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노력으로 사유, 숙련, 구도와 조화를

끊임없는 노력으로 사유, 숙련, 구도와 조화를 -
박명인(미술평론가·한국미학연구소 대표)

미술은 미를 표현하는 기술이다. 그 만큼 숙련이 필요한 것이고 그것은 반복되는 연마과정에서 시간 결과로 나타난다. 이것을 신애선은 ‘노력하고, 고민하고 시간의 소여로부터 나타나는 정직한 흔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신애선의 화의(畵意)에서 입증할 수 있다.

사물을 관조하는 통찰력의 표상(表象)
사물을 관조하는 통찰력의 표상(表象)

 

특히 자연을 대하는 인식의 힘이 남다르다. 일례로, 포도가 익어가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감득(感得)하고 있는 신애선의 통찰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그의 작가노트에는‘연두색 포도알갱이가 노랑으로, 연분홍으로, 분홍으로, 빨강에서 자주 빛으로 그리고 보라색에서 푸른 색으로 끝내는 검푸른 색으로 변해가는 색의 신비’라고 피력한 문구가 있다. 이같은 섬세한 사유는 감성적이며, 통찰력의 결과로서 회화의 근저를 완성하는 동기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추구하고 도전하는 열정을 통해 스스로 변화의 미를 완성해가는 정신세계의 표상이다.


이것은 정물을 관조하면서 얻어지는 결실이지만 정물 하나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모든 물질의 질량을 파악하는 힘이고 회화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능력이다. 이 같은 심미의식은 관상에 의한 미적 체험에 의한 예술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며, 자신만의 개념과 준칙을 세우면서 창의성을 만들어 내는 심미활동이다.
장자(莊子)는 ‘사람이 사람과 화합하는 것을 인락(人樂)이라고 하고, 천지의 이치와 화합하는 것을 천락(天樂)’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인락과 천락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협화(協和)이다. 즉, 음악에 있어서는 하모니라고도 한다. 하나 이상의 서로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말하는데 우주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서로 다른 수많은 물질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현상을 신애선의 회화로 말하자면, 사유와, 숙련된 기술력과, 구도에 의한 조화, 색채의 신비, 그리고 수채화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사물을 관조하는 통찰력의 표상(表象)
사물을 관조하는 통찰력의 표상(表象)

 

수채화 기법은 유화보다 오히려 다양하다. 물감과 물의 시간성에서 강하게 작용하는 투명기법으로 사상(事象)을 표현하는 데는 소묘력이 뛰어나야 한다. 종이 위에 수분을 흡착시키고 물감이 베어 들어가는 속도감을 이용해 사물의 무궁한 변화를 그려 내는 흐리기 기법으로 강렬하고 정교한 묘사력을 명증(明證)하는 예술적 창조성이 있다. 신애선의 회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수채화는 유화와 같이 불투명하게 그려 내는 방법도 있지만 신애선은 수채화의 진미를 살리기 위해 불투명기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불투명 기법은 묘사력이 부족할 때 덧칠하거나 스케치를 가림으로써 투박한 질감으로 정착시키지만 여기에서는 섬세한 수채화의 묘미를 잃게 된다.


그것은 프랑스의 예술철학에서 하나의 체계보다는 방법을 존중하는 데서 독창성을 찾는 것과 같다. 수채화가 규정하는 형식주의도 없고, 역사성조차 초월하면서까지 자신의 판단기준을 설정하고 사물의 조화, 색채의 대비, 빛의 명암, 형체의 균형을 간결성과 환희적인 색감으로 구성한 사유형식(思惟形式)의 독창성이다.
어떤 그림에서는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사물들이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그 사물을 보면서 예술적인 특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주변의 간과하기 쉬운 사물들로부터 미적 특성을 찾아내어 그러한 평범한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그 그림에서 신애선의 창의성이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성은 신애선의 특성이다. 매일 보는 사물로부터 미적 가치를 체험하면서 파악된 사유를 그림으로 완성한다. 여기에 투명수채화의 간결하고 청아한 풍미가 특징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나타난다. 조화란 ‘복잡 다단한 원소들에 의하여 형성된 통일체이며 조화되지 않는 원소들 사이에 존재한 일치적인 것’이라고 필로라우스(Philolaus)가 말했다. 말하자면, 서로 같지 않은 것, 상관성이 없는 사물이 고르지 못한 상태로서 배치되어 있을 때 그와 같은 일치성적인 것과 통일성적인 것에 의하여 조화되고 팽팽하게 결합되어 있는 상태가 곧 조화이고, 우주는 하나의 조화적 방식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회화에 있어서는 관념과 표현해야 할 모든 감정을 생생하게 느껴서 강력하게 나타내는 질과 곡의 표정과 리듬의 양자 협력으로부터 표현개념이 기본적으로 반영하여 특별한 효과를 초래하는 질이 된다.

사물을 관조하는 통찰력의 표상(表象)
사물을 관조하는 통찰력의 표상(表象)

 

원리적으로나 미학적으로 이와 같은 논리를 주장하는 신애선의 미적 개념은 ‘반드시 유용한 미’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용한 미가 아니면 추(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는 감각으로 감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철학적 사고, 즉 이성에 의하여 감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식(理式)적인 세계의 미를 안정시킨다.
신애선의 심미 주체는 직관, 상상, 이상, 풍격, 정절, 취향 등의 심미상태가 감수되어 비로소 사물을 관통(貫通)하고 내면의 미적 진리를 감득하였기 때문에 포도라는 단순 식물에서도 변화의 미와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된 것이고 따라서 사물의 가치를 그림으로 표현하게 된 숭고미가 이루어진다.


포도그림은 한정된 원고량에 의해 일례로 들어 분석한 것이고, 그 밖에 꽃이나 정물, 풍경화에 이르기 까지 폭 넓게 묘사하고 있다. 전체적인 특성으로는 배면을 추상적으로 묘사했거나 사실결여의 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유화에서는 보기 힘든 수채만의 방법으로써 여러 가지 미적 효과 중에 일정한 부문을 비워 둠으로써 매우 중요한 이미지를 창출해내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가장 깊은 초현실적인 엄숙미라든지, 신비감이라든지, 또는 그 작품의 가장 깊고 중요한 미술상의 유심적 영역이라는 것이 사실결여가 가장 깊게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미술제작에 있어서도 이러한 최심(最深)의 감명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험을 작품제작으로 생각한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사실을 시종일관하는 사람은 이 말에 반대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을 시종일관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가장 깊은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순수한 사실적 미의 요소를 들여다 보았을 때, 일체의 미적 요소는 모두 사실결여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미술에 있어서는 화면의 구상이든, 추상이든 어떠한 부분이라도 미를 표출하기 위해서 그려지거나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묘사한 현실의 상을 예술로 바꾸어서 나타낸다는 점에서 미화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일체의 미술의 미를 순수한 사실적 요소로 들여다 보면 사실결여도 미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신애선이 끊임없이 추구하고 도전하면서 반복 수련하는 데는 이러한 이론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서, 사실성과 추상성이 공존하고, 비워 둔 결여의 미가 돋보이고, 일상생활에서 지나치기 쉬운 많은 사물의 질량이 하나의 예술로 재창출되어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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