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  지정연 작가의 초대전이 2023년 2월 8일부터 14일까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지정연 작가는 한지를 말거나 꼬아서 캔버스에 촘촘하게 붙여 화폭의 바탕을 만든다. 아주 작은 원통 모양들을 빼곡히 채워 나가는 노동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작가와 팽팽히 맞서는 대상이 된다. 이런 지난한 작업이 한지라는 매체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화양연화-그때처럼 말갛게 웃는 날 다시 올까! _ 지정연 作
화양연화-그때처럼 말갛게 웃는 날 다시 올까! _ 지정연 作

 의도적으로 형태를 만들거나 색을 칠하기보다 수공과 손의 스침으로 이뤄지는 색 작업은 매체와의 끝없는 씨름이다. 이 같은 노력은 ‘그 너머’의 스펙터클 속으로 이끈다. 미묘한 색감은 빛의 순수를 지향하는 듯하다. 우리를 각자의 우주 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근원으로 향하는 영원한 노스텔지어라 하겠다. 원통의 끝부분을 태우거나 색을 여러 각도에서 입히는 작업은 화폭에 확률적 우연성을 부여해 양자물리학을 떠올리게 한다.

 

바람이 묻는다!-길 잘못 들어서 본적이 있느냐고... _ 지정연 作
바람이 묻는다!-길 잘못 들어서 본적이 있느냐고... _ 지정연 作

건축가 김동주는 `건축가나 작가는 모두가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건축가의 측면에서 보면 캔버스라는 작은 평면 위에 무한 공간을 펼쳐내는 작가들의 모습은 늘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정진국 건축가의 야심작인 인사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지정연 작가의 전시 기획을 하게 됐다.`라고 한다.

김동주 건축가는 청와대와 한국 전통 공예촌을 설계하는 등 한옥의 미학을 설계하는데 심취해 있는 건축가이다. 그런 그에게 지정연 작가의 작품은 한옥이나 한지와 같은 전통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단순히 그와 같은 전통의 영역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비구상을 통하여 현대적 관념이나 사조를 배척하지 않는 점이 무척 새로웠고,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그의 진취적인 정신은 한옥을 주로 다루는 김동주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고 한다.

 

바람은 대답한다!-잘못 들어선 발길에 새로운 길이 생긴다고... _ 지정연 作
바람은 대답한다!-잘못 들어선 발길에 새로운 길이 생긴다고... _ 지정연 作

또한 지정연 작가의 작품활동을 통한 끊임없는 발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함께 발전하고, 그의 눈부신 작품세계와 정신을 주변의 좋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번 전시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김웅기 미술비평가는 지정연작가의 작품을 그리움을 위한 수행(Performance for Nostalgia)이라고 표현한다. 매체로서의 종이를 해체하여 물질로서의 종이로 재구성하면서 의미 없는 기호나 물질적 흔적들이 서로 비켜나고 미끄러지게 하면서 드러나는 공간, 또는 펼쳐지는 메트릭스를 하나의 세계로서 작품을 보여준다. 비선형적이고 우연적이며 임의적인 의미의 세계를 예술가는 울퉁불퉁하고 촘촘하게 만들어낸다. 그 세계 속에서 지정연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삶의 경험을 그리움으로 채우기 위해 시치프스적인 불굴의 노동을 예술의 이름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리워하기 위한 그리움이 그녀의 작품 속에 노동의 이름으로 꽉 차 있다.

 

하모니-이해와 포용으로 따듯하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_ 지정연 作
하모니-이해와 포용으로 따듯하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_ 지정연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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