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의 영역에서는 다양한 타당성 계기나 가능성이 단순한 존재의 레벨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복합되어지거나, 상호 포섭하거나 하는 것이다. 대상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대상으로 사고되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 통일체가 기능적 통일체로서 점진적으로 구축된다는 것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이 통일체는 일련의 제규정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며 그러한 제규정이 하나가 되어버리는 일은 없다. 즉, 그것이 얼마간의 개별항목이 되거나, 혹은 그 계열의 최종항목이 되어서 계열을 끝내 버리지도 않는다. 이 통일체야말로 항목에서 항목으로의 진행을 규정하고 있는 포괄적인 계열원리이다.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 Ⅴ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 Ⅴ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지각대상에 있어서도 이미 그것은 결코 직접 얻어진 것이 아니고, 지각을 통해서 표시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지식상에 있어서 표출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표시는 관점에서 처음으로 물질이라는 통일체가 성립된다. 과정으로서 진행 중인 지각은 부단히 흘러가므로 이러한 통일체에 대해서는 완전히 알 수 없다. 지각으로부터 부상되는 내용은 모두 순식간에 다른 내용에 의해 밀려 버리고, 형성되는 것으로 보이는 형태는 모두 다시 과정의 와중에 말려들게 되어 그 소용돌이와 함께 흘러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때마다 변해서 완전히 간극의 차이로 단편적인 지각 여건을 서로 잇게 하여 한 개의 대상이 전체적으로 되는 것이 가능한 것은 그것들의 지각 여건이 단순한 단편으로서 받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귀속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전체적인 의미를 전체적인 다양한 표현으로서 고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찰은 직접적인 소여를 이중 방향으로 극복해 간다.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 Ⅴ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 Ⅴ

 

첫 번째는 지각 내용이 연속성이라는 시점 아래 두어진다고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각내용이 정합성이라는 시점아래 두어진다고 하는 것에 있다. 엄밀한 감각론으로서 이러한 사태를 승인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흄(David Hume)마저도 물질은 결코 개별적 지각에 속하지 않고, 항상성과 정합성이라는 개념의 힘을 빌려서 처음 동일적(同一的) 객관이라는 관념이 성립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흄은 자신의 기본적 견해에 끌려 바로 이 개념을 단순한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상상력이 일반적인 심리학적 법칙을 따라 필연적으로 그 기초가 될 수는 있지만, 어떠한 객관적인 논리적 가치도 인정할 수 없는 상상력의 착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설명에서 순수한 결합에 내재하고 있는 참된 존엄과 참된 기초를 확고히 하는 힘을 간과해버리는 것을 『순수이성비판』에서 현실성을 ‘경험적 사고의 요청’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한 구절로 증거를 나타내고 있다. 덧없이 변해 운산무소(雲散霧消)해 가는 감성적 인상으로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것이 직접 선택되고 직접 현존되고 있는 기간을 넘어 어떤 존속을 인정하려고 하는 것이 이 요청이다. 순수하게 질적으로 본다면 이 존속의 당면은 아직 지각 바로 그것의 세력권을 넘을 수는 없다.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 Ⅴ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 Ⅴ

 

그것은 지각내용이며 그 내용이 그대로 되풀이되어 지속하는 특정한 지표에 대비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사고는 이 종류의 시간적인 보충과 통합에 멈추어 서지 않는다. 사고는 그 내용을 지속시켜 나 자신과 그것이 실제로 주어져 있는 기간을 넘도록 유도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의 변화에도 주목하여 변화의 법칙을 묻는다. 이러한 변화는 그것을 드러낼 때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고는 이러한 요청과 함께 더욱 한 걸음 전진하게 된다. 

이 또한 이 규칙이 타당하게 되는 제요소를 단순한 지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완전히 같은 제규정에 의해 정의하게 되며 변화가 정밀한 규칙을 수립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정의는 확장되어 심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지각이 특수한 질이나 남아있는 것으로 인해 지각대상의 존재 규정을 위한 장해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식에 있어서 현상이 계속 해석가능해서 현상이 이해 가능한 전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인식은 더욱 광범위한 중대한 개조를 위해 강요당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즉, 인식은 단지 지각내용 상호간에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 낼뿐만 아니라, 이 결합을 하나의 엄밀한 개념적 표현을 초래하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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