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국제갤러리는 오는 9월 2일부터 6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제1회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및 ‘키아프 서울 2022’에 참가한다. 협업으로 동일기간에 진행되는 두 아트페어의 참여를 위해 약 300개의 갤러리들이 미술 열기로 가득한 서울로 모여들 예정이다. 지난 2년 동안 국내에서 컬렉팅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게 급증하면서 서울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부상했다. 각자의 본거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와 ‘프리즈’의 협업은 이 지역의 미술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국내외 컬렉팅 문화를 육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처음 출범하는 ‘프리즈 서울’에는 전 세계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해 한국의 컬렉터 및 미술애호가들을 만난다. 앞으로 5년 동안 지속될 ‘프리즈’와 ‘키아프 서울’ 주최국인 한국화랑협회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은 올해 국내외 미술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제였다. ‘프리즈 서울’은 2003년에 처음 열린 ‘프리즈 런던’, 2012년부터 시작된 ‘프리즈 마스터스’와 ‘프리즈 뉴욕’, 2019년 개최된 ‘프리즈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5번째로 열리는 ‘프리즈’ 행사이다.
‘프리즈 서울’ 감독 패트릭 리(Patrick Lee)의 주도하에 2022년 9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동시대미술을 선보이는 갤러리들을 위한 ‘메인(Main)’, ‘프리즈 마스터스’ 감독인 네이선 클레멘츠-길레스피(Nathan Clements-Gillespie)의 디렉팅을 통해 고전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이르는 거장들의 작품들 중 소장가치가 있는 미술품들을 다루는 ‘마스터스(Masters)’, 그리고 호라이즌 미술 재단(Horizon Art Foundation)과 아웃랜드(Outland)의 수석 예술감독인 크리스토퍼 Y. 류(Christopher Y. Lew)와 두산아트센터의 큐레이터이자 독립 큐레이터로도 활동중인 장혜정의 기획으로 아시아 지역 갤러리의 작가 10명의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는 ‘포커스 아시아(Focus Asia)’ 등이 마련되었다. 페어 외에도 8월 29일부터는 서울 전역의 갤러리, 미술관, 작가 스튜디오를 아우르는 각종 전시와 행사 등으로 구성된 ‘프리즈 위크(Frieze Week)’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의 다채로운 미술문화 현장을 즐길 수 있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국내외 근현대 미술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폭넓게 선보인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후기작인 〈고요〉 연작 〈Tranquility 5-IV-73 #310〉(1973)이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밤하늘의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푸른 점과 직사각형 흰색 띠가 특징인 이 작품은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뉴욕에서 제작된 회화작업이다. 김환기의 대표적인 파란색으로 그려진 마지막 작품 중 하나로, 주요 회고전에 수차례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기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한국의 자연을 점, 선, 면, 색의 기본 조형요소로 환원하며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평가받아온 유영국의 회화 〈Mountain〉(1973)도 만날 수 있다. 국제갤러리 서울점 전관에서 선보이며 8월 21일에 종료된 유영국 20주기 기념전에 이어 이번 부스에 전시되는 작가의 작품은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에게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유영국이라는 작가의 중요성을 다시금 알린다.
이어 추상에 대한 독자적인 발상으로 근현대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단색화 대표주자들의 작품들도 있다. 먼저 예술서적 출판사로 업계의 선두주자 자리를 지켜온 리졸리(Rizzoli)와 함께 모노그래프 『Park Seo-Bo: Écriture』를 출간한 박서보의 〈묘법〉 연작 중 〈Écriture (描法) No. 071130〉(2007)을 소개한다. 이어 캔버스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으로 제작된 하종현의 〈접합〉 연작 중 〈Conjunction 17-301〉(2017)이 있다. 8월 24일까지 베니스 팔라제토 티토(Palazzetto Tito)에서 진행된 하종현의 개인전은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미술전의 공식 병행전시로 60년 화업의 주요 지점들을 관통하는 작품 30여 점을 엄선하여 재료에 대한 작가의 실험정신과 예술세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일괄했다.
물, 안개, 나무 등 자연적 요소들을 캔버스 위에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통해 몽환적으로 표현한 이기봉의 신작 〈검은거울 — 비어있음〉(2022)을 포함한 다채로운 한국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된다. 한국 전통 돗자리인 화문석 위에서 추는 조선시대 궁중 독무 춘앵무를 현대적으로 번안하여 섬세한 기하학적 패턴으로 장식된 촘촘하게 짜인 갈대 매트로 특징 지어지는 강서경의 〈자리(Mat)〉 연작 〈Mat 120 x 165 #22-31〉(2021-2022)도 선보인다. 이어 문성식의 대형 장미꽃 회화 시리즈의 신작인 〈그냥 삶〉(2022)은 채 마르지 않은 유화 물감 표면을 직접 긁어내고 그리는 작가의 대표 기법을 보여준다.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작품 〈Nœud Sauvage (Wild Knot)〉(2020)를 포함하여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해외작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과 덕수궁 정원에서 8월 7일까지 진행된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에도 전시된 바 있는 해당 작품은 오토니엘의 대표적인 유리구슬 조각 시리즈 중 하나다. 복잡한 수학적 해석과 대수적 위상수학에 기반을 둔 보로미안(Borromean) 매듭의 모양을 차용해 역동적인 곡선을 서예와 유사한 제스처로 형상화하고 있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프리즈 서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양혜규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단독 섹션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는 양혜규의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작으로는 스테인리스 스틸 방울과 수동으로 작동시켜 독특한 시각적 패턴과 음향 효과를 내는 수도꼭지로 뒤덮인 벽걸이 조각품 신작 〈Sonic Rotating Whatever Running on Hemisphere #19〉(2022)이 있다.
덴마크 국립 미술관에서의 개인전과 홍콩 M+의 커미션 프로젝트 〈소리 나는 구명 동아줄〉(2022)을 상반기에 선보인 후, 작가는 안트베르펜 현대미술관(M HKA – Museum of Contemporary Art Antwerp), 시카고 대학교 스마트 뮤지엄(Smart Museum of Art at the University of Chicago), 오카야마 아트 서미트(Okayama Art Summit), 싱가포르 비엔날레 등 다수의 전시 및 비엔날레에 참여한다. 작가는 또한 내년초 브라질 상파울루 피나코테카(Pinacoteca de São Paulo), 벨기에 겐트 현대미술관(S.M.A.K.) 등의 유수 기관에서 개인전을 예정하고 있다.
‘키아프 서울’은 2002년을 시작으로 현대 미술의 가치를 발견, 공유하고 국제적으로도 활발히 교류하며 국내 대표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유럽, 북미, 아시아 등 17개국 164개의 세계적인 갤러리가 참가하는 올해 ‘키아프 서울’은 역대 가장 많은 해외 갤러리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더욱이 올해는 코엑스에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키아프 플러스’라는 위성페어를 함께 개막할 예정이다. ‘키아프 플러스’는 비교적 신생갤러리들을 비롯해 전통적인 아트페어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NFT 아트, 뉴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