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 센토와 소녀

                                             

-센토와 소녀-

 

 현자(賢者)라 불린 그는 

인간을 교육시키고 말의 영혼으로 달렸다

먼 나라 북방 산기슭

강의 지류 만나는 곳에서,

신도 인간도 완벽하게 될 수 없었던

신의 실패작

반인반마(半人半馬) 센토

그들 종족의 싸움은 끊이질 않았다

누가 그에게 고통의 독화살을 쏘았는가

불사를 반납하고

하늘의 별지기가 되었네

해 돋고 달 스러지는 길목

황도(黃道)의 은하수 빛나면

한 소녀 리라를 켠다 둘만 아는 비밀의 음감

언젠가 만나면 알아볼 거라 되뇔 때

별의 눈물 떨어진다

 

포로 로마노 2011

                                         

 

이탈리아 여행길, 강의 범람에 천년을 묻혀있던 정치와 문화 중심지 포로 로마노 유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붉은 벽돌 틈새로 들꽃 무리와 제단 꼭대기에 새겨진 센토를 만난다.

오늘 글을 쓰며 오래전 사진을 보니 유난히 센토의 날개가 도드라져 구글에 검색해 보는데 아! 센토가 아닌 스핑크스였다니 파인 아트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작가의 사진은 선명했고 정말 얼마나 오랫동안 침묵하며 자기를 알아봐 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

로마 판테온 돔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들 그리고 코린트식 16개의 기둥만큼 삶이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작년 그리스 델포이 박물관에서 만난 스핑크스는 출토된 원형 그대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돌아와 작품의 주제로 전시를 하며 대한민국 헌정회 월간에 내 스핑크스 작품이 실린 것도 예사롭지가 않다.

그림을 하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반한 나는 반인반마 센토족의 현자 케이론을 흠모했는데 불가의 선근 (善根) 인연인가!

1천 겁의 선근을 심지 못해 센토가 내 나라에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9천 겁에 이미 형제의 인연으로 만난 게 틀림없다.

초대받은 연회에서의 싸움으로 결국 독화살에 맞은 케이론이 죽어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하늘의 사수자리가 된다.

인간의 지적능력과 야수적 본능의 반인반마 신화는 신의 실패작임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실연(失戀)을 이기게 해 주고 팔라티노 언덕 스핑크스 무언의 손짓 또한 내면의 힘을 키워줬던 것을......

모두 돌아오라...... 센토도 소녀를 등에 태우고 스핑크스도 신의 사주(使嗾)로 지은 죄 참회하며  연인의 어깨 위에 날아올라야 한다 우리는 모두 만나야 한다.

 

시인화가박정해

 *프로필

개인전 4회(L.A Park View Gallery)
일본 신원전 은상 수상
쇼슈가이전, 대한민국회화대상전 입상
서울국제아트엑스포 2023 초대전 다수
신화를 찾아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 러시아 스케치 및 전시
2007월간시사문단 시로 등단
센토 그림과 시로 달리다 제2시화집 출간
한국미협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버질아메리카 회원
센토와 소녀작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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