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주필리핀한국문화원에서는 2022. 11. 17 - 2023. 2. 28까지 옛날옛적에 '우나영의 한복동화'가 전시되고 있다.
주필리핀한국대사관과 주필리핀한국문화원이 주최, 주관하고 ㈜리우션이 기획한 <옛날옛적에…우나영의 한복동화>가 2022년 11월 17일부터 2023년 2월 28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 소재한 주필리핀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된다. 아름다운 신데렐라부터 모험을 좋아하는 앨리스까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어린이, 가족 및 동화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완벽한 연말연시 전시회이다.
본 전시는 우나영 작가가 서양의 전통 동화를 주제로 하여 제작한 작품 약 32 점을 선보인다. 한복을 입은 앨리스, 백설공주, 엄지공주, 라푼젤 등 서양 동화의 주인공들은 먹의 필선과 종이 특유의 표면을 살리고, 물들인 듯한 채색이 어우러져 한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공간으로 성큼 들어왔다.
작품들은 한국적인 배경에 한복을 입은 캐릭터로 전환한 한국적인 표현 기법으로 서양 동화의 장면들을 묘사하였다. 전시된 작품 중 <엄지공주 (Thumbelina, 2019)>는 전통회화의 기명절지도를 차용하여 서적과 도자기, 괴석과 화훼 등의 정물과 동화 캐릭터를 한 곳에 모았다. <라푼젤 (Rapunzel, 2019)>은 장생도의 상징물들을 가져와 해와 달, 구름, 산과 바위가 어우러진 자연 풍경을 동화의 배경으로 대체하였다. 전통적인 투시도법으로 묘사한 기물들과 화원풍의 선과 채색으로 표현한 배경은 디지털 툴을 이용한 서양 동화의 한 장면이라는 설명이 없다면 관람자에게 일반적인 한국화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신데렐라 (Cinderella, 2019)>나 <백조왕자 (The Wild Swans, 2009)>, <백설공주 (Snow White, 201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작품들은 서양 동화의 장면을 동양의 시공간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공주와 왕자가 등장하는 서양의 공간은 동양의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물가나, 소나무가 에워싸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숲으로, 기둥과 공포, 단청으로 장식한 보가 이어지는 궁궐의 회랑으로 바뀌었다.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화면의 가장자리를 에워싼 숲은 주인공의 무대를 받치기에 손색이 없고, 어두운 회랑의 끝에서 빛나는 광원은 도망치듯 달려 나오는 신데렐라의 스토리를 드라마틱하게 강조했다. 앨리스의 모험이 시작된 토끼굴 속 깊은 우물은 족자와 고가구가 끝도 없이 배치된 기묘한 통로로 재창조되었다.
특히 작품 속 캐릭터들이 입은 가지각색의 한복 복식을 따르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앨리스는 흰 저고리와 푸른 색의 풍성한 치마를 입고, 버선과 고무신을 강조하였다. 눈의 여왕은 금관을 쓴 신라 여왕의 복식을, 백조왕자의 공주는 백제 복식을 하였다. 개구리 왕자의 공주는 노리개, 배씨댕기와 같은 화려한 오방색의 장신구를 착용했다. 한국의 전통 의복 문화를 고증하면서도 때로는 현대의 의복 요소를 가미하여 풀어내는 작가의 작품은 한복의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매번 다채로운 테마를 시도한다.
우나영 작가가 구현한 동화 시리즈는 단순히 서양의 동화 스토리에 동양적인 이미지를 입힌 것이 아니라, 동, 서양이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의 특징을 조합해 색다른 세계관을 창조한다. 대중매체에 의해 고착된 동화의 이미지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비튼 새로운 이미지는 익숙하지만 낯선 시공간으로 관람자를 안내한다.
본 전시는 필리핀에서 열리는 우나영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이를 기념하여 작가는 필리핀의 건국 신화인 <말라카스와 마간다의 전설 (The Legend of Malakas and Maganda)>을 수묵화풍의 신작 6점으로 옮겼다.
작가는 그 동안의 한복 동화 연작을 망라하면서 한글과 한복의 아름다움을 작품과 함께 드러내고자 하였다. 전체 12개의 동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해당 동화와 설화의 텍스트와 함께 전시장에 어우러진다. 관람자는 전시장의 흰 벽면을 따라 작품을 보면서, 그리고 전시장 가운데에 드리워진 한복 천들 사이를 거닐면서 서로 다른 글씨체와 크기, 배열을 달리한 텍스트들을 읽게 된다. 이를 통해 우나영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한복의 색감과 촉감을 경험하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본 전시는 해를 넘겨 2023년 2월 28일까지 지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