있겠다는 당위도요.”
사진에 관한 사적인 질문과 성찰로 시작된 작업은, 오늘의 서울과 현재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표상하는 공적인 문화기술이 되어 펼쳐진다.
신웅재는 고려대학교에서 언어학과 기호학을 전공하고 뉴욕 국제사진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 정규과정을 이수했다.
뉴욕을 거점으로 포토저널리스트로서 사회적 풍경에서 보이지 않거나 은폐된 것들을 목격하고 기록하여 증언하는 사진 작업을 시작한 이래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뉴요커, 뉴스위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시사인 등에 작업을 기고해 왔으며, 뉴욕시 뮤지엄(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을 포함해 국내외 갤러리 및 사진 비엔날레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다.
이 중 뉴욕의 거리 사진과 월가점령운동(Occupy Wall Street Movement)을 기록한 사진이 뉴욕시 뮤지엄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는 서울에서 사진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겸임교수이자 성균관 대학교 예술대학에 출강 중이다. 2022년부터는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Leica Camera Korea)의 앰버서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OPTIMISTIC
파수꾼이 되고자 했다. 유진 스미스(W. Eugene Smith)가 말했듯이 “사진은 나지막한 목소리지만 우리의 감각을 지각으로 이끄는 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고 믿었기에, 사진으로 세상을 목격하고, 기록하고, 무엇이 잘못되었고 그것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기생충이 아닌가 라는 부끄러운 자각이 들었다. ‘포토저널리스트’라는 휘장을 달고 사회의 갈등, 부조리, 타인의 고통과 눈물 등에 들러붙은 채 나의 영달을 위해 카메라를 휘두르고 다닌 것은 아니었던가. 그랬기에 나의 사진은 누군가의 사진의 흉내일 뿐 나지막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 아닐런지.
하지만 여전히 확실한 것은 사진이라는 ‘랑그(langue)’의 무한한 힘이다. 사진은 본질적으로 ‘그것이-존재-했음(THAT-HAS-BEEN)’을 증명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진실들을 중첩 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사유와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로서의 폭발력 또한 품고 있다. 그렇다면 카메라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진으로 사유하고 세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결의했던 나는 지금까지 사진이라는 랑그의 이러한 힘들로 나만의 ‘파롤(parole)’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었는가? 아니면 그 힘들에 사로잡히고 경도되어, 동시에 ‘포토저널리스트’라는 기표에 도취되어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는가?
여기 펼쳐 보이는 마흔 장의 사진은 ‘작업’이 아닌 ‘묶음’이다. 고정된 주제나 특정 이슈를 담은 통시적인 사진 작업이 아닌, 세상에 대한 나의 반응, 사유, 기록의 흔적들의 공시적인 묶음이다. 그리고 이 파편적인 사진 묶음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직면하고, 무엇을 사진으로 증언하고자 하는가? 사진이라는 랑그를 따르는 나의 파롤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가? 나는 사진으로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무엇을 희망하는가? 사진은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동시에 나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락하는가? 나에게 사진은 여전히 유효한가?
2023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겸임교수
2022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Leica Camera Korea) 앰배서더
2021 성균관 대학교 예술대학 출강
2017-2018 시사주간지 시사인 외부기고 사진가
2016 유니세프 코리아 긴급구호 기금마련 프로젝트 참여
2014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 Contributing Photographe
2013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Contributing Photographer
2012 세븐 포토 에이전시(VII Photo Agency) 뉴욕 오피스 인턴
개인전
2019 <From Sand to Ash: Another Family>, 류가헌, 서울.
단체전
2022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 특별전 <O!LEICA OUT OF ORDINARY>, 국제갤러리 K2, 서울.
2021 제 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 <신념>, 대구 문화예술회관, 대구.
2021 <거리의 기술> 숲과나눔 재단 코로나19 사진전시회, 보안여관, 서울.
2020 <#ICPConcerned: Global Images for Global Crisis>, The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뉴욕.
2020 <On Hold>, The Museo de la Cárcova,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2017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출판 전시회, 류가헌, 서울.
2014 <Open Show NYC #11>, The Invisible Art Center, 뉴욕.
2013 <Sections>, Pingyao International Photo Exhibition, 핑야오, 중국.
2012 <Street Shots/NYC>, South Street Seaport Museum by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 뉴욕.
2012 <OCCUPY! Governor’s Galleries by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Governors Island, 뉴욕.
2012 <MY TRUTH, YOUR TRUTH, 2011-2012 Full-Time Student Exhibition>, School of the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뉴욕.
2012 <Occupy Wall Street as Captured by Photojournalists>, South Street Seaport
Museum by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 뉴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