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화가와 기성 화가의 협업에 주목”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11월 17일~11월 27일 예술의전당에서는 비채아트뮤지엄 주관으로 발달장애 화가와 기성 화가의 협업으로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이 개최된다.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김인 작가작품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김인 작가작품

나눔(divide)의 뿌리는 깊었고, 나눔(share)의 길은 멀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오랫동안 나눔(divide)의 대상이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란 용어를 쓴다는 것부터 어떤 범주(category)에 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숨어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말하는 요즘도 장애인에 대한 ‘별도의 대우’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즉, 특별함을 가장한 차별인 경우가 많다.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비채아트뮤지엄 전수미 관장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비채아트뮤지엄 전수미 관장

이는 미술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흔히 ‘장애인 미술’, 또는 ‘발달장애 아티스트’라는 말로 장애인들의 창작 활동마저 고정관념 속에 범주화한다. 이런 말은 쓸 때 ‘화가’보다는 ‘장애인’에 중점이 두어 지면서 예술성은 간과되기 쉽다. 심지어 작품들이 예술 외적으로 재단되기도 한다.

2020년 9월과 2022년 1월 두 번에 걸친 발달장애 아티스트 전시회를 기획, 주관하면서도 고민했던 부분이 전시 제목에 ‘발달장애 아티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두 번의 전시를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한 현실적 여건 속에서 발달장애인의 작품들이 예술의 전당에서 선보임으로써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에게 큰 격려가 됐고, 예술적으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믿는다.

하지만 국내 또는 국내외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전시회에서도 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관객의 선입견은 일부 남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비채아트뮤지엄 성기노 대표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비채아트뮤지엄 성기노 대표

“‘장애’와 ‘비장애’ 화가 본격 협업의 원년(元年)이 될 것”
제1, 2회 발달장애 아티스트 전시는 발달장애 화가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선입견을 줄이는 데 기여했으나 미흡한 점도 있었다.
비채아트뮤지엄은 기존의 ‘발달장애 아티스트 전시회’에서 벗어나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기성 화가가 대등한 눈높이에서 협업(collaboration)을 진행하기로 했다.

협업은 먼저 2022년 11월3일~6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 열리는 제2회 글로벌 아트 페어 싱가포르에서부터 시작한다.
비채아트뮤지엄은 이번 싱가포르 아트 페어에 동양화가 석철주, 서양화가 김인-이재옥-정정식 등 국내의 이름있는 화가들의 작품을 출품하는데, 동시에 권한솔, 공윤성 등 발달장애 작가의 작품들도 출품한다.

”상상을 깨워 큰 도약의 힘으로 쓰자”
2022년 11월17일~27일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전’은 발달장애 화가의 작품과 함께 동양화가 박행보, 서양화가 김인 이재옥 정정식, 조각가 이기원 등의 작품들이 같은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이 같은 전시 방식에 대해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보호자, 기성 화가들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았다.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

특히 기성의 화가들께서는 전시의 취지에 공감하고 흔쾌히 작품 출품에 동의해 주셨으며, 그림이 판매될 경우 수익금의 일부를 장애인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발달장애 아티스트들과 기성 화가들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전시된 적은 있었으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대규모 특별전에서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기성 화가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전시하는 경우는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이번 싱가포르 아트 페어와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 전’ 한번 만으로 장애인 화가와 비장애인 화가 사이의 벽을 다 깨트릴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발달장애 아티스트’ 또는 ‘발달장애 작가’라는 말은 없어지고, ‘화가’ 또는 ‘작가’로만 작품활동을 하고, 전시하고, 그림을 판매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격려가 절실하다.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정정식 작가작품 (2)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展’-정정식 작가작품 (2)

이번 2022 글로벌 아트 페어 싱가포르 출품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전’은 비록 작은 발걸음이지만, 큰 도약이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비채아트뮤지엄은 이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며, 지원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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