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화동 북촌로 5가길에 위치한 가고시포갤러리에서는 2023년 8월 16일~8월 20일까지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이 전시된다.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나무인간 연작은(2008~) 자연의 대명사인 나무의 옹이와 결을 인간의 몸과 조합하여, 세상의 경계(인간과 자연, 남과 여, 서양인과 동양인 등) 너머의 통합된 존재로서의 나무인간을 제시한다.  몽타주 시리즈(2016~)는 얼굴 이미지를 특징으로 하는 상상의 몽타주로서, 나무인간의 몸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의 관계에 놓이며, 아직은 불편하고 불완전한 모습으로 제시된다.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이번 전시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은 성별갈등, 연령갈등, 심지어 국지전이 발생하고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우리의 삶과 지구를 보여준다. 우리는 손가락(digit) 아래의 단말기를 통하여 한차례 굴절된 세계를 인식하며(作. Homo digitalis. 2022), 실제의 세계가 얼마나 심각한 병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그 병적인 갈등이 과연 회복가능한 갈등인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치과의료영역에서 균열치아증후군(Cracked-tooth syndrome)은 그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균열된 치아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한다. 그 불편감은 당장은 일상생활이 가능하기는 하나, 더 진행되면 뿌리까지도 균열이 진행되어 발치를 요할 수 있는 중증으로 치달을 수도 있고, 당장의 근관치료나 수복치료 등을 통해 회복가능한 경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러한 균열은 겉보기와 달리 그 심연을 알 수 없고 '드릴로 균열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파봐야 안다' 로 귀결된다.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최근 병적으로 치닫고 있는 이 사회의 계층갈등과 성별갈등은 해결되지 못하는 평행선을 유지중이며, 최근에는 유행처럼 번졌던 불특정 다수를 향한 칼부림 등 상해사건 및 몇몇이 일으킨 '칼부림 예고' 마저도 자극적으로 소비되었고 빠르게 대중들의 관심에서 사라져간다. 이러한 사건 사고들은 오늘날에는 '9시 뉴스'를 통해서가 아니라, 손바닥 안의 단말기라는 색안경을 통해 굴절되어버린 시각 속에서 머문다.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얼마나 깊이 그 균열이 진행되었을까? 
이 균열, 아니 사회병리적 문제는 해결가능한 것일까? 
나는 나의 굴절된 시각으로만 일련의 사건들을 판단하고 있진 않을까? 
나는 모든 문제들을 손바닥 안의 작은 단말기를 통하여 편집된 시각으로 판단하고는 있지는 않을까? 
작가는 이러한 질문 속에서 균열된 사회 속의 인간과, 균열되어가는 매체에 대해 고민한다.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IPv4의 시대에서 IPv6 시대가 되면서, 우리가 조작하고 사용하는 전자기기들은 무한한 숫자의 IP대역을 할당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이것들은 기상과 취침까지-심지어 나의 취침 패턴마저도-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고 보고하는 프로토콜이 되어버렸다. 구글과 같은 빅테이터 업체의 알고리즘은, 그러한 기록을 통하여 내가 선호하는 것과 내가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자극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끊임없이 제시해준다.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나의 선택에 따라 이러한 알고리즘은 더욱 강화된다. 그리고 빅데이터 업체들은 이것을 계속 시청하도록 종용한다. 나의 편견은 더욱 강해져가고 이 색안경을 바꿀 의지조차 잊게 된다. 여전히 방관자이자, 보고싶은것만 보는 나의 편견은 더 강화되어 갈 뿐이다. 하지만 나를 피곤하게 하고 고민스럽게 만드는 사건과 사실들 보다는, 나에게 늘상 달콤한 재밋거리를 제시해주는 빅데이터 단말기를 통해서는 현시대가 가지고 있는 깊은 균열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다.
칼부림 용의자를 '제압하고 검거'하는 것 이외에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이 사회의 균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빙산의 일각처럼 공개된 이 균열을 보면서, 동시에 현시대가 가지고 있는 그 균열의 심연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現)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한국교원대학교 서양화과, 계원예술대학교 순수미술과 출강
前)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한국교원대학교 서양화과, 계원예술대학교 순수미술과, 부산대학교 서양화과, 대구사이버대학교 교양(수채화) 출강/ 2022 안양시 재능장학생 선발 심사위원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권민정 개인전 '균열시각증후군(Cracked-aspect syndrome)'

 

■ 학력 

2018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미술학 박사 
2015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미술학 석사
2009    School of Visual Arts 졸업, BFA 

권민정은 10회의 개인전과 43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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