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홍승혜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2-Over the Layers II'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국제갤러리는 2023년 계묘년의 첫 전시로 오는 2월 9일부터 한국의 현대미술가 홍승혜(b. 1959)의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 II)》를 서울점(K1, K3)에서 개최한다. 세상을 관통하는 시각적 원리와 규칙을 상정, 픽셀로 구성된 고유한 무대를 탐구해온 홍승혜는 2004년 국제에서의 전시 《복선伏線을 넘어서(Over the Layers)》의 후속 이야기를 9년 만에 다시 펼쳐 보인다. 전시명은 1939년 제작된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의 주제가인 ‘Somewhere Over the Rainbow’의 패러디로, ‘레인보우(rainbow)’라는 단어를 작가가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초환경인 ‘레이어(layer)’로 대체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자신의 방법론을 작업 내용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물론 이러한 ‘회상’을 통해 지금까지의 작업을 고찰할 예정이다. 이로써 작가는 디지털 세계의 기본 단위인 픽셀을 결합 및 축적하여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증식시켜 온 그리드(grid)의 세상 안에서 무지개 너머의 위안을 제공하는 동시에 ‘예술의 힘이란 자기정화(catharsis), 그리고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고 이상향을 찾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오랜 믿음을 공유하고자 한다. 

홍승혜(b. 1959)〈공중 무도회〉2020Polyurethane on plywood144 x 117.6 x 120 cm
홍승혜(b. 1959)〈공중 무도회〉2020Polyurethane on plywood144 x 117.6 x 120 cm

이어 부산점에서는 3월 17일부터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 작가 바이런 킴(Byron Kim, b. 1961)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 선 신작 회화 〈B.Q.O.〉는 작가가 2020년 1월 플로리다주 캡티바 섬(Captiva)에 위치한 라우센버그 레지던시(Rauschenberg Residency)에서 탄생시킨 연작이다. 이 제목은 바다를 주제로 한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을 축약한 것인데, 특히 세 개의 알파벳은 각각 스타니스와프 렘(Stanislaw Lem)의 『솔라리스(Solaris)』,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모비 딕(Moby Dick)』, 호메로스(Homer)의 『오디세이아(Odyssey)』에 등장하는 버튼(Berton), 퀴케그(Queequeg), 오디세우스(Odysseus)를 차례로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세 개의 패널로 구성된 회화는 물에서 바라본 하늘(상단), 물의 표면과 그에 비친 모습(중앙), 수면 아래에서 본 풍경(하단)을 묘사하고 있다. 병치된 패널에 걸쳐 은은하게 변화하는 물감의 색과 겹겹이 발린 두께, 그리고 섬세한 붓칠 등이 조성하는 모노크롬 화면은 작가가 꾸준히 연마해온 회화적 기술을 함축한다. 또한 ‘관점(perception)’에 대한 오랜 관심을 상징(representation)과 추상(abstraction)을 통해 피력하며, 물이라는 개체에 대한 포괄적 경험을 선사한다. 물에 대한 작가의 소견에 바탕, 인간과 자연 간의 본질적 관계를 다루는 문학을 차용함으로써 완성된 〈B.Q.O.〉 연작은 우주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현대적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같은 달 국제갤러리 한옥에서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b.1964)의 신작들을 소개한다. 지난 2010년 즈음 인도 피로자바드(Firozabad)를 방문한 작가는 집을 짓기 전 땅을 먼저 산 후 벽돌 더미를 쌓아 두는 현지인의 관습에서 크게 영감 받았고, 이후 유리라는 재료를 이용해 만든 벽돌과 이에 담긴 의미 등을 주된 조형 언어로 발전시켜왔다. 작가는 인도에서 제작되어 각각의 고유성을 지니는 유리벽돌을 다양한 색 조합으로 구성해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벽에 걸리는 기존의 형태가 아닌 스스로 서있는 큐브 형태의 미니멀리즘적 〈Wonder Block〉 조각을 새로 선보인다. 

