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열 소장품 이야기 26 - 강민수 도예가

나의 컬렉션 역사를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운이 좋았다.
남들이 주목하기 전에 나와 인연이 닿아 가장 먼저 컬렉션을 한 경우가 참 많았다. 때문에 나는 꽤 많은 작가들의 첫 컬렉터 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운이 좋아서 내가 컬렉션을 한 작가는 대부분 유명해 졌다는 것도 나의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하다. 
그 중 한 분이 강민수 도예가님이다.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6 강민수 도예가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6 강민수 도예가

 

당시 58cm대호를 80만원, 68cm특대호를 120만원에 주시면서 처음으로 팔아 본다며 오히려 감사해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08년말 미술동호회 주관으로 열린 회원전 전시에서의 일이였다.
나는 한때 골동품 수집에 열을 올리며 깨진 사발이며, 이빠진 그릇 까지 어지간히도 많이 모은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내 소장품의 수준을 알게 되었을때 더 이상 수집을 포기했고, 일괄로 내다 팔기도 하고,  선물로 주기도 하고, 못 마땅 한것은 결국 쓰레기로 버렸다.


그 당시 내가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어중떼기 100점보다 똑부러진 달 항아리 하나면 족하다." 라는 말이었고, 그렇게 달항아리의 고귀함을 알고 겨우 입에 올릴 정도의 지식 이었기에 달항아리에 대한 감정은 특별 했었다.
그런 와중에 만난 강민수 작가의 달 항아리는 신이 빚어 놓은 듯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크기도 68cm대호로 앞으로 자주 나오기 힘들 작품이라는 생각에 한참을 넋을 잃고 감상했던 기억이다. 그때 내가 어느 미술 동호회에 글을 올리면서 "강민수 작가는 신이 내린 도공이다." 라는 말을 했다가 작품을 구하고 싶다는 연락이 빗발쳤었다. 그런데 글 쓴 몇일 후 현대 갤러리의 전시 소식과 노화랑 전시가 잡히며, 더 이상 작가의 작품을 받을 수가 없어서 정말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었다.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6 강민수 도예가
김수열 소장품이야기 26 강민수 도예가

 

가끔씩 연락은 했지만 전시일정 소식과 함께 다음에 주겠단 약속만 받고 세월은 흘렀다.
그로 부터 강산이 한번 바뀌고도 몇년이 더 지날 즈음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전시들이 소홀해 졌다. 혹시나 해서 연락을 했더니 당시에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작품을 받게 되어 그 동안 구해 주겠다고 약속했던 컬렉터 들에게 겨우 한 점씩 나눠줄 수 있었다.
세월이 세월인 만큼 사이즈는 역시 작아졌다.
기운이 딸려서 예전 같이 큰 작품을 못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늦게라도 약속을 지켜준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컬렉터들과의 약속을 지키고도 내 소장용으로 몇 점 남은 나의 보물들이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