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국제갤러리는 오는 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 &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는 제1회 ‘아트 SG(ART SG)’에 참가한다. 테마별로 기획전을 선보이는 ‘포커스(FOCUS)’ 섹터를 통해 국제갤러리는 호주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작업을 단독으로 집중 조명한다. 다니엘 보이드는 호주의 탄생 배경 등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경계하고 의심하며 일방적인 역사관이 놓친 시선을 복원하는 등 서구의 역사적 관점을 깊이 파고드는 작업으로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알려 왔다. 이번 국제갤러리 부스에서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 현 세계의 질서를 재고할 수 있는 작가의 이러한 작업관이 담긴 주요 신작들을 선보인다. 지난해 상반기에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에서 열린 단체전 《Ever Present: First Peoples Art of Australia》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싱가포르 관람객들과 마주한 작가의 현재 작업을 보다 폭넓게 현지 방문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다.
국제갤러리의 부스에서는 다니엘 보이드의 전매특허인 볼록한 점들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재현하는 최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회화를 구성하는 각각의 점은 흑과 백, 어둠과 빛 사이에 계산화 된 정보를 시각화해 전달하고, 점을 둘러싼 검고 불투명한 부분은 기억이 소실된 역사적 경험을 자각하고자 하는 노력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써 관람객은 작가가 의도한 양과 음 사이의 영역, 정보와 비정보를 적극적으로 연결해 작품을 이해하며, 과거와 현재 사이의 시점을 재조율하게 된다. 현재 작가는 시드니의 뉴 사우스 웨일스 아트 갤러리에서 모국인 호주에서의 첫 기관 개인전 《다니엘 보이드: 보물섬(Daniel Boyd: Treasure Island)》(1월 29일까지)을 통해 약 20년간 지속해온 작품활동을 대표하는 80점 이상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아트 SG에서 국제갤러리가 소개하는 작가의 작품 중 다수는 호주 원주민 출신이라는 작가의 배경에 빗대어 호주의 식민 역사에 물든 잔혹성, 착취, 탄압 등의 흔적을 새로운 관점으로 꾸준히 재해석함으로써 지워진 기억과 잊힌 역사를 복원한다. 〈Untitled (IHTPIAGATBO)〉(2022), 〈Untitled (SFPIVOCNH)〉(2022), 그리고 〈Untitled (IODIWHTCTBH)〉(2022)는 각각 바누아투(Vanuatu) 펜테코스트 섬(Pentecost Island) 풍경인 코코넛 나무, 저녁노을, 그리고 폭포를 그려내는데, 이 곳은 작가의 고조부인 사무엘 펜테코스트(Samuel Pentecost)가 노예로 퀸즈랜드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끌려가기 전까지의 고향이다. 이 세 점의 작품은 호주의 식민 역사의 희생자였던 보이드의 고조부와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는 식민 역사의 자취를 기리는 일종의 송시다.
이 외에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스(Achilles)의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활과 화살을 든 바누아투 남성을 담은 〈Untitled (ASFTAB)〉(2022)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수면에 발생하는 빛의 굴절(빛이 수면에 닿을 때 파동의 진행방향이 바뀌어, 보는 이의 시각과 보이는 대상의 크기와 거리감을 왜곡시키는 현상)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표명하며, 작가가 오랜 시간 작업에 차용해온 프랑스 철학가 에두아르 글리상(Édouard Glissant)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물의 비유와 평행선을 이룬다. 함께 보여지는 〈Untitled (WARIFFTS) #2〉(2022)는 보이드의 작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빵나무를 그려낸다. 값싸고 영양소가 풍부한 식재료인 빵나무는 타히티섬에서 처음 발견된 후 자메이카를 비롯한 영국령 서인도 제도 식민지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노예들의 주식으로 공수되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식민지 사회에서 지배자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보다 거대 이익을 취하고자 했는지 탐구하며, 호주의 뼈아픈 식민 역사와의 접점을 통해 세상을 단일한 구조가 아닌 다수의 서사로 이끌어낸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의 〈역사 회화〉와 〈빈 공간(하늘회화)〉을 소개하는 작가의 첫 국제갤러리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Image, Symbol, Prayer)》를 2023년 1월 29일까지 K3에서 선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