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10여 년간 색(色)에 물 들은 양수리의 사계를 담은 '그 지독한 끌림, 양수리, '푸른 새벽, 빗장을 풀다' 한용길 사진집 전시가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인사 1010에서 2023년 3월 29일~4월 3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한용길 사진가는 평생을 양수리에 자신의 사진에 대한 철학을 시작하고 완성시켰으며, 지금까지도 진행형으로 일 년 사계절이 아닌 수십 년의 새벽을 열어온 열정의 사진가이다.
그 속에서 본인만의 사진을 이야기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수십 번의 반복 촬영을 통해서 그 긴 세월 동안에 자신의 사진 인생을 완성 시켰다.
봄
봄은 설렘이다.
봄은 기다림이다.
봄은 젖 달라고 보채는 아기들의 시선이다.
양수삼거리 운길산역을 끼고 돌아
세정사 뒷산 계곡에 봄바람이 불어오면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노루귀, 얼레지, 복수초가 거듭거듭 피어나더라.
버들가지 도톰하게 부풀어 오르면
목련 꽃봉오리 나비가 되어 훨훨 날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산수유, 산딸나무, 산사나무, 둥글레,
황매화, 으아리, 애기똥풀, 앵초, 작약, 덩달아 방긋방긋
양수리는 온통 화양연화 세상
여름
시나브로 짙어진 초록세상
강에서 산에서 초록바람 불어오면
호수에 떠다니는 아기 연들의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부디 무럭무럭 자라나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넓은 잎사귀로 막아주고 어린 생명들에게 그늘이 되어 주시게나
양수 삼거리 등나무꽃 보랏빛으로 물들고
능내리 능소화, 맥문동, 아카시아 꽃 흐드러지게 필때 쯤이면
백련아씨, 홍련아씨 덩달아 수줍게 피어나 강물과 호수엔 연꽃세상이 되더라
금계국, 꽃양귀비, 인동초, 수선화, 원추리, 맥문동, 산딸나무꽃, 마타하리, 망초
여름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그 지독한 끌림, 양수리
가을
새벽부터 물안개가 춤을 추듯 피어오르고
운해가 산계곡따라 물길 따라 흐른다.
누군가는 떠나야하고 또 누군가는 허전한 빈자리를
사색의 시간으로 채워야하는 계절이다.
황화코스모스, 금계국, 구절초, 두메부추 가을 꽃과 함께
칼칼한 강물에 드리워진 단풍이
강과 산을 붉게붉게 물들여 만산홍엽이다.
붉나무, 옻나무, 은행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심지어 연잎까지도 화려하게 물들어간다.
나무는 잎을 떨궈내며 당당한 나목이 되고
연잎은 떨궈내며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물위에 연대로 우뚝 서 그들만의 소통 언어를 만들 것이다.
겨울
마른 연대에 매달린 고드름이 아침 햇살을 받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이는 세상이 된다.
눈이내리는 두물머리, 덜컹거리며 느리게 달려오는 열차의 잔상처럼
북한강 철교의 푸른 새벽빛이 편린처럼 스친다.
내곁에서 어느 날 별이된 친구가 불쑥 리플래시 되는 계절이다.
양수리 강변길을 너무나도 좋아했고, 엄동설한 추위에도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죽마고우다.
떠난 빈자리를 네가 그토록 좋아했던 시린 풍경으로
10여년 세월을 담아 놓았으니 이제 자네가 응답해 보시게.
소한, 대한 절기를 지나면 연대에도 고드름이 맺히고,
두물머리 500년 된 느티나무에도 눈꽃이 피고, 서리꽃들이 피어난다.
강물은 꽁꽁 얼어붙어 얼음왕국이 되지만,
수축과 팽창의 밀당으로 얼음장 깊은곳에서 들려오는 호흡소리는
또 다시 봄이 오고 있다는 확신이고 희망이 되더라.
사진가 한용길은 “북한강, 남한강물이 합수(合水)되어 하나가 되는 곳, 양수리를 중심으로 양평의 서쪽, 남양주의 동쪽 지역의 산과 강, 들에서 그 설렘과 느낌을 시를 쓰듯, 노래를 부르듯, 그림 을 그리듯, 안부를 묻듯 지난 10여 년 동안 여명부터 일출 전후 새벽 풍경들을 사진 속에 올곧게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강물도 흔들려야 향긋한 봄이 오고, 짙어진 초록 강물에 꼬물꼬물 아기 연들의 합창 소리가 더해지면 비로소 여름이 오듯, 가을도 겨울도 결국 내려놓고 가벼워지면 셔터 소리에 계절은 순환하고, 양수리 강물과 호수는 하늘을 품고, 별과 달은 그 호수에 안겨 꿈을 꾼다.”고 해석했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양수리의 푸른 새벽 빗장을 함께 열어 주시겠습니까.”하고 작가는 말을 건네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