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길 49에 위치한 안녕인사동 404호에서는 2023년 5월 17일~23일까지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가 전시된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전항섭 작가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조각과 그림을 자유롭게 오가는 전항섭의 크로스오버. 두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오랜 창작의 여정은 언제나 두 개의 선로 위에서 진지하게 수행되어왔다. ‘물고기’와 ‘한글’이라는 소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작가와 불가분의 것이었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두 개의 조합이 어떤 연관성에 근거한 것인지를 한마디로 기술하기는 쉽지 않다. 각각이 고도의 상징성과 오랜 관념적,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둘의 조합에서는 변수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장르든 소재든, 두 개의 축 혹은 트랙을 설정하고 있는 것은 작가의 세계관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작가의 작업을 지켜보았을 때, 대립적인 혹은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것을 세계의 본질로 이해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대립적이면서도 조화적인 음양의 질서를 세계관으로서만이 아니라, 미의식의 근간으로 삼아온 작가에게 두 개의 트랙. 언제 만나도 이상할 것 없는, 아니 분리되면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먼저 ‘물고기’를 살펴보자. 목각의 물고기 형상은 불가에서의 불전사물의 하나인 ‘목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 밤이나 낮이나 눈을 뜨고 사는 물고기의 눈이 수행 정진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이미지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물고기 이미지는 바로 이 목어의 미니어처와도 같다. 기독교에서도 물고기 아이콘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물성적으로나 작가의 미학적 컨텍스트로나 전자와 밀접해 보인다. 보통의 생태를 감안한다면, 물고기는 그 자체로 가혹하고 살벌한 자연조건 속에서 치열하게 삶을 영위해나가는 존재다. 더욱이 대개는 혼자 외톨이가 되어 있는 모습인 점은 결코 평온한 존재로만 볼 수 있는 상황만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인간 필연의 실존적 상황이기도 하며, 더욱 좁게는 작가 개인이 처한, 흡사 양희은의 ‘작은 연못’ 노랫말 같은 삽화의 상황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작가의 화면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이 ‘한글’이다. 화면의 여백에는 한글들이 이모저모로 다양하게 편재하고 있다. 간혹 오색 찬란한 역동적 세계에 언어(문자)가 편재해 있는 형국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그것들이 우리 고유의 관념과 실재의 일단을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한글, 특히 초성을 많이 등장시키고 있다. 그 이미지들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글이 그림 속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다른 문자들에 비해 회화적 활용이 좀 부족한 것으로 비치곤 했다. 그런데 최근 한류문화가 급부상하면서 우리 말과 문자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오늘의 디지털 기술이 기반인 4차산업혁명에 대한민국이 가장 앞장설 수 있는 배경도 한글에 기인한다는 분석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러한 시류와 맥락에서 한글이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작업은 훨씬 그 전부터 있었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작가는 작가로 출발한 80년대 말부터 ‘한국성’이라는 화두, 그리고 정체성을 어떻게 작업에 투영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많이 해온 터이다. 한글은 창제 이래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정체성의 중요 부위가 되었으며, 그것이 사고의 도구이자 틀로 정착되었다. 한글의 제자원리에서 표방된 자연철학과 세계관을 작가 자신의 작업들에 용해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 다양한 실험과 습작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가 화면에 글자로 가득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데서 내공이 엿보인다. 한글이 기능적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면서도, 조형적으로, 심미적으로 좀 더 숙성시키는 과정이 요구된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우리 정신과 가치의 근간이면서도 우리 조형에 침투하지 못한 것은 한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예술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임을 새삼스럽게 각성하고 있는 때이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흥미롭게도 화면 속 물고기 형상을 유심히 보면, 비늘인가 싶은 것들이 있는데 여기서도 한글이 보인다. 비늘만이 아니라 장기까지도 한글로 설정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물고기에 있는 한글과 여백을 수놓고 있는 한글이 서로 같은 문자의 닮은 꼴을 하고 있는 대목에서 의미심장한 해석학적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모든 존재 혹은 세계가 기호로 환원될 수 있다는 기호론적 세계관에 근접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작가는 실제 대상이 단어, 그리고 개념화된 해석작용 등의 모두가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보는 퍼스(C. S. Peirce)의 기호학적 입장과도 밀접해 보인다. 또한 의인화된 물고기 이미지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혹은 현실 자체가 언어의 그물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존재의 개체는 작은 세계 혹은 소우주가 환원 혹은 응축된 것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글을 화면에 등장시키는 것은 ‘국뽕’에 어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계인이 경이롭게 여기는 한글을 우리가 조형적으로 노래하는 것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특히 40여 년 가까이 ‘한국성’을 고민해 온 작가에겐 하나의 특전으로 인정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그러한 얄팍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글을 차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글은 단순히 도구적 문자의 차원을 넘어 자연의 본질과 에너지를 응축한 문자 이상의 것이라는 철학을 작가는 확신 있게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을 넘어선 ‘메타 한글’의 세계를 스캔해내고자 하는 작가의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전항섭 초대개인전 ‘메타 한글의 세계를 펼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전항섭 全項燮

1960 춘천생
1979 춘천고등학교 졸업
198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1987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2020 춘천공공조각심포지엄작가상
2014 한국현대조각초대전작품상(춘천 MBC)
2009 경기예술대상(경기도예술인총연합회)
2000 우성김종영조각상(우성김종영기념사업회)
1987,88 6,7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002, 2009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한국미술협회)
2011 국새모형심사
2012-15 경기도 미술작품 심의위원
2013-17 서울시 미술작품 심의위원
2019 춘천공공조각심포지엄 조직위원장
2022 한국조각가협회
2023 더스테이힐링파크 아트스페이스관장

2023 재13회 전항섭평면조각전, Fish paradise「꿈꾸는 한글」(플러스나인갤러리)
2021 제12회 어락원 「꿈꾸는 한글」(세종갤러리)
2019 제11회 나무경 (나무아트)
2018 제10회 어락원 (더스테이힐링파크 아트스페이스)
2018 제 9회 나무경2018-觀 (갤러리 플라스크)
2013 제 8회 「나무 속의 방」(아라아트센타)
2012 전항섭 평면조각전(춘천 송암아트리움)
2004 제 6회 GALLERY FELICITA IN SEOUL
2003 제 5회 우성김종영조각상 수상기념전-한 마리의 물고기-(우성김종영미술관)
1998 제 4회 「보이지 않는 나무」(공평아트센타)
1996 제 3회 종로갤러리, 공평아트센타
1983 제 2회 금호갤러리
1988 제 1회 제 3갤러리

2023 설미재미술관 10주년기념 초대전
2021 아기색동고래의 꿈 (세종이야기미술관)
2016 한중국제조각교류전(중국산동미술관)
2012 삐에트라산타 2012 한국조각가전 <k-sculpture in Italy>
2010 Nasunogahara International Sculpture Symposium in Ohtawara
2009 김종영조각상 수상작가전(우성김종영미술관)
2003 나무조형전- 나무와 인간의 행복한 교감(대전시립미술관)
1997-1987 한국성 - 그 변용과 가늠전(공평아트센터)
1994 94’젊은모색전(국립현대미술관)
1990 21C를 향한 조각의 새 표현전(모란미술관)
1990 박희선 • 전항섭전(금호갤러리)
1989 서울아트페어(호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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