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부터 '죽음과 노화' 프로젝트 2년 동안 선보여
- 장애인 무용가들의 시댄스 첫 등단

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3) 포스터. 제공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3) 포스터. 제공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3)가 9월 1일(금)부터 17일(일)까지 서울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한국 포함 9개국(무용단 23개, 무용가 196명)이 참가, 26편의 작품을 공연한다. ▲죽음과 노화 ▲국제합작 ▲호주 포커스 ▲해외초청 ▲국내초청 ▲기획제작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대학로극장 쿼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울남산국악당 등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올해부터는 2년 동안 '죽음과 노화' 특집이 준비된다. 이는 인간 생애주기에 대한 깊은 고찰을 무용으로 해석하기 위해 기획됐다. 홍신자 '이불 위에서', 예효승(블루포엣무용단 예술감독) '흔적들(feat. 의식의 흐름)', 남정호 외 3인 'Aging body(노화하는 몸)', 양한비 '저는 지금 죽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김혜연 '예술래잡기술' 등 총 5팀이 참가한다.

 

국제합작 프로그램은 독일과 한국이 함께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독일무용단 바디토크(Body talk) 예술감독 와키 요시코의 안무에 한국인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코리얼리티(Koreality)'가 준비돼 있다.

 

호주 포커스는 루시 게린(Lucy Guerin)의 '쪼개진(Split)', 레스틀리스 무용단(Restless Dance Theatre)의 '노출된(Exposed)', 시드니의 독립무용가 류이치의 솔로 등 등 호주 무용가들의 뛰어난 실력과 높은 작품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초청은 이스라엘 카타몬 댄스그룹(c.a.t.a.m.o.n Dance Group)의 '어딘가(Somewhere)', 스페인 가스톤 코레(Gaston Core)의 '마지막 남은 북부흰코뿔소(The Very Last Northern White Rhino)', 프랑스 아르무브(Cie Art Mouv’)의 '제임스 B를 기다리며(Waiting for James B)', 그리고 이탈리아 스펠바운드 현대발레단(Spellbound Contemporary Ballet)은 이틀 동안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첫째날은 '트리플 빌: 화성-애피-리얼 유(Triple Bill: Marte-Äffi-The real you)', 둘째날은 '비발디아나(Vivaldiana)'를 공연할 예정이다.

 

국내초청 또한 다양한 무용단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무용역사기록학회의 'Reconnect History Ⅱ: 각선(脚線)의 약동(躍動)', 윤미라 '산조춤, 그 흐름 속으로', 김수정 '생의 찬미(The Compliments of Life)', 이루다 '디스토피아 3-중독', 최수진 'Alone', 엘디피(LDP) '자식들(Children)', 유빈댄스(UBIN DANCE) '감각자료(Sense Datum)'가 무대에 오른다.

 

기획제작에 '댄스있송'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무용가 춤선캡(CHUMSUNCAP)의 'me’me'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남산국악당과 SIDance의 공동사업인 '한국의 춤-전통춤마켓’'과 '유파전'도 진행된다. '유파전'은 김진걸산조춤보존회 '산조 그 고귀함의 의미', '한국의 춤'은 '9인 남성전통춤전'이다. 이어 작년과 같이 젊은 안무가들의 창작계 본격 진입을 지원하는 '시댄스 투모로우(SIDance Tomorrow)'도 마련됐다.

출처 홍신자 안무가 ⓒ 스튜디오 나
출처 홍신자 안무가 ⓒ 스튜디오 나

 홍신자 - <이불 위에서>

'이불 위에서'는 안무가/무용수 홍신자, 연출 민경언, 설치미술가 신소연의 컬래버레이션이다. 9월 6일(수) 대학로극장 쿼드(SFAC Theater QUAD)에서 공연된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세 사람이 각각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가 '자유'라는 점이다. 이들이 표현하는 자유는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작품은 죽음의 본질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공의로운 영혼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인간이 갈망하는 자유와 개인을 억압하는 모든 굴레로부터 해방을 위한 에너지를 공연과 전시를 통해 구현한다. 희고 깨끗한 이불 위 무대에서 삶의 시작과 끝, 끝의 숭고하고 순수한 자연인으로서의 순간을 연상케 한다.

 

홍신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용가, 명상가, 베스트셀러 작가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 세계적인 현대무용가다. 1973년 뉴욕 무대에 '제례'를 올리며  세계 무용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나이가 무색한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평생 ‘자유’를 화두로 자신만의 삶과 예술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20세기 한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출처 김혜연 안무가 예술래잡기술 대표사진
출처 김혜연 안무가 예술래잡기술 대표사진

 Chat gpt와 무용의 최초 결합! 김혜연 - <예술래잡기술>

김혜연 안무가는 Chat gpt와 무용의 결합작 '예술래잡기술'을 9월 9일(토)과 10일(일) 연희예술극장(Yeonhui Art Space)에서 선보인다. 안무가가 Chat gpt를 활용하여 창작한 한국 최초의 작품이다. 인공지능의 창작물들이 예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가운데, 무용의 결말은 어떠할지 답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이 작품 역시 '죽음과 노화'를 주제로 한다. 안무가는 '몸이 없는 기술이 함께 춤을 출 수 있을까?'란 물음에 "노화라는 주제로 AI와 술래잡기를 할 것"이라 말한다.

