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거짓의 힘에 도전하고 진실에 다가가는 길을 모색해 본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종숙 기자]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원장 이일열)은 2022년 11월 29일부터 2023년 3월 10일까지 재불청년작가협회 제39회 정기 전시회에 20명의 청년작가들이 Être et Paraître 전을 개최하며 오프닝은 2022년 11월 29일 화요일 18시부터 20시 30분까지 진행한다. 

재불청년작가협회는 매해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회원 작가들의 작업을 색다른 각도로 조명해보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사회현상에 늘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 청년작가들은 미디어의 영향력, 특히 대체 미디어, 끊임없이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SNS,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편리한 만큼 폐해 또한 만만치 않은 매체와 우리 일상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이미 우리는 십여 년 전부터 전통적인 저널리즘 뉴스 매체 보다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 일인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데 익숙해졌다. 클릭 하나로 눈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정보와 알고리즘에 따라 입맛에 맞게 선별되는 뉴스들은 안타깝게도 페이크 뉴스에 바탕을 둔 선동 거리나 음모론의 확산을 조장하기 쉽다. 이렇듯 의도적인 오보 또는 기만적인 뉴스를 가리키는 신조어로서 정보(information)와 도취(intoxication)를 조합한 프랑스어 infox는 페이크 뉴스와 같이 통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Infox의 생산과 재생산은 우리 사회를 ‘탈진실’의 시대로 이끌며 사회 전복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탈진실(post-truth)’은 1992년 세르비아계 미국 희곡 작가인 스티브 테쉬가 제안한 개념으로,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세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또한 진실과 거짓의 구분에 대한 점진적인 무관심을 뜻하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투아니아계 프랑스 언어학자이자 기호학자인 알기르다스 줄리앙 그레마스와 그의 제자인 조셉 쿠르테스 교수에 의하면, 존재하는 것과 외적인 형상이 동시에 충족되는 것은 진실이고, 존재하지 않으며 형상이 없고 드러나지 않는 것은 거짓라고 정의한다. 이들은 존재와 외형의 관계속에서 비밀과 허언의 개념도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이 두 가지 개념 사이의 관계성은 모호하다. 이는 외형이라는 것이 드러남과 동시에 뭔가를 감출수 있는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이다. ‘것’과 ‘겉’ 또는 ‘본질’과 ‘외형’사이에서 시각미술의 재현과 이미지, 실재, 환영 등의 개념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객관성과 주관성, 본질적인 것과 표피적인 외적관계 사이에서 추구하는 진실은 사회적 도구로서의 몸을 통해 우선적으로 다루어진다. 배승주는 지극히 개인적인가하면 공적인 공간과 상황에서의 몸, 몸을 통해 느끼는 현실과 외적 인식간의 괴리를 퍼포먼스나 회화를 통해 보여준다. 공공장소에서 발견하는 그래피티나 태그로 표현된 몸, 익명성에서 친밀하거나 지극히 과감하게 표현된 이미지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표출하기도 한다. 홍보라는 인체를 통해 참과 거짓, 미와 추 등의 구분이 사물의 본질이나 속성이 아닌 보는 이의 관념과 이상이 투영된 것에 불과함을 표현한다.

작가들은 또한 사물의 본질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자연을 통해 주제에 접근하기도 한다. 박혜정은, 그의 말을 빌자면, 사실 그대로 고스란히 내어주는 자연을 나무라는 소재로 시각화함으로써 잃어버린 본질과 삶의 원천에 대해 환기시킨다. 김하은은 인간사와 연계된 도심이나 삶의 유한성과 자연의 무한성의 대비를 모티브로, 흐릿한 기억이나 추억처럼 엄연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선명하지 않은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표현한다. 이승환은 비물질적 영역은 물론 물질적 영역을 수치화한 정보와 알고리즘으로 재현가능함을 나뭇잎과 같은 자연물을 소재로 삼아 보여주는데, 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실재라는 열린 세계의 불확실함과 무한성, 그리고 알고리즘이라는 계산된 예측 가능한 닫힌 세계 사이의 간극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초자연적, 영적 존재는 역설적인 방법으로 제시되는데, 레진으로 제작한 가시관과 스팟 조명 등으로 재현해낸 권혁이의 무지개는 신비함과 숭고함을 표상하는 ‘복제’된 아우라를 표현한다. 신민서는 ‘매달고’ ‘매달리는’ 오브제 설치작업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위와 멈출 수 없는 힘의 발현에서 초월적인 존재에 매달리는 것, 진리를 찾는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지온은 정신질환자와의 협업을 통해 본능과 무의식에서 나오는 창조의 원동력을 관찰하는데, 우연과 의도 사이에서 본질적 세계와의 거리를 가늠해 본다.

작가들이 내면의 세계에서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이송희는 누구나 마음 한켠에 묻어두고 있을, 깨닫지 못하거나 감추고 싶은 어두운 방을 고독과 상실이라는 개인의 진실과 마주한 모습과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방황과 부유로 채운다. 김지나는 글쓰기를 통해 끊임없이 새어나가 사라져버리는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일상에서의 소소한 경험과 타인과의 관계성에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물음과 깨달음을 영상과 사진에 담아낸다. 반면 이혜원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요즘의 세태에서 보이지 않는 정보망에 연결되고 얽매여버린 현대인의 관계성을 가시화한다. 이는 홍성연이 옵티컬한 시각효과에 따라 능동적 또는 수동적이 되는 개개인의 입지와 행위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휘경은 개인과 사회와의 상호작용과 환경의 영향 속에서 축적되고 변화하는 개개인의 경험과, 공간의 변동과 시간의 흐름에도 소멸되지 않는 ‘것’들을 겹침과 깊이를 통한 연속성으로 표현한다.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공간은 동일시될 수 있는데, 하유미는 획일화된 생각과 관념, 다양성과 톨레랑스의 부재의 안티테제로서 유니크한 비현실적인 상상의 공간을 그려낸다. 드미래 또한 거주공간 또는 도시의 획일성에 주목하는데, 건설과 해체의 과정에서 반복되고 겹쳐지는 흔적들을 통해 자본적 가치와 정보로 환산된 공간, 그 다양성의 상실에 대한 의문 제기를 한다.

사회 속의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는 김재영과 개인과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다뤄온 우채연은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 장치를 통해 진실과 거짓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듀오 작업을 한다. 비가시적인 개인의 경험이 감각을 자극하는 장치를 통해 드러나고 지각되는 과정을 가상현실 설치를 통해 보여준다. 가상성의 개념은 최형섭의 작업에서 파동, 보이지 않는 미세한 진동으로 표현되는데, 디지털 이미지 위에 덧그리는 작가의 손짓은 꿈과 현실, 지움과 채움, 꿈과 현실같은 이분법적 경계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련의 실천이 된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김수경은 우리를 둘러싼 비물질적 개념들을 환경적 변화, 물질성을 통해 제시하며 사물간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대중에게 자신이 속한 사회, 현재의 초상을 제공하여 스스로 처한 상황과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 이는 사르트르가 주장한 예술가의 역할이다. 
즉, 볼 수 있게 하고 귀를 열게 하고 질문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Être et Paraître 전은 이렇듯 하나의 논제나 해석으로 한정될 수 없는 감각과 감성을 동원하는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거짓의 힘에 도전하고 진실에 다가가는 길을 모색해 본다.

 

 

참여 작가
배승주 최형섭 Demilé 김수경 하유미 홍보라 홍성연 김하은 김재영 김지나
권혁이 이희경 이혜원 Zion   이승환  이송희 박송희 박혜정 신민서 우채연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