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槪念)과 표상(表象) Ⅰ
   
개념을 순수하게 재생산적인 성향에 의해 설명하고, 그러한 성향으로 제한하려는 개념이론은 모두 필연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다. 직관이나 표시 기능의 영역에 있어서는 이러한 제한이 성립되지 않는 사실이 모두 입증된 것이다. 이미 이 영역에서 경험적 지각이나, 경험적 인식 일반에 관한 이론을 총괄하기에 도처에서 출산적 구상력 기능의 도움을 빌리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개념에 있어서 산출적 구상력의 활동은 훨씬 강하게 증대하고 있다. 

Bacon Francis
Bacon Francis

 

따라서 개념을 재생물의 총화, 즉 단순한 기억상의 통합으로 바꾸어 버리려고 하면 그것만이라도 이미 개념이 단순한 본질을 손상시키게 된다. 그런 점에서는 간단히 현상학적으로 성찰 해 본 것뿐이라고 해도 이미 이의가 생긴다. 말하자면, 개념을 직접 드러낸 그대로 보면 기억표상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서 불가능한 독자적인 것으로 대치하게 되는 것이다. 

개념과 기억상과의 등치(等値)를 계속해서 견지하기 위해서는 의식영역의 배후에 까지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은 순수이론학으로부터 벗어나고, 현상학으로부터 벗어나고, 생리학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개념도 이전의 감관지각(感官知覺)에 의해 뇌 안에 남겨진 무의미의 흔적이나 잔류물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이론학적 문제가 단적인 의미를 놓쳐서, 이론학이 뇌(腦)-형이상학으로 변해버리고 있다는 것을 도외시하는 것이라 해도-, 만약에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참된 문제라고 한다면 개념은 그 과제를 극히 졸렬하게 만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실을 개념적 사고로 포착하여 깊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나에게서 보면 마치 멀리 어떤 대상을 더욱 잘 인식하기 위해서 대상 바로 그것에 가까워져 곧 관찰할 수 있는데도 높은 탑에 오르고, 거기에서 그 대상을 조망하려고 하는 사람과 같이 생각된다고 말한 프랜시스 베이컨(Bacon Francis) 의 조소(嘲笑)가 정말로 되살아 오게 된다. 이 조소에 있어서도 한 점만은 정확하게 간파되고 있다. 이를테면, 개념에 있어서의 특유한 태도는 개념이 직접적 지각과 멀고, 일반적으로 대상을 그 시야에 두기 위해서 멀리하는 일종에 관념적인 거리(隔差)로 밀어젖히지 않으면 안 되는 곳에 있다는 점이다. 개념은 대표(再現前化)가 되기 위해서 현전(現前)을 파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Bacon Francis
Bacon Francis

 

   그러나 개념의 이 전환은 엄밀한 실증주의에 있어서라고 한다면 부정적인 의미는 지탱하지 못한다. 지각의 분석이나 직관적 인식의 분석이 계산대로 지각이나 직관적 인식에 있어서 선명하게 이러한 이행을 요구할 수 있어서 어떤 한계 내에 있어서는 수행되고 있다. 수행을 해 보면 개념기능은 인식의 전체적인 균열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 그것은 감성적 인식, 즉 지각적인 지식의 초기단계에 있어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것이 증거로 나타나는 근본적 동향을 속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속행이야말로, 처음으로 참된 공인(公認)이나 정당화가 조정된다.

예전에 하려고 했던 추상이론비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론(異論)을 제기한 적이 있다. 즉, 이 비판은 최고도로 발전한 개념, 수학이나 수학적 물리학의 제반 개념으로부터 출발할 경우에는 확실히 맞을 지도 모르지만, 과학적 인식 앞 단계에 눈을 돌리면 과학의 목표로는 완전히 떨어져, 아직 이론에 의해 바꾸거나 이론을 지우거나 하지 않고는 자연적인 세계상에 있어서 이미 보여지는 개념형성을 근저에 설치하면 즉시 무효가 된다는 이론(異論)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자연적 세계상에 보여지는 개념형성에 대해서는 추상이론의 주장이 유효한 직관적 개념이 사실상 일련의 구체적인 감성적 지각의 결과로 일반적 기억상이 발전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막스·브로토와 페릭스·베르치의 공저 『직관과 개념』에서 시도하고 있는 추상이론의 명예회복은 개념에 관한 추상적인 사고방식의 본질적 제반특징을 두드러지게 할 때 외에는 첨예함과 간결함에 의해 되돌아 오고 이 사고방식이 결국은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는 변증법을 명확히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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