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민화란 조선시대 후기 우리 서민들이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주로 생활과 풍습에 따라 그려지고 쓰여진 실용적인 그림을 지칭한다. 
이런 민화의 특징에는 공통적인 주제가 있었다. 무병장수, 부귀공명, 다산은 물론 벽사구복 등 다양하다.이 모든 바램은 소시민으로서, 인간의 소박한 희망과 꿈들을 담아내는 간절한 심경이다.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바로 민화가 서민들의 삶에 대한 모든 의식 외에도 일상생활의 희로애락 등 그들의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실증적인 사례이다.

기본적으로 김민성의 작품들도 이러한 성격과 속성, 그리고 간절한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전형적인 민화의 책거리나 화조도 오동나무의 자수장 등을 전통적인 진채 기법으로 제작한 것이 그러하다.
그래서 그의 작업 형식은 편의상 민화 작가로 분류된다. 특히 전통적인 민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러한 양식과 주제, 기법이나 패턴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어떻게 우리 민화가 가지고 있는 전통의 세계를 현대에 이르면서 또 새롭게 계승할 것인가의 고민이 최근 작품 전편에 묻어난다.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그래서 김민성의 작품에는 기존에 민화가 지녔던 소박한 희망의 담백한 감정과 의지를 넘어 그만의 시선으로 단순한 민화의 재현을 넘어야 한다는 강렬한 욕망의 형식들을 화폭에서 시도한다. 
그 시도는 복주머니에서 가장 명확하게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우리가 특히 작가의 복주머니 주제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작가는 단순한 민화풍의 차원을 넘어 회화작품으로 형식과 조형적 가치를 확보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한 시도나 노력은 공간구성과 표현 양식과 방법에서도 독특하지만, 특별하게 대상을 클로즈업 하는 기법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민화는 전후, 좌우, 상하에 대한 분명하고 일정한 시점을 무시하고 그리는 것에 비하면 김민성의 최근 작품들은 쓰임새와 상징의 의미를 넘어 기법과 시각적 형식에 집중하고 있다.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무엇보다 작가 작품의 특징은 마치 실제 자수를 한땀 한땀 수놓은 것처럼 정교한 필치로 묘사의 방식을 선택 한다.  
동시에 화폭에 강렬하게 다가오는 너무나 선명한 색채는 누가 봐도 실제 천에 색실로 놓은 자수로 착각 할 정도로 매혹적이며 인상적이다.
아마도 실제 한복을 차려입고 수를 놓았던 여인들의 정갈한 마음과 몸짓을 한 폭의 풍경 그대로 떠올릴 정도로 작가의 손길은 따뜻하고 정성스럽다.


그가 가장 즐겨쓰는 테마는 규방문화의 중심에 있던 형형색색의 복주머니로 누구나 액운을 막고 복을 불러온다는 길상의 아이템인 복주머니가 가장 집약적 이다.
보통 복주머니에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이 그려져 있고, 그 예쁘장한 형태만으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복주머니는 저마다 상징하는 문양의 의미가 있으며, 좋은 기운의 복들을 담을 수 있어 많은 아녀자가 즐겨 소유하던 물건이기도 했다. 
작가는 과거 서민들의 그림에서 행복을 기원하는 소망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오브제들을 화폭의 소재로  등장시킨다.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특히 그 가운데 복합성과 반복성이 두드러지게 인용되는 것이 복주머니인데 이 테마를 조형적으로도 구성 승화시켜 민화 속의 모티브를 여성의 상징성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의미를 지닌 관계를 부각 시킨다.
이 다양한 배치와 형태와 색상, 그리고 강렬한 대비와 늘어놓은 패턴과 구성은 민화의 멋을 재구성함으로서 아름다움의 극치에 다다르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전통적인 민화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민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하는 작가들의 현대미술작품을 주목할 필요도 있고 그 때가 왔다. 바로 한류와 K- 아트가 그것이다.


아마도 서양사람들이 이 독창적인 한국의 민화에 빠져들면 상상하기 어려운 독특한 구성을 가진 민화의 예술적이고 회화적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일찍이 서양사람들이 한국의 민화인 책가도를 보고 그 역원근법 표현에 “불가사의한 그림”이라고 극찬한 것이 바로 우리 민화의 매력이다.
김민성의 회화적 발상도 기발하고, 묘사와 구성이 단연 독특하다. 마치 페르난도 보테로가 모든 대상을 빵빵하게 살찌워 그의 브랜드를 만들었거나, 알렉스 캬츠가 아내의 얼굴을 크게 확대하였듯이, 조지아 오키프가 꽃을 확대해 그의 브랜드를 독창적으로 창조하듯 김민성 작가는 그 복주머니를 최대한도 끌어당겨 거대한 화면으로 변환 시킨다.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김종근 미술평론 '민화의 전통을 넘어 k-아트 한류로 가는 길' -김민성

나는 이러한 오브제의 표현이나 발견이 한국 민화를 통한 한류의 창조적 재발견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단순히 민화를 화면에 표현된 이미지에 그쳐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민성 작가는 이러한 한계를 잘 인식한 듯 보인다. 화폭의 모든 색채를 강렬한 원색 대비로 묘사하면서 “무용한 것에 대한 집착”은 한국적이며 전통적인 우리의 소재로 사실주의를 구축하는 작가로 평가 받게 될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김민성의 작품에 내밀하게 드러내는 시간성에 대한 오브제의 장치들이다. 작가가 그다지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전통적인 물건들을 현재의 시간 속으로 불러내어 그들에게 다시 시간을 되돌려 생명력을 불어넣게 한다는 것이다.


그 마음은 사실 “복주머니로 타인의 복을 기원하고 마음을 담은 선물을 자수 보자기에 곱게 싸서 감사를 표현하고 시집가는 애된 딸이 혼수로 사수장을 만들어 딸이 행복을 기원”하는 엄마의 마음이자 화가의 마음이다.
무엇보다 나는 김민성 작가의 새로운 표출 의욕에서 보이는 민화의 정통성 계승과 그 정신을 넘어서려는 작가의 치열함에 경의를 표한다. 비록 표현의 구성이나 배치는 민화의 형식을 빌렸지만, 그의 작품들에는 민화의 기본적인 구성을 파격적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뉴스타일이 충실하게 완성되고 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와 김민성 작가
김종근 미술평론가와 김민성 작가

복주머니의 다양한 형상과 형태로 인한 새로운 화풍들은 작가가 민화에서 어떻게 변화된 된 형식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예감케 하는 가장 변화된 이미지이다.
민화를 응용한 기법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제 그러한 양식과 정신을, 자신의 스타일로 접목 시켜 태어나는 미술 그것이 곧 K- 아트이며 새로운 한류 미술의 중심이자 본질이다. 


나는 김민성작가가 그러한 한류의 미술에 크게 이바지하길 희망하며 신뢰한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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