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 김나정 개인전이 gallery is에서 2022년 12월 28일(수)부터 2023년 1월 3일(화)까지 열린다.
‘무엇’인지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한 이미지가 있다. 그 ‘어떻게’가 바로 그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수행과 분리하려던 때가 있었지만, 언어가 그렇듯 하나의 이미지도 그 이미지를 생산하는 과정이나 수행 방식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김나정의 작업은 정확히 이런 부류다.
구조적으로, 다수 many의 차이들이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원리나 구조로 통일되지 않는 것, 즉 단순히 하나 one인 전체일 수 없는 다수, 그렇다고 아무 관련성도 없는 다수가 아니라, 잠재적으로 특이성과 그 특이성에 의한 차이들의 무한한 계열화와 개체성의 현실적 차이를 생성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다양체 multiplicity라 부른다. 잠재적 다양체는 철학적으로 특이성과 미분적 차이들,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규정적 관계나 계열을 만드는 그 과정이자, 현실의 무수한 개체적 차이들을 만드는 이념이다. 더 단순하게 다양체는 차원들의 다양체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1차원과 2차원의 다양체, 그리고 그 안의 무수한 차이들이 자전거라는 특이성 안에서 계열화될 때 현실에서는 자전거가 1차원, 2차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가능한 형태들이 나타난다.
김나정의 이미지도 이렇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다양체는 작가와 매체라는 현실적 조건 안에서 그것과 함께 자라난다. 그 이미지들은 작가의 몸과 정신, 그의 무의식 안에 각종의 특이성과 차이들로 잠재하다가 작가의 손안에서 태어난다. 아마 그도 최대한 형태들이 스스로 생성되고 전개하도록 자신을 내려놨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출현한 이미지나 형태들은 그 스스로 잠재성을 만들고, 각각의 형태 개체는 함께 배치되며 더 큰 잠재성과 다양체를 불러들인다. 개체들은 그렇게 형성하고 배치되며, 증식하고 진화한다. 그러니, 그의 작업은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처럼 무의식의 일 방향식 수행이 아니라, 작가와 매체, 잠재적 다양체, 현실화하고 있는 개체 이미지가 함께 역동적으로 만들어 가는 이미지다.
그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위의 방식처럼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저 김나정과 함께 그 이미지들을 따라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형태들의 생성 그 자체에 몰입해 갈 수 있다. 이미지들은 다양체로 시작해서 다양체로 만들어졌기에 어떤 중심이나 가시적인 통일 원리도 없고, 구조적 제약도 없다. 화면의 어느 곳, 어떤 형태에서 시작해도 상관없다. 그것들은 다양체를 이루기에 모두 평평 flat 하다. 각각의 형태들의 배치는 우리에게 새로운 리좀적 연결의 가능성이 출현하도록 자극하고, 언제든 현재 상태와 모양을 벗어나 진화할 것이라는 궁극적 자유의 느낌을 줄 것이다.
- 조경진(연세대학교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