 

또한 인공지능을 "안무가에게 역설적인 존재"라고 일컫는다. 안무자는 ‘창작’이 더 이상 인간의 고유영역이 아니게 된 상황에서, 오감이 불가능한 인공지능이 예술을 한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그와 동시에 Chat gpt를 활용해 작품의 대본을 구성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했다. 감정과 육체가 없는 AI가 죽음, 노화같은 철학적인 주제를 두고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하게 된다.

 

'예술래잡기술'은 2023 서울문화재단 예술활동선정작이다. 안무는 김혜연, 연출은 임진호가 맡았다. 공동창작 및 출연에 박진경, 이예닮, 이수림, 김혜연.

 

출처 Exposed ⓒ Roy Vandervegt
출처 Exposed ⓒ Roy Vandervegt

▶ 레스틀리스 무용단(Restless Dance Theatre) - <노출된(Exposed)>

시댄스가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 무용수들의 무대를 올린다. 호주 레스틀리스 무용단(Restless Dance Theatre)의 '노출된(Exposed)'은 9월 17일(일) 대학로극장 쿼드(SFAC theater QUAD)에서 공연된다. 레스틀리스 무용단은 호주의 무용극을 선도하는 단체로,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무용수들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레스틀리스의 예술감독인 안무가 미셸 라이언(Michelle Ryan)은 발군의 무용수로 활발히 활동하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작품은 그가 살며 겪은 개인적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장애인 무용수들의 출연에만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퍼포먼스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무용수 출신의 장애인 안무가 미셸이 창작한 작품의 질은 기존에 보아왔던 장애인 무용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는 자신이 일상에서 겪은 불편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상력과 다양한 신체를 가진 무용수들을 모아 뛰어난 무용예술로 승화시켰다.

  

미셸 라이언은 무용 분야에서 30년이 넘는 경력을 쌓은 노련한 예술가이며 2013년부터 레스틀리스 무용단의 예술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2020년에는 호주 예술위원회 무용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녀의 작품은 호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페스티벌과 극장들에 초청받고 있다.

 

출처 Waiting for James B ⓒ Cie Art Mouv'
출처 Waiting for James B ⓒ Cie Art Mouv'

 아르무브(Cie Art Mouv’) - <제임스 B를 기다리며(J'attends James B, Waiting for James B)>

프랑스 코르시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르무브(Cie Art Mouv’)는 '제임스 B를 기다리며(J'attends James B, Waiting for JamesB)'를 9월 4일(월)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재즈 베이스의 작품으로, 힙합 등 프리하고 강렬한 춤 스타일이 단박에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다. 공연은 무대, 통로와 객석을 모두 아우르며 열광적이고도 정교한 춤으로 구성됐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전통적인 ‘블랙박스’의 역할 뿐 아니라 관객과의 ‘진짜’ 소통창구가 되는 현장을 관객들은 목도할 것이다.

 

엘렌 타데이 로슨(Hélène Taddei Lawson)은 현대무용 및 어반 댄스, 사운드 디자인, 음성 및 비디오를 통해 종합적인 분야를 개발한 안무가이자 무용수다. 그녀는 작품 안무, 박물관과 같은 특정 공공장소에서의 공연, 댄스 필름과 영화, 예술적 설치물을 만든다. 또한 프랑스 바스티아에서 열리는 플라트포름 당스(plateforme danse)축제, 국제안무네트워크(International choreographic network)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아르무브(Art Mouv')는 엘렌 타데이 로슨이 1999년 바스티아에서 설립했다. 이 무용단은 예술적, 사회적, 문화적 횡단성을 통한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코르시카와 유럽 대륙을 넘어 국제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체성, 환경, 차별, 구획화와 같은 강력한 주제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실험하면서 새로운 표현 형식을 찾는 단체이다.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는 1998년 제13차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세계총회 서울 유치를 계기로 탄생했다. 지난 25년간 아시아와 유럽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을 포함한 외국 417개, 국내 538개 단체 및 무용가들의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외국의 최정상급 단체와 라이징 스타를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는 한편, 지금까지 한국 무용가를 해외로 진출시킨 공연 횟수가 260회에 육박하고 있다.

 

시댄스 이종호 예술감독은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축제의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화려한 외국 유명단체도 좋지만 그동안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국내 안무가들에게 좀더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다. 마치 늘 유럽이나 아프리카처럼 먼 곳만 바라보다가 국내 혹은 아시아 이웃나라들의 풍광과 정서에 눈길이 가게 된 것 같다고나 할까. '죽음과 노화' 역시 이 기간 우리 삶의 바깥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특집 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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