4월 4일부터 국제갤러리 서울점(K1)에서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와 이우환(b. 1936)의 작업세계를 특별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시대를 관통해 전세계 미술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두 혁신가의 작업을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장르를 불문하고 오직 작가 자신과 공간의 관계 사이에서 재료에 대한 탐구와 추상으로의 접근에 매진함으로써 공간을 활성화시킨 두 대가의 작품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자리다. 칼더를 대표하는 모빌(mobile·움직이는 조각)과 스테빌(stabile·정지된 조각)은 움직임과 형태의 근원적 관계를 연상시키며, 특유의 율동적인 에너지와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선들이 전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장소 특정적 설치 외에도, 고유한 철학을 바탕으로 반복적 행위와 오랜 수련을 통해 완성된 페인팅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우환의 작업 역시 작품의 무게와 위치를 조율해가며 관람객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사물(혹은 비사물)과 그것의 제작과정 및 재료 등은 칼더와 이우환이라는 두 거장의 작품세계를 관통하고 이들의 예술적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편 지난 2021년 서울점에서 사람, 건축, 동물 등을 모티프로 개인전을 선보인 영국의 현대미술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 b. 1958)는 5월 부산점에서 또 다른 작업군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작가는 다가오는 부산점 개인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이 위치한 F1963 내부 공간들은 내가 새롭게 탐구하고 있는 영역들을 광범위하게 선보일 수 있는 전시기획을 가능케 한다. 움츠렸던 시기를 지나 활기차고 활동적인 한 해를 보낸 만큼, 나 역시 이렇듯 새로운 에너지를 발판 삼아 작업을 제작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모자이크, 필름, VR, 그리고 라이브 퍼포먼스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전시에 맞춰 부산 해변의 산책로를 지나는 보행자들을 촬영한 후 이를 회화 및 조각으로 재해석한 〈Walking in Busan〉 연작을 만들기도 했다. 전시 기간 동안 직접 커미션한 댄스음악을 활용, 틱톡(TikTok)을 기반으로 한 댄스 프로젝트도 시도하고자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VR고글을 통해 관람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9월에는 서울점에서 인도 출신의 영국 작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b. 1954)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카푸어는 2022년 베니스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을 통해 명실상부 예술적 천재성과 현대미술 거장의 존재감을 세계 미술계에 각인하는 동시에 작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2016년에 이어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 역시 최근 작업세계의 근간을 구성하는 신작 회화 및 조각과 함께 시각예술의 재료적, 개념적 한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유화를 활용한 카푸어의 신작들은 무언가 실재하는 상태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반면, 블랙 조각들은 이러한 존재를 부정하며 형태의 무력화와 대상의 해체를 묘사한다. 이번에도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 돌, 왁스, 피그먼트 등 자신을 상징하는 재료적 언어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시에 극복하고, 사물 표면의 생성과 파괴를 탐구함으로써 연상적이며 시적인 ‘사이성(in-betweenness)’에 대한 고찰을 펼쳐 보인다. 

11월에는 사회적 구조와 현상이 개인적 삶에 개입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동시대 미술의 카테고리 내에서 병치되는 방식을 탐구해온 현대미술가 함경아(b. 1966)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회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을 넘나드는 와중 특히 〈SMS〉와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다섯 개의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 등의 연작으로 대표되는 자수회화는 화려한 색채, 노동집약적 표면, 미학적 완성도로 표현되는 예술적 아우라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동과 통제불가한 과정의 변수가 응축된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가오는 개인전 역시 표현과 전개 등의 면에서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거나 보다 진화한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함경아 작가는 2015년 국제갤러리 개인전 이후 스위스 베른 시립미술관, 독일 뒤셀도르프 아르테나 재단, 한국 서울시립미술관, 홍콩 CHAT 등 유수의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여왔으며 2020년에는 제1회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트리엔날레(Asia Society Triennial)에도 참여한 바 있다. 

연말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회화작가 이광호(b. 1967)의 개인전이 열린다.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9년 만에 국제에서의 개인전을 앞둔 작가는 특정한 사물이나 단순한 대상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나무, 덩굴, 풀과 같이 완벽한 재현이 불가한 어떤 대상의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 분위기 자체를 정교한 붓질로 묘사한다. 눈으로 보는 대신 만지면서 느껴지는 촉각적 감각을 작업을 통해 묘사하고 싶다고 언급한 이광호 작가의 작업들은 특유의 섬세한 회화적 표현을 통해 마치 자연 속에 붙들려 있는 듯 생생한 공감각적 몰입감을 보는 이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회화와 설치를 넘나들며 세계의 본질을 이루는 구조 및 흐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실험해온 이기봉의 개인전 《당신이 서 있는 곳(Where You Stand)》을 2022년 12월 31일까지 K1 및 K2에서, 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의 〈역사 회화〉와 〈빈 공간(하늘회화)〉을 소개하는 작가의 첫 국제갤러리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Image, Symbol, Prayer)》를 2023년 1월 29일까지 K3에서 선보인다. 

바이런 킴(b. 1961)〈B.Q.O. 27〉2022
바이런 킴(b. 1961)〈B.Q.O. 27〉2022
장-미셸 오토니엘(b. 1964)〈Wonder Block〉2022
장-미셸 오토니엘(b. 1964)〈Wonder Block〉2022
알렉산더 칼더(1898-1976)〈Black Beast〉1940
알렉산더 칼더(1898-1976)〈Black Beast〉1940
이우환 프로필 이미지사진: Claire DornCourtesy of Studio Lee Ufan
이우환 프로필 이미지사진: Claire DornCourtesy of Studio Lee Ufan
줄리안 오피(b. 1958)〈Dance 2 step 1.〉2022Vinyl on aluminium stretcher
줄리안 오피(b. 1958)〈Dance 2 step 1.〉2022Vinyl on aluminium stretcher
아니쉬 카푸어(b. 1954)〈In-between II〉2021Oil on canvas
아니쉬 카푸어(b. 1954)〈In-between II〉2021Oil on canvas
함경아(b. 1966)자수 프로젝트 (detail)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함경아(b. 1966)자수 프로젝트 (detail)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광호(b. 1967)〈Untitled 4731〉2021Oil on canvas
이광호(b. 1967)〈Untitled 4731〉2021Oil on canvas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