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불야성(不夜城):The White Way
박지은 불야성(不夜城):The White Way

[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 강남구 서정아트에서는 2022년 12월 17일(토)부터 2023년 1월 20일(금)까지 박지은 '불야성(不夜城):The White Way' 전이 열린다.

박지은 작가는 강렬한 먹선과 함께 도시의 야경을 담아내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검은 묵 면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도시의 야경이 세밀하게 묘사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야경들은 서울, 뉴욕, 파리, 싱가포르 등 다양한 도시의 경관이며, 각자의 랜드마크로 이들이 실재하는 풍경임을 식별할 수 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듯, 작가에게 있어 여행은 영감을 얻는 주요한 수단이 된다.

작가는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풍경, 순간, 분위기를 캔버스 위에 담아내는데, 사진으로 찍은 듯한 사실적인 야경에서는 강렬한 묵 면의 프레임을 통해 마치 잔상처럼 한순간에 지나가는 듯한 운동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여행지에서 느낀 순간적인 감정을 관람자에게 하여금 마치 직접 겪은 것과 같이 기억 저편에서 끌어온 경험인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 

A little talk-Seoul_72.7x72.7cm_Chinese ink, acrylic and gold leaf on Korean paper_2022 - 박지은作
A little talk-Seoul_72.7x72.7cm_Chinese ink, acrylic and gold leaf on Korean paper_2022 - 박지은作

박지은이 사용하는 주된 재료는 변화하는 감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혼란스러움을 느낀 작가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세상을 관조하려 한다. 작가는 관조의 수단으로 여행을 택했는데, 그 누구도 아닌 익명의 상태로 세상 곳곳을 누비며 작가는 여러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는 세상 어디에서도 변함없는 고요한 밤의 건물과 풍경, 지붕과 불빛에서 위로를 얻어 갈 수 있었다.

A little talk-Lyon _30x30cm_Chinese ink, acrylic and gold leaf on Korean paper_2022 - 박지은作
A little talk-Lyon _30x30cm_Chinese ink, acrylic and gold leaf on Korean paper_2022 - 박지은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탐구하는 여러 감정 중 특히 대조적인 감정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차오르다가도 텅 비고, 쓸쓸하다가도 황홀해지는 감정의 높낮이를 통해 영감을 얻는 박지은은 작품 그 자체로 대조를 표현한다. 한밤중에도 해가 떠 있는 것처럼 밝다는 의미의 ‘불야성(不夜城)’처럼 본 전시는 작품의 이런 대조적 성격에 주목하는데, 언뜻 보면 과감한 먹선으로만 이루어진 듯한 작품의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야경의 불빛들이 섬세하게 묘사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불야성’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역설적이다. 밤이지만 낮처럼 밝으며, 잠을 자는 고요한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불을 켜고 모여 활기차기도 하다. 언뜻 차갑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밤의 야경은 사실 그 속의 개인들이 따뜻한 불빛을 켜야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 또 하나의 대조이기도 하다. 

A little talk-Tokyo_100x72.7cm_Chinese ink, acrylic and gold leaf on Korean paper_2022 - 박지은作
A little talk-Tokyo_100x72.7cm_Chinese ink, acrylic and gold leaf on Korean paper_2022 - 박지은作

박지은 작가의 작품은 과감함과 세밀함, 차가움과 따뜻함, 고요와 활기가 공존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처럼 상반된 것들의 미학은 언제나 우리를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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