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빛 혜윰프로젝트상 _ 최형락
온빛 후지필름사진가상 _ 손승현
온빛 신진사진가상 _ 이두기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다큐멘터리 사진이 가진 가치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사진가들의 활동을 응원하고자 설립된 온빛다큐멘터리가 12년이 되었다. 온빛다큐멘터리가 수여하는 온빛사진상은 국내 사진가들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 사진상으로 성장하였고,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발전을 위한 사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다큐멘터리 사진 프로젝트의 공모와 전문가, 일반인의 심사를 거쳐 3개의 우수 작품을 선정하였다. 
온빛다큐멘터리 사진상은 온빛–후지필름상’과 ‘온빛–혜윰상’ 수상자 2명을 선정하여 작업 지원 목적으로 각각 500만원 및 카메라 장비 지원을 하며, 온빛신진사진가상은 35세 이하 젊은 사진가 1명을 선정하여 2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수상작은 서울, 광주, 대전, 대구 순회전시를 통해 소개되어진다. 

이번에 선정된 온빛다큐멘터리 수상작은 이두기의 ‘하나의 방,두 개의 기억’, 최형락의 ‘배어든 전쟁’과 손승현의 ‘Homecoming : 타향, 고향, 귀향’이다. 

‘하나의 방,두 개의 기억’은 분단된 나라의 미국 주둔지에서 살아가는 두 여인의 질곡된 삶을 오랫동안 밀착하여 보여주었으며 ‘배어든 전쟁’은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슬픔과 절망, 그리고 극복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손승현의 ‘Homecoming : 타향, 고향, 귀향’은 혼재되어가는 세계인의 삶 속에 디아스포라 생활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사회적 상황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감상자와 교류하며 사진가가 관심을 가진 이슈에 대하여 묘사하고 자기의 주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이다. 그러한 과정은 주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며 대상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자세가 필요하다.”

 온빛다큐멘터리 운영위원 조대연(광주대 사진과) 교수가 밝힌 ‘심사의 주안점’대로, 세 작품 모두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을 오랜 시간에 걸쳐 사진으로 구성하고 감상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보여졌다는 것이 일치된 평가다. 

세 사진가의 수상작을 모두 볼 수 있는 2023 온빛사진상 전시는 7월 18일부터 2주간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이후 대전 갤러리 탄,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순으로 순회 전시가 이어진다. 

최형락
최형락
최형락
최형락

<작업노트>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수백만 명의 난민이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 인접국의 국경으로 몰려들었다. 지금까지 발생한 전쟁 난민은 800만명, 이 중 아직 돌아가지 못한 난민이 400만명에 달한다.

그해 3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만났다. 깊은 밤, 국경을 넘는 얼굴들이 복잡해 보였다. 무사히 위험을 벗어났다는 안도감 위로 낯선 타지에서 느껴야 하는 불안감이 겹쳐 있었다. 며칠 동안의 고생길이 끝났지만 타국에서의 피난 생활은 이제 시작이었다. 갑작스런 피난길에 일상은 어긋나 있었고, 며칠 간의 긴장과 선잠으로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다.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이들을 괴롭혔다. 깊은 슬픔과 절망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생존해야 하는 눈빛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예민하고 잔뜩 긴장한 얼굴들이 그때 그 국경 위에 있었다. 

2023년 3월, 다시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기차는 18시간만에야 키이우에 닿았다. 키이우 외곽은 곳곳이 폐허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폐허를 보는 일은 그 과정을 상상해야 하

는 일이었다. 폐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 역시 가늠키 힘든 비참함을 짐작해 본 뒤에야 가능한 일이었다. 폭격 받은 아파트엔 빨래가 널려 있었고 사람들은 불탄 자동차 사이를 지나며 안부 인사를 나눴다.

