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최근 미술계전반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분을 꼽으라면  이건용선생님이 단연 으뜸이라 하겠네요.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선생님을 햇수로 따지면 8년, 시간으로 따지면 6년 간을 모시면서 그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인 3년6개월을 저희집에서 한식구로 계셨죠.

댁이 군산이라 오시면 여관방을 구해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여관을 마다하시고 단칸방이라도 좋으니 저희집에서 주무시겠다고 해서 맞이한게 시작으로 하루가 이틀되고 이틀이 삼일되고.... 
그렇게 3년 6개월이란 시간을 저희집에 머무르시는동안 기억에 남는게 있다면 단 하루도 웃음이 떠날일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밤엔 아들과 한방을 사용하며 계셨고 낮엔 갤러리에서 신문이나 잡지책을 정독하시는 일로 하루를 보내셨죠.

이건용 선생님을 당시만 해도 행위예술가라는 타이틀이 미술계전반에 걸친 지배적인 영향을 받고 있을때라 나는 선생님이 그림은 그릴줄 모른다고 생각한지도 모릅니다.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그래서 작은 흔적이라도 선생님의 손을 거치면 저는 싸인을 요구했고 그 결과 지금 저희집에서는 족히 수백점은 넘을만큼 선생님의 싸인이 넘쳐납니다.
물론 그림이 아니라 선생님이 사용하시던 찻잔, 숫가락, 컵, 접시, 입고계시던 옷, 수건, 모자, 신발에 부터...

저는 그렇게 선생님의 흔적  모으기에 모든시간을 보냈죠.
선생님의 하루를 정리하면 아침엔 잡지책이나 신문을 잀으시다가 점심식사를 하시고 나면 2시까지는 졸고계시거나 조용해서 보면 아예 자리잡고 주무시고 계시거나 했죠. 
그러다가 눈앞에 찌라시나 광고전단 같은 빈종이만 보이면 그 위에  낙서를 하시는게 일상이라 여길만큼 깨어 계시는 동안은  단 10분도 손이 가만히 계시지 않았어요.

그런 선생님을 더 큰세상으로 보내드린 후 얼마 뒤 다른집으로 이사를 위해 집을 정리 하는데 아들방에선 휴지 한장도 버릴수가 없을만큼 선생님의 흔적이 곳곳에 베여 남아 있어서 최근 까지도 그것들을 팔아 그동안 버틸 수 있었고 또 새 집을 지어 이사도 했습니다.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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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보내드린 지 벌써 6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갤러리 대청소나 집안 정리를 하면 그때마다 로또처럼 선생님의 흔적이 나타나서 즐거워 했는데 오늘은 선생님이 가끔씩 신문을 보시던 책상 뒤에서 또 재미난 것들이 여기 저기서 나왔습니다.

특히 가장 반가운건 
선생님의 친필 시나 편지를 만날 때인데 오늘은 선생님이 쓰신 작가론을 만났네요.^^
문장의 내용으로 보아 2010년 경기도 미술관에서 열렸던 팔방미인전에 보내기 위한 작가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9 이건용

또한 낙서이지만 작품같은 ... 
작품이라기엔 낙서같은 ...
그럼에도 굳이 싸인을 해 두신 선생님의 센스 넘치는 배려가 오늘 하루를 무척이나 즐겁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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