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에로스 -
아가야
최초의 혼돈에서 태어나 누구의 아이도
아니었던 너,
어느 날 미의 여신 아들이 되어
화살통에 황금 화살촉 수북이 담고
신전의 지붕을 날아다니네
사랑의 전령사 되어,
제비가 둥지를 틀고 오래된 나무를 두고
떠나지 않는 섬
푸른 해안가에서 너를 만나니
활시위를 잘못 당겼을까
어느 비련의 여인 응징으로
한쪽 날개는 꺾여 보이지 않고
완벽한 신의 이야기에 사족(蛇足)을 달아본다
인간의 사랑이란
환희의 연작시 그리고
침식되어 가는 배반의 모래알
그래도 쉼 없는 파도 같은 사랑 속에
너 에로스는 잠들어 있구나
*인류 최초의 황금시대에서 자멸해 버린 인간들은 프로메테우스 형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듯
태어나 죽으며 사랑, 미움, 슬픔을 겪는 무수한 시간의 강을 건너간다
하늘로 뻗는 저 물푸레나무의 정령처럼 영원회귀를 꿈꾸던 인간들은
그들을 두고 떠난 신들의 고요한 숲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하는데
그림으로 펼쳐낸 나의 작품들처럼......
마지막까지 인간을 보살펴 주고 간 처녀 별자리의 신처럼
언젠가는 나도 그림을 두고 떠나겠지만 신과 인간의 이야기만큼 감동을 주며
나를 매료시키는 것이 없다
고대의 항아리들이 늘어서 있고 사슴이 길을 막는 미노안 왕국
왕자의 사냥터에서 내 스케치는 잠시 숨을 고른다
크레타섬 해안가로 떠밀려 온 에로스의 조각상이 잠으로 휴식을 취하 듯......
신의 제전에서 인간들에게 받았던 한없는 사랑을 돌려주려고
그 애는 우리들에게 화평의 화살촉을 겨누며 물의 신화로 되돌아오는 것일까
수 천년의 바람이 올리브 나무를 키워냈듯이
미의 여신 어머니 금성은 해가 진 뒤에도 에로스를 위해 어슴프레
비밀히 빛을 보내오고 있다.
시인화가박정해
*프로필
개인전 4회(L.A Park View Gallery)
일본 신원전 은상 수상
쇼슈가이전, 대한민국회화대상전 입상
서울국제아트엑스포 2023 초대전 다수
신화를 찾아 이집트 그리스 사모스 크레타섬 스케치 및 전시
2007월간시사문단 시로 등단
센토 그림과 시로 달리다 제2시 화집 출간
한국미협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버질아메리카회원
센토와 소녀작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