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 Ⅲ
의식이란 가장 고유한 본질에 비추어 보면 ‘나의 그림자를 뛰어 넘는다’라는 것이라고. 그러나 립스는 이 초기에 객관적ㆍ조직적ㆍ학문적으로 기록한 것을 곧 정정한다. 그는 이런 내용이 단지 메타포적인 성격으로 밖에 지탱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도 의식내용이 무엇인가 대상적인 것을 향하고 있고, 이 대상적인 것을 표출하는 사실은 이 시점에서 립스가 강조한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멀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표시한다는 것은 결코 제의하는 특수한 일례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 일한다고 하는 일반적 형식으로부터 인도되지도 않는 것이다.
언어의 엄밀한 의미에서의 현상(예를 들면, 어떤 소리의 감각내용)이라고 그 근저에 있는 실재(물리학적인 의미에서의 음파)와의 관계는 결코 인과관계가 아니다. 완전히 독자적인 종류의 관계, 즉 심볼과 거기에서 심볼화되고 있는 것과의 관계이다. 그리고 이 심볼적인 관계가 없는 관련의 본령은 그 이상으로 자세하게 기술할 수 없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있다. 즉, 내가 소리(音)라는 감각내용에 있어서, 혹은 감각내용을 출발점으로 그것과 비슷한 대상을 사고하고, 현실적인 것으로 간주한 다음 이 현실적 대상을 인과법칙을 따라서 음파라고 생각해 간다는 사실에 있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특유한 심볼적 관계, 즉 어떤 내용에 있어서 현실적 대상을 사고한다고 하는 표출의 관계는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며 그런 식으로 생각해 갈 경우에도 음파는 최초에 객관적으로 현실적이라고 간주되었지만 바로 후자를 음파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립스의 저서 중에서 이 대목을 취한 것은 철학의 역사에 있어서도 철학의 체계에 있어서도, 개념의 문제와 대상의 문제가 함께 그것을 둘러싸고 전개되어 온 중심점이 이 대목에 있어서 명확히 강조되어서 지적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념의 문제와 대상은 완전히 평행하는 문제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즉, 개념의 질서는 사물의 질서와 평행하고 있어서 거기에 일일이 대응하고 있다고 여겨져 온 것이다. 그렇지만 외관상 평행이 저절로 어떤 공통의 한 점을 결정짓고 있다.
즉, 양자 모두가 표출이라는 근본적 현상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일반적인 현상의 내부에 한층 엄밀히 구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공개된 개념은 현재적인 형태에서 참으로 논리적인 것으로 형성되기 이전에 이미 직관의 영역에서 그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념은 직관의 기본적 제계기를 매듭짓고 결부시켜 서로 관계를 맺는, 그러나 이렇게 성립된 모든 관계는 역시 되풀이 되어 각각의 구체적 형상에 실현되어, 형상을 규정하면서 그 형상에 입각해서 나타난다. 이것들의 관계는 순수한 지식에 의해 포착될 수 있는 추상적인 연관이 아니다. 그것은 직관적 현실의 제형태로 농축되어 눈앞에 설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본 대로 헬름홀츠(Helmholtz Hermann Von)는 그 지각이론에 있어서 개념을 바로 초차적(初次的)인 형태형성에 협력하고 있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바로 거기에서조차 개념의 본질적인 활동의 하나가 있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련의 구체적인 직관상 법칙을 생생하게 한 표상에 다름 아닌 직관적 개념과 더욱 엄밀한 협의적 의미에서의 개념, 특히 논리적인 성격을 가지는 개념과 구별될 수 없으면 안 된다. 이 협의적인 의미에서의 개념에 있어서의 개념의 의미는 이미 직관적 근본체, 즉 얼마간의 소여나 가능적 소여에 고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여러 가지 판단이나 진리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체계내부에서의 어떤 특정한 관계구조에 잠재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개념에서 찾을 수 있는 이중 의미와 대상의식의 이중 형태화가 대응하는 대상형성의 제1단계는 객관의 존재를 철저하게 직관적 존재로 포착하는, 즉 직관의 근본질서, 공간과 시간의 질서에 속하고 거기에서 짜 넣어지는 존재로서의 포착이다. 이 존재는 이러한 질서에 존립하여 특정한 공간적 윤곽과 정해진 시간적 지속을 갖는다. 그러나 과학적 인식이 진보하여 고유의 방법적 도구를 갖추어 개념을 직접적으로 직관과 결부시키고 있는 인연이 점차로 풀어진다.
이미 개념은 사물의 현실성에 묶인 채로 가능적인 것의 자유로운 구성으로 높아져 간다. 예전에 단 한 번도 생긴 적이 없는 이러한 개념을 고찰의 범위로 끌어 들이고 그것을 규범 또는 사고상의 척도로 수립한다. 바로 이 움직임이야말로 엄밀한 의미에서의 이론을 단순한 직관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이론은 직관의 틀을 벗어나는 것에 의해 처음으로 순수한 이론으로 완성된다. 순수한 사고가 직관이라는 모태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안 되며, 순수한 사고가 원리적으로 비직관적인 본성을 갖는 형상에까지 발전해 가지 않으면 어떠한 이론도 자연적 사건에 관한 정밀한 이론이나 수학적 이론으로 성립될 수 없다. 그리고 최후의 결정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이러한 형상이 객관적인 존재의 참된 역할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상에 의해서만 존재의 법칙성이 말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형상은 제1단계의 객관에 대하여 보다 높은 차원의 객관이라고 불려야 할 새로운 종류의 객관을 구성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