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박시유 기자] 한국의 모지스를 꿈꾸는 이재강 작가를 소개한다. 먼저 미국의 국민 화가인 모지스 할머니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녀의 본명은 애너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1961)이지만 모두가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라고 부른다. 자수 놓는 것이 취미였으나 72세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관절염이 심해져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공허한 시간을 그림으로 채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동네의 약국 유리창에 전시되어 있던 그녀의 그림을 우연히 본 컬렉터 루이스 칼더(Luis Caldor)가 그녀의 그림 10점을 사 가게 되었고 1983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알려지지 않은 미국 화가들의 현재>라는 전시에 그녀의 그림이 3점 소개되었다. 평화로운 시골 풍경과 미국적 시골의 삶을 마주한 뉴욕 사람들은 그녀의 그림에 빠져들었다.
마을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크고 작은 일에 협력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이 담긴 작품 속에서 도시의 냉소적인 삶에 지친 사람들이 감동한 게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모지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재강 화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녀는 1977년 서울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음대생이었고 이후 언어학으로 진로를 변경하여 같은 대학 언어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에는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언어학 박사와 일문학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전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지내다가 정년퇴임을 3년 앞두고 그림을 시작했다.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그림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각종'국전'에서 줄줄이 상을 받았다.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최소한의 인정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출품하였다고 한다. 작가 안에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은 열망을 확인하고 그렇게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여고 시절 등의 이야기가 담긴 첫 개인전 `MY Story(마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붓이 가는 대로 그리다가 또 절제하며 그 반복의 과정들로 남겨진 터치들은 작가만의 내면세계를 이미지화하는 작업에 몰두한 결과이다. 새로운 기법과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들을 남기고 싶어 하는 작가의 열망이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도전의식과 늦은 시작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수를 해도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그림으로 많이 해소됐다"면서 "그림은 정신과 육체의 무서운 집중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라고 말하는 작가님의 작업들이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이재강 작가의 작품은 2023뱅크아트페어 롯데호텔서울(소공동)Room no.2604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뱅크 아트 페어 참가하는 동안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유갤러리에서 뱅크 참가 작가들의 단체전에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노트]
“예술의 본질은 정신적 이념을 감각적 물질로 구현하는 데 있다”라는 헤겔의 말은 개념보다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것이 아닐까.
내 그림에서는 붓이 유난히 요동을 친다. 제멋대로 미친 척하고 붓 가는 대로 그리고 싶지만 선을 쳐서(그려서) 제멋대로의 요동을 애써 막아 이미지를 창출한다. 내 정신의 절제된 이미지화. 그림의 상황에 따라 이미지는 다르지만 결국은 생명에의 본질 추구가 기저에 깔려 있다. 에피소드들을 곳곳에 숨기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