전쟁은 총알과 미사일이 아닌 평범한 이들의 일상으로 기록돼야 한다고 믿는다. 깨지고 흔들렸지만 일상은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소수의 권력자가 일으킨 파국이 먼 땅의 사람들 머리 위로 떨어졌지만 그들 모두의 일상을 끝내 어쩌지는 못했다. 키이우 지하철역에서 춤을 추던 사람들과 감자 심을 땅을 일구던 발렌티나 할머니의 몸짓 앞에서 전쟁은 작아보였다. 일상에 배어든 전쟁을 보려 할수록 전쟁을 작아지게 만든 일상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가 최형락
인간의 근원적인 이미지에 관심을 갖고 그것이 드러나는 현장을 찾아 사진작업을 하는 최형락이다. 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과 밀양 송전탑 사태의 기록을 그만의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사진으로 2015년 <두 마을 이야기> 개인전을 열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연평도 포격, 동일본 대지진, 그리스의 시리아 난민캠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역시 일관성있는 톤으로 작업했으며 한편으로는 한국의 한지와 명주, 소주 등 전통 문화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촬영하고 있다. 언론사 기자로 일하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며 사진집 <사진, 강을 기억하다>,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등을 냈다. 개인전 외에도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온빛사진상을 수상했다.

온빛 후지필름사진가상_손승현 <Homecoming 타향, 고향, 귀향>

손승현
손승현
손승현
손승현

<작업노트>

1999년, 여름, 과천
당신은 기다립니다. 당신은 침묵합니다. 때를 기다립니다. 시간. 태양이 떠서 질 때까지 하루를 나타내는 돌멩이를 하나 놓습니다. 시간의 배를 채웁니다. 돌멩이 돌멩이. 삼백육십 오일을 삼십 육 년으로 곱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 은 그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차학경, 칼리오페, 서사시

사람이 세상에 와서 살아갈 때 사회 공간 속의  많은 제도, 환경과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 나는 그 동안 한반도에서 태어나 한국을 떠났거나 오랜 시간 지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나의 궁극적 관심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모습들과 사람들에게 그런 사회적 삶을 살게하는 사회적 환경, 제도들이다. 한국인들이 각기 고향을 떠나 살아가야 했던 낯선 이방인의 땅, 각기 다른 사회 속 제도와 관습, 권력 등은 사람의 모습과 얼굴모양 마저도 바꾼다. 

<Homecoming: 타향, 고향, 귀향>에서 보여지는 사진들은 지난100년 동안 미국을 포함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사할린, 중앙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세계곳곳을 떠돌아 다니면서 살아야만 했던 기구한 운명의 한국 사람들의 삶의 증언으로서의 기록사진이다. 현실의 삶이 척박하고 힘들고 괴로워도 아름다움과 결합될 때 긍정적 효과와 연결된다는 생각을 사진작업을 통해 표현해 내고자 했다. 시작은 이들의 타향살이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 집은 살고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머무르는 곳이다. 천천히 이들이 사는 집안 방안을 살펴본다. 빛 바랜 가족사진들. 편지들, 메모들, 증명사진, 통행증, 소포꾸러미…중앙아시아 알마티에서 만난 한 가족은 조부모와 부모, 자식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 고향이 모두 달랐다.  이들은 타향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언젠가는 돌아갈 고향에 대한 귀향도 계획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지만 이들의 죽은 가족 이야기도 함께 한다. 또한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이주 당하고 나쁜 죽음(객사)을 맞이한 강제징용 유골과 유령들의 귀향 이야기를 추적해 일본 북해도를 여러차례 여행하기도 했다. 또한 냉전과 분단이라는 한국사회의 암울한 역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리 현대사의 소수자로 인식되어온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Homecoming: 타향, 고향, 귀향>작업은 지난 25년여간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고향을 떠나 타향의 삶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온 수많은 한국인의 삶 이야기이다. 이들 수백 명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은 그저 한장의 기록된 이미지가 아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은 작가로서 가진 질문-‘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각각의 대답이며, 놀라운 생명력의 표상이다. 그들은 인생의 매 순간 감당하기 힘들고 어려운 선택이 다가와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이들의 얼굴은 삶의 지도와 같았다. 거친 역사를 통과하면서 생존하며 견딘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보이지않는 삶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길 기대한다. 
 
<Homecoming:타향, 고향, 귀향> 사진작업은 한국에서 다른 사회로 이주하며 겪어야 했던 한국 이주민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다양한 문화계층이 공존해 살아가는 한국의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오랜 기간 타국의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의 삶의 이야기를 온,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소개해 나가려는 의도로 시작되었다. 

