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범벅이든, 눈물 범벅이든 결과는 관람객의 몫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양화가 이재옥의 특별초대전 ‘범벅(Beombuck)’이 10월6일(목)부터 27일(목)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비채아트뮤지엄(관장 전수미) 1· 3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현장을 찾아 경도연 큐레이터가 오늘의 리포터로 이재옥 작가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경도연 큐레이터가 색상이 다채로우신데 특별히 선호하는 색상을 묻자, 이재옥 작가는 "저는 색을 쓸 때 예쁜색을 쓰려고 해요. 그 중에서도 탁색을 배제하고 원색을 쓰는 편"이라고 답했다.
물감이 사물 위에 흐르는 형태로 그려져 있는데 이유를 묻는 경도연 큐레이터의 질문에 이 작가는 "제 그림속에있는 대상들은 주변에서 보여지는 일상적인 사물인데 그것을 저의 그림속으로 가지고 와서 대상위에 물감이 흘러내리게 하는데 물감이라는 것은 제가 화가이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라도 쓸 수 밖에 없어서 그것을 저의 작업 테마로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도연 큐레이터가 작품을 보면 사진처럼 생생하게 그리셨는데 상상으로 그리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재옥 작가는 "작업을 하다 보면 좀 더 리얼한 사물을 표현하기위해서 어느 사물을 정해 놓고 그 사물위에 물감을 시간 차를 두고 정지시켜서 한 컷씩을 그려낸다."고 설명했다.
경 큐레이터가 이번 작품명이 'Beombuck'인데 물감의 범벅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이재옥 작가는 "우리가 컵에 액체를 담을 때는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데 저는 그것을 흘러 넘치게 함으로써 시각적으로 효과를 준 것으로 흘러 넘쳐서 마지막에는 섞여 있기도 하고 그렇게 범벅된 물감의 형태가 사람의 모습들이나 관계된 것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범벅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작가의 대표작인 ‘레인보우’ ‘하트’ ‘스타’ ‘Out of the box’ 등 30여 점이 선보인다.
이재옥은 ‘레인보우’ ‘하트’ ‘Out of the box’ 등의 흘러내리는 물감의 이미지를 가진 ‘범벅(Beombuck)’ 이미지의 작품들로 주목받고 있는 중견 작가다.
이 작가는 “흘러내리는 물감은 부드럽지만, 머그 컵이나 맥주 캔, 보드카 병, 종아 상자 등은 단단한 물체”라며 “부드러운 것과 단단한 것 사이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작품에서 표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이질적인 두 물체의 물성(matiere)과 원색적인 색상들이 무지개의 색깔들처럼 배합돼 강렬한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흘러내리는 물감으로 표현되는 부드러움과 강함, 사랑과 미움,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들이 작품 속에서 마치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 음식 조리 기법인 ‘범벅’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재옥은 흘러내리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머그 컵에 유화와 아크릴 물감을 넣고 점도가 옅은 것부터 짙은 것까지 조절하면서 물감이 섞이는 모양과 바닥에 닿는 시간을 측정해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그의 작품들이 ‘소프트 리얼리즘(Soft Realism)’ 화풍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재옥은 2000년대 들어 귤 껍질을 오브제로 한 ‘Tangerine Dream’ 연작으로 눈길을 끌기 시작해 그 후 ‘블루’ 등의 작품을 거쳐 최근에는 빨강, 노랑, 초록 등의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해 인간 감정의 양면성과 모호함을 표현한 ‘범벅’ 연작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재옥 작가는 “유화와 아크릴 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써서 흘러내리는 액체의 부드러운 물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며 “범벅 작품들에서 ‘사랑범벅’을 경험하든, ‘눈물범벅’을 느끼든 오롯이 관람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재옥은 충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
2004년 ‘나안의 나’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20여 회의 초대전과 그룹전, 아트 페어 등에 참여했다.
이재옥 작가는 오는 11월3~6일 ‘글로벌 아트 페어 싱가포르 2022’에도 참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