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김지현 전 추계예술대학 동양화과 교수의 추상화의 세계가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 2층 충북갤러리에서 2023년 7월 5일~ 7월 17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7월 10일 오후 4시 전시장에 들려 김지현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언어의 사용과 발달은 모든 인류의 소통과 과학, 문화라는 거대한 성을 구축하게 되었다. 무한 소통이 가능하다 믿으며 또한 그 언어로 모든 사물의 이름을 지어놓고 개념화, 상징화 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볼 때는 그 이름에 한(限)하고 보편적 개념, 상징만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며 분별한다. 만물이 한순간도 고정된 항상성으로 머물지 않음에도...
이를 일컬어 마치 건축물을 조성하기 위한 ‘거푸집’에 불과하다 생각한다. 어떠한 ‘상(像)’도 언어밖에, 보편적 이념이나 개념 밖에, 그 실체가 존재하며 거푸집을 버리고 나면 거기에 시작이 있고, 기본이 있고, 본디가 있으며, 실체가 있다.
나는 이와같은 대상을 평면 위에 표현하기 위해 거푸집을 버리고 본디로 돌아가 기본이 되는 상과 색을 사용하여 회화화 한다.
본다는 현상은 눈을 통하여 듣는 것이다.
언어의 한정성을 벗어나 잠자고 있는 감각과 의식을 일으켜 세우면 거기에 본디의 아름다움이 존재할 것이다.
김지현이 이전에 추구하고 있던 작품세계는 현실과 이상, 의식과 무의식, 안과 밖 등 이분법적 분별력을 ‘날개’를 통해 해방하고자 하는 작업이었다면, ‘상’의 집착을 놓고 해체하는 요즘 작업은 마치 불교의 空한 이치를 이해하듯 작품으로 풀어가고 있다. 멈추어진 ‘상’의 거푸집을 버리고 나면 거기에 날 것 같은 움직이는 ‘상’과 ‘색’의 본디가 존재한다. 그 존재의 아름다움을 찾아 탐닉한다.
김지현은 작업 후반기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어나 기타 보편적 가치 개념으로 한정화하고 규정지어 놓은 것들이기에 그것을 버리고 놓아 버리면 본디만이 남는다. 계절의 가을 끝에 나무가 마치 스스로 가지치기를 하듯 한평생 이어온 화업에 정화 작업을 한다. 본디를 찾아가는 아름다움에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작업한 결과물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5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인사아트센터 개인전은 충북 출신 작가들을 위해 올해 개관한 ‘충북갤러리’에서 개최하게 됨을 매우 뜻 깊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김지현의 새로운 예술세계를 엿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김종근 미술평론
김지현 작가는 오랫동안 현실과 이상, 의식과 무의식 등 이분법적인 세계를 초월하려는 욕망을 날개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이것은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유와 갈등, 고민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강렬한 본능의 표현이기도 하다.
작가가 작품 제목 앞에 'Fly'(날다)라는 단어를 꼭 붙였던 이유도 바로 그런 것 때문이었다.
추계예대에 재직하던 교수 시절 이후 작가는 문의면 두모리 산속 조용하고 고즈넉한 작업실에서 칩거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작업을 제작했다.
그 방대한 양의 작업들은 단순하게 대작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그가 해왔던 작업의 변화와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물론 이전에 보여주었던 리얼리티는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형태와 공간에 대한 해석과 간결한 색채의 구성이 압도적으로 돋보였다.
이러한 변화의 근저에는 작가가 인식하는 현실의 변화와 시각이 중요하게 간주 되었음을 증명한다.
김지현 작가는 일찍이 타고난 뛰어난 손재주의 재능과 표현 욕구를 1985년부터 한지 부조 작업에 집중한 바 있다. 그러다 2004년부터는 한지의 부조와 회화의 접목을 시도하면서 화폭의 형식을 변혁했다.
'Fly-지적인 관습의 해방'을 화면에 책 표지를 붙이고 그 위에 한지 날개를 다는 형식이 그것이었다.
이렇게 작가는 굳어지는 관습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고 그것에서 벗어나 새 영토에 도달하길 열망했다. 왜냐하면, 그럴 때 비로소 진리에 눈뜨게 된다는 함축적인 의미와 메시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지현 작가
추계예술대학교, 홍익대학교 석사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 교수 역임
김지현 작가는 개인전과 초대전 15회, 단체전 및 국제전에 400여 회 참가했으며, 지금은 한국미술협회, 후소회, 한국화진흥회 회원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