사진가 손승현
사람과 그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 사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손승현은 사진작가이자 사진인류학자이다. 한국인을 비롯한 몽골리안의 역사, 사회,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시각예술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북미 원주민 공동체에 깊숙이 들어가 이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2002 광주 비엔날레를 비롯해 뉴욕, 이탈리아, 독일, 일본, 중국, 호주,몽골 등지에서 90여 차례 전시에 참여했고 국내외의 여러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은 책으로 미국 원주민의 이야기인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The Circle Never Ends)』(아지북스, 2007)와 『제 4 세계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Fourth World)』(지오북, 2012), 사진집으로『밝은 그늘 (Bright Shadow)』(사월의 눈, 2013),  삶의 역사- 안산, 홋카이도, 사할린, 그리고 타슈겐트 (한양대학교 글로벌 다문화연구원, 2015) 그리고 공역서로 원주민 구전문학인 『빛을 보다 (Coming to Light)』(문학과지성사, 2012)가 있다. 현재 한국 시각인류학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의 근대와 이산문제, 제 4세계 사람들(선주민)에 대한 광범위한 사진작업과 함께 초국가적인 한국인의 역사, 사회, 경제, 그리고 정체성을 사진과 텍스트로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교육분야에서 다큐멘터리사진, 영상 인류학, 초국가주의, 북미 문화 등의 강의를 했다. <70년만의 귀향> 작업으로 일우 사진상 (2022년)을 수상했고 <Homecoming_타향,고향,귀향> 작업으로 온빛_후지필름 다큐멘터리 사진상(2023년)을 수상했다.

온빛  신진사진가상 _ 이두기 '하나의 방, 두 개의 기억'

이두기
이두기
이두기
이두기

 

<작업노트>
미군이 떠나간 지 15년, 나는 경기 북부의 기지촌과 미군부대가 있던 곳을 찾아다녔다. 남겨진 건물들과 흔적들, 그리고 삶의 발자국들을. 과거를 더듬으려 의정부 빼벌마을을 배회하던 나는 그곳에서 두 할머니를 만났다.

옥자 할머니는 기지촌에서 미군과 결혼했다. 한국 주둔 기간이 끝난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낯선 땅에서 1년만에 딸아이가 태어났다.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국에 적응하며 아이를 키웠다. 기쁨도 잠시, 남편의 거듭되는 거짓과 외도에 지친 할머니는 이혼을 택했다. 딸의 양육권은 가져올 수 없었다. “그건 그 애 선택이었어, 내가 너무 억센 엄마였는지.” 

복순 할머니는 친언니에게 속아 기지촌에 던져졌다. 18살의 어린 나이부터 너무나도 힘든 일들을 겪어야 했던 할머니는 스스로 결혼하지 않겠노라 결심했다고 한다. 아끼던 동생 옥자 할머니가 이혼 후 미국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 복순 할머니는, 이제 그만 한국으로 돌아와 나와 함께 살자고 옥자 할머니에게 손을 건넸다. 돌아와서 한국에서 살자고, 함께 살아가 보자고.

그렇게 옥자 할머니는 기억의 시작 부분인 빼벌마을로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 같은 집에서 복순 할머니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을과 함께 나이 들어 그 주름이 여실히 남은 열 평 남짓 방은 할머니들이 살아온 발자국들로 빼곡했다. 옥자 할머니는 이 공간에서 복순 할머니를 간병하고,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한다. 언젠가 다시 딸을 만났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두 할머니는 내게 자신들의 기억과 감정들을 꺼내주었다. 나는 그것들을 정리하여 격랑의 시절, 떠밀려 가듯 여인의 인생을 살아낸 이들의 삶을 조망하고자 한다. 그 상징으로써 카메라 앞에 서 주신, 그리고 녹록치 않았던 삶을 내게 기꺼이 보여주신, 두 할머니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사진가 이두기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두기는 대학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면허를 취득한 이후, 독학으로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2022년 사진집단 ‘꿈꽃팩토리’에 속해 사진을 배우며, 경기 북부의 남겨진 기지촌 마을과 사람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온빛 신진사진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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