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槪念)과 표상(表象) Ⅱ
예전에 하려고 했던 추상이론비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론(異論)을 제기한 적이 있다. 즉, 이 비판은 최고도로 발전한 개념, 수학이나 수학적 물리학의 제반 개념으로부터 출발할 경우에는 확실히 맞을 지도 모르지만, 과학적 인식 앞 단계에 눈을 돌리면 과학의 목표로는 완전히 떨어져, 아직 이론에 의해 바꾸거나 이론을 지우거나 하지 않고는 자연적인 세계상에 있어서 이미 보여지는 개념형성을 근저에 설치하면 즉시 무효가 된다는 이론(異論)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자연적 세계상에 보여지는 개념형성에 대해서는 추상이론의 주장이 유효한 직관적 개념이 사실상 일련의 구체적인 감성적 지각의 결과로 일반적 기억상이 발전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막스·브로토와 페릭스·베르치의 공저 『직관과 개념』에서 시도하고 있는 추상이론의 명예회복은 개념에 관한 추상적인 사고방식의 본질적 제반특징을 두드러지게 할 때 외에는 첨예함과 간결함에 의해 되돌아 오고 이 사고방식이 결국은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는 변증법을 명확히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본적 견해에 따라 개념을 수행하게 되는 본래의, 그리고 인식에 있어서 본질적인 그 움직임은 감각이나 지각을 제공하여 선명하게 하나 하나 확정한 상을 불선명한 표상으로 변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명확한 것이 개념의 필요조건으로 간주되는, 그것이야말로 개념이 존재해야 할 생식(生息)환경에서만 개념이 호흡할 수 있는 대기권이라고 하는 것이다. 브로토와 베르치는 면밀한 심리학적 분석에 의해 지각이나 직접 직관적 표상이 어떻게 해서 서서히 개념의 이러한 환경에 파고 들어가는지를 가리키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매개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기억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각각의 감관인상(感官印象) 상호의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하여 그것을 개념이 이어받아 추진해 가게 된다. 사실 자기관찰을 해 보면 참으로 독자적인 기억상이 비슷비슷한 체험의 영향을 확실하게 모면하고 있는 지극히 순간적인 체험의 기억상이 얼마나 드문지가 밝혀진다. 대개의 경우 하나의 기억상은 일련의 인상(印象)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 한 사람의 친구를 상기할 때 이 친구는 나와의 많은 관계 가운데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또 내가 어떤 풍경을 떠올릴 때 그 풍경은 내가 몇 번에 걸쳐 본 것과 달라지기도 하고 다른 분위기로 눈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상은 많은 상위점(相違點)을 가리키지만 그렇다고 직관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직관적으로 보면, 무한히 진행하는 세분화로부터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기억상으로 분해되어 가려는 것을 결합하고, 다시 높은 차원의 통일체가 차지하는 모든 표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으로 일반적 기억상을 말하게 된다. 일반적 기억상은 바로 이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일반적 기억상은 뚜렷하지 않은 표상이므로 서로 다른 많은 선명한 표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하는 성질 때문에 그 가운데서 많은 표상을 포섭하고 있다.
이 일반적 기억상에 있어서 선명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교차하는 상태에서 체험한 표상총체의 하나가 복사(複寫)되어 그것들의 표상 전체가 일반적 기억상 가운데 뚜렷한 부분의 지정층(持定層)에 의해 대리되어 드러나는 것이다. 이 사태를 나타내기 위해서 브로토와 웰치는 특정한 기호, 즉 A+라고 하는 기호를 도입하고 있다. 여기에서 A는 다양한 밝음이나 분위기에서 나타나는 풍경과 같이 다양하게 체험된 표상의 공통적인 부분을 의미하고, 다른 면의 서로 다른 부분은 서로 용해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두드러진 서로 모순되는 것으로 끌려 나와 언뜻 대립하는 두 개의 성질, 즉 직관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을 하나로 결부시키는 보조수단을 뚜렷한 성격에서 찾아낸다. 바로 직관적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추상적인 표상이 있다. 즉 A+라고 하는 형식을 가진 뚜렷한 표상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고작용(思考作用)을 과학적 인식의 영역에서 좁히지 않고, 생생하게 나타나는 총체에 있어서 포착하는 참된 사고에 의한 심리학의 기초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에 의해 처음으로 거론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고작용의 본령은 A+라는 형상의 생생한 활동에 다름 아니게 된다. 우리들이 뚜렷한 일반적 직관에서 사고하고 있다는 것이 확증된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