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 길 위의 돈키호테
박정해作 길 위의 돈키호테

                                           

-길 위의 돈키호테-

 

순한 농부 하인 삼아

비루한 말 잔등에 태우고 방랑자는 

경계 없이

하늘과 바다를 달린다

고유의 성(姓)도 잊고

불합리적 사고에 창을 휘두르는 기사여

허벅지를 보호하는 갑옷 키호테(Quixote)

그 이름자 돈 키호테와

신의 넓적다리에서 자라 태어난 

주(酒) 신 디오니소스

그가 빚은 포도주는 슬픔도 사위어

다 함이 없어라 그 사랑

꿈꾸는 세상

닮은꼴 두 사람은 한 남자

허구(虛構)에 반해 가는 길

요새를 지킨 늙은 독수리가 호위한다

 
  세비야 옛 무슬림 오렌지 정원에서 2016
  세비야 옛 무슬림 오렌지 정원에서 2016

                                           

*수년 전 늦가을 어느 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 명품거리 그랑비아 길목 에스파냐 광장에서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 300주년을 기념하는 그의 동상과 함께 만난다.

몰락한 가문의 자제로 태어난 세르반테스는 해전에서 왼손 불구가 되며 해적의 포로로 또 생계를 위한 세금 징수원으로 일하며 억울하게 옥살이한 감옥에서 걸작 돈키호테를 탄생시킨다.

스페인 남부 세비야 대성당에 도착해  30층 넘는 히랄다탑을 오르며 경사로를 돌 적마다 숫자를 세던 기억들! 나는 발의 통증을 견디며 종탑에서 시가지를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발가락에서는 피가 터지고 여비 아낀다고 싼 부츠를 사서 신고 다닌 물집투성이 발은 옛 무슬림 정원에 와서야 멈춘다.

그리고 세비야 어디쯤 감옥에서 글을 집필했을 세르반테스의 고통에 찬 생애를 생각하는 것이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계속 산의 정상으로 되돌려 놔야 하는 영원한 형벌의 시지프스 신화 같은 삶을...... 어쩌면 희극보다 비극에 더 익숙한 게 인간의 삶인 것일까?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꿈꾼 돈키호테와 그의 광기마저 사랑한 산초 판자의 출정이 오렌지 나무아래 어린다.  

 

시인화가박정해

*프로필

개인전 4회(L.A Park View Gallery)
일본 신원전 은상 수상
쇼슈가이전, 대한민국회화대상전 입상
서울국제아트엑스포 2023 초대전 다수
신화를 찾아 이집트 그리스 사모스 크레타섬 스케치 및 전시
2007월간시사문단 시로 등단
센토 그림과 시로 달리다 제2시 화집 출간
한국미협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버질아메리카회원
센토와 소녀작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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