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관정 허성미)에서는 2022년 4월 20일~4월 26일까지 박앵전 작품전 '매화를 넘어 대나무숲으로 가다'가 전시되고 있는 현장에 김종근 미술평론가와 20일 오후 4시가 넘어 김종근 미술평론가가 해설하는 전시평론 영상 녹화를 진행하였다.

평화를 품다
평화를 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어 있드냐.
저러고도 사계절 내내 푸르니
대를 좋아하노라

박앵전

열정
열정
서로 웃다
서로 웃다

녹원(綠元) 박앵전 작가는 2년 전 개인전 『심매尋梅의 여흥과 문기』에서 그녀가 매화를 그릴 수밖에 없는 속내와 심경을 간절하고 따뜻하게 고백했다. 물론 매화가 가지는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가3
연가3

"매일생한 불매향" (梅一生寒 不賣香)이라고 매화는 일생 동안을 추운 밖에서 자라 겨울을 나고 봄에 꽃을 피우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향을 팔지 않는 지조도 있다.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는 매화가 많은 예술가에게 아름다운 모습이나 지조의 상징으로 시와 그림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유이다. 그래서 일생을 독신으로 매화와 더불어 칩거 생활을 한 송나라 시인 임포(林逋) 이후로 문인들 사이에서 눈 덮인 매화나무 가지에 처음 피는 꽃을 찾아 나서는 심매(尋梅)가 문인들의 연중행사로 유명했다. 이토록 매화에 심취했던 그녀가 이번에는 문인화의 필법을 뛰어넘어 현대회화로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으로 대나무 숲을 보듬고 돌아왔다. 작가는 2년 전 개인전에서 이러한 대나무 숲으로의 변신을 예고하는 대나무 채색 수묵화 200호 크기의 대작 1점을 살짝 공개했었다. 그러나 사군자의 매화에서 대나무로의 주제만 바꿀 줄 알았는데 작년 방문한 작가의 작업실에는 그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실제 광양의 대나무 숲을 방불케 할 만큼 온통 대나무 그림으로 넘쳐났고, 그뿐만 아니라 표현과 스타일, 색채에서 기법도 표현양식도 장엄한 100여 점 이상의 대나무 숲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달빛속으로
달빛속으로

박앵전의 그림 속에서 이처럼 어린 대나무의 가녀림과 힘차게 올라가는 힘참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려는 꿈을 발견하는 것은 작가의 열정이 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류화가의 그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군자다운 기질과 기품도 작품 곳곳에서 풍긴다. 그렇게 먹으로 그린 대나무의 골격과 구성이 적절한 색상과 균형의 깊이를 지니면서 그녀의 대나무 숲은 평온하기도 적요하기도 하다. 아마도 이러한 표현이 가능한 것은 판교 정섭(중국 청대 양주팔괴의 화가)이 강조한 '격'이 없는 시나 그림은 껍데기일 수 있다는 말처럼 박앵전의 그림이 "안중지죽(眼中之竹)에서 흉중지죽(胸中之竹)으로, 그리고 수중지죽(手中之竹)과 그대로 닿아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눈으로 보는 대나무로서 객관적인 대나무 형상과 안목과 관찰력, 결코 함부로 그림은 공허하지 않은 '흉중지죽'으로서 가슴 속의 대나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과 깊이 있는 대나무를 보는 감성이 그대로 우러나 우리에게 평안과 정중동의 감성을 화폭이 열어 보인다.

축복
축복

김종근 미술평론가

박앵전 작가는 "고산 윤선도 어른이 사랑하셨던 다섯 친구 가운데 하나인 대나무는 사군자 중 겨울을 상징하며 지조와 절개를 나타냅니다. 이번 대나무전에서는 저의 생각과 뜻을 담아서 나만의 대나무를 그려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진심으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이번 전시 소감을 밝혔다.

김종근 미술평론가가 박앵전 작가 전시를 해설하고 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가 박앵전 작가 전시를 해설하고 있다.
박앵전 작품전 '매화를 넘어 대나무숲으로 가다'

이어 "'아득한 청산길에 푸르고 긴 죽림이로다'라고 말씀하신 옛 선현의 시 한구절이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천천히 진실함으로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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