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25길에 위치한 갤러리 엠나인에서는 2023년 3월 25일(토)- 4월 26일(수)까지 김기주, 박지은 작가의 Passage Noir '먹의 통로'가 전시된다.

김기주_Assortiment 
김기주_Assortiment 

 

갤러리 엠나인이 기획한 전시 Passage Noir는 검은색의 통로이자 ‘먹의 통로’를 뜻한다.
가능성을 품고 있는 빛의 부재로 빚어지는 어둠의 색이라는 주제로 먹과 작가의 손길이 자아내는 획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불완전과 공포의 어둠이 아닌 향기로운 사색과 빛을 흡수하여 다채로운 색을 지니고 있는 먹에는 재료가 제작되는 과정부터 작가의 손을 통해 화면위로 분해되기까지 동시대 첨단의 속도와 대비되는 차분한 인내의 시간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을 품고 있는 재료로 동시대의 도시적인 형상을 넘나드는 김기주, 박지은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해본다.

기주_Assortiment 
기주_Assortiment 

 

김기주(b.1983) 작가는 ‘태움’ 이라는 행위로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고 얻어진 검은 소나무 조각들을 색으로 물들이는 행위를 통해서 두 존재에 대한 탐색을 이어간다. 작가의 캔버스는 수도원의 중정을 의미하며 인간이 하늘, 자연과 맞닿은 영적인 장소에서 건축적으로 접근해 조합하고 깊이 있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이다. 

김기주_Assortiment
김기주_Assortiment

 

2010년에 도불한 김기주 작가는 파리 8대학 조형예술 학사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현대미술과 누보 미디어 석사를 마쳤다. 파리 재불 청년작가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소나무회 정회원으로 이배 작가의 작업에 참여하면서 그의 예술적 정신에 영향을 받았다.

김기주_Assortiment 
김기주_Assortiment 

 

그을리고 검게 물든 나무 큐브에 드러난 나이테는 먼 과거부터 도시의 재료가 되어온 토양이 품은 식물이 태양을 향해 중력을 거스르고 뿜어낸 힘의 증거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익숙한 육면체로 절단된 나무는 땅의 온도와 압력을 오랜 시간 인고한 원석의 작은 파편을 입고 있다. 분명히 눈에 띄지만 절제된 색상의 작품은 표면에 입혀진 사람의 미적 가치부여가 무색하게 재료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니고 있던 물질성을 드러내고 있다. 프레임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나무는 작가가 부여한 색을 입은 채 침묵하며 견고한 조화를 이룬다. 작품이 자아내는 질서정연한 고요는 동시대인들이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자신에 대한 포장을 뚫어보며 껍질과 본질이 저울에 올려졌을 때 이상적인 균형이란 어떤 모양일지 고찰하게 한다.

박지은 A-little-talk-London_60.6x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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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b.1987) 작가는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에 질려버린 현대인의 공황에 공감한다. 동시대 일상의 무정함은 작가를 평소 안주하던 사회의 밖으로 인도했다. 그곳의 비릿한 바람을 맞으며 작가는 스스로의 이름조차 담을 수 없는 오롯한 자신을 찾고자 했다. 그렇게 낙원을 찾아 도망친 정처 없는 땅 위에서 작가는 다시 도시의 모습을 바라본다. 화면의 가로지르는 붓질의 운율처럼 세상을 스치는 작가의 시선은 먹이 자아내는 도시의 건조한 그림자에서 생동감 있고 물기어린 삶의 활기와 불꽃을 본다. 

박지은 A-little-talk-Nice_60.6x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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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이 빼곡한 도시의 창을 채우고 있는 보여주기 위한 휴식과 부끄럽지 않기 위한 여유는 생활이 아닌 생존하기위해 발버둥치는 한때 젊었고 아직도 한창인 모든 동시대 사람들의 얼굴이기도 하다.
사회의 숨막히는 속도에서 벗어나 참아온 한숨을 내쉬기 위해 도착한 생경하고 아름다운 장소 또한 누군가에게 다양한 체온을 품은 일상의 현장일 것이다. 도시의 밤을 별처럼 수놓은 불빛은 그 자리를 오간 사람들의 숨결을 데우고 방문객의 이야기를 비춘다. 작가는 도시를 물들인 먹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어둠에서 피어나는 밤의 맥동을 발견한다. 그리고 가득 채워야 하는 강박에서 자유로운 붓질이 남긴 여백으로 관람객의 시선이 쉬고 갈 자리를 마련한다.

박지은 A-little-talk-Seoul
박지은 A-little-talk-Seoul

 

갤러리 엠나인은 Passage Noir <먹의 통로>전시를 통해 사람을 둘러싼 건조한 인공의 공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보듬어본다. 

한편 김기주 작가는 5월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프로젝트인 K-ART 특별전 작가로 선정되어 프랑스 파리 도르나노 백작 가문이 이끄는 Sisley 본사 전시와 8월엔 주 터키 한국문화원 공모 당선 작가로 선정되어 개인전을 이어가며 벨기에 크노케 아트페어에 참가한다.
박지은 작가는 오는 8월 4일부터 15일까지 벨기에 크노케 아트페어 참가로 유럽 미술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전시는 3월 22일 전시 프리뷰를 거쳐서 25일 시작하며 4월 2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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