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만드는 정신으로 창작한 인간적인 회화 –오서희
김종근 (미술평론가 )

아낌없이 주는 사랑
아낌없이 주는 사랑

오서희는 패션기업 <몬테밀라노>를 운영하는 대표이다. 패션을 창조하는 디자이너가 작품전을 갖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사실이지만 실제는 전혀 이상하고, 신기한 일도 아니다.
미술과 패션이 만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1965년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 몬드리안의 추상회화를 옷으로 풀어낸 이래 “둘의 이종교배”는 베르사체는 물론 패션계에서 끊임없이 일어났었다.

연인 LOVER
연인 LOVER

특히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에 의해 무라카미 다카시와 쿠사마 야요이가 각각 루이뷔통과 협업하면서 전 세계 패션과 예술계를 뜨겁게 흔들었다. 이외에도 브랜드 유니클로가 앤디 워홀, 줄리앙 오피 등 미술계 최고의 미술가와 협업을 한 바 있다.
패션이 사랑한 미술이란 이 트렌디한 현상을 산업과 문화계에서는 패션의 대중성과 미술의 실험성을 서로가 탐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오서희는 이 경계선과 패턴을 넘어선다. 직접 디자이너로서 손수 미술작품을 창작하여 패션의 영역을 확장한 작가인 셈이다. 이것으로 보아도 그녀는 패션 정신과 순수미술 창작의 뿌리가 결국 한곳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또 다른 나
또 다른 나

작가는 오래전 미국의 미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귀국하여 다시 홍익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회화작업을 하면서도 그녀는 패션의 정신을 순수미술에서 찾고 있다고 말해왔다. 즉 실제 미술과 패션, 두 영역의 단순한 만남을 넘어서 미술 속에 숨은 패션, 혹은 패션에 내재한 회화적 가치를 쟁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융합하는 꿈을 공유하는 창조적인 작업을 작가는 2021 서울아트쇼(SEOUL ART SHOW)에서 독특한 구성과 기법으로 말(馬)을 주제로 전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 작품들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리움 2021', '알래스카의 꿈 2021', '알래스카 날씨는 어떤가요? 2021' 등이다.

꿈같은 날들
꿈같은 날들

해외에 오래 체류하며 여행을 해온 그녀에게 이런 <알래스카 시리즈>는 분명 주제나 스토리에서 흥미롭다. 빙하에 흰 말과 검은 말을 캔버스 앞 측에 배치한 다소 초현실적인 구성도 그러하다. 그림마다 그만의 특성이 두드러진 흰색과 블루, 검은 색채가 강렬한 느낌의 인상도 그러하다.

우리는 여기서 이미 “아티스트는 세상의 공허함을 보듬어줘야 한다”라는 그녀의 신념과 체취를 체감한다. 오서희 회화작품의 기본적인 특징은 패션디자이너답게 풍부한 색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일정한 색상의 톤을 추구하기보다 화려한 색채를 화폭에 과감하게 끌어들여 회화란 결국 색채로 뒤덮인 하나의 평면이란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하나 특성은 동물의 이미지를 빈번하게 화면에 빌린다는 점이다.

고독
고독

꽃과 얼룩말을 이용하여 색채의 대비를 활용하는 <연인> 작품이라든가, <또 다른 나>에서처럼 끓어오르는 열정을 말이 튀어 오르며 요동치는 모습으로 형상화하는 자세에서 그녀의 작품들은 구체적이지만 동시에 은유적 메타포를 내포하고 있다.
<외출>에서 처럼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기린은 사실 자연스러운 동물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동물 이미지로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기린이 단순한 동물이라기보다 비유화 되어 있는 작가의 초상에 공감한다.

말과 코끼리를 한 화면에 배치하여 구성적 효과를 연출한다든가 <혼자 맞는비> 에서 힘겹게 길을 가는 거북이의 모습은 더욱 색면 공간에 그가 매복시켜놓은 은유적인 메타포로 비친다.
이 세련된 표현과 테크닉이 가능한 것은 그녀가 치열하게 귀국 후도 지속해서 새로운 정신으로 프린트 옷을 창작한 결과이다.
보통 그의 제작 방법은 패션 프린트와 회화와 결합으로 컴퓨터에 의해 캔버스에 도안하면서 시작된다.

홀로 떠나는 여행
홀로 떠나는 여행

그렇게 볼 때 오서희의 모든 작품은 사실 디자이너가 화가가 되어 작품전을 하는 것이며, 동시에 오서희의 패션쇼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정신과 기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캔버스에 옮기면서 한편으로 옷이라는 존재가 인간을 얼마나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가를 작가는 우리에게 깨닫게 한다.
그녀는 “아티스트란 눈에 보이는 작품으로 돈을 버는 일을 넘어, 꿈을 팔고 창조적인 시각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림을 사는 게 아니라 꿈을 사는 것”이라는 것이다.

리더의 모습
리더의 모습

남다르게 오서희에게는 이런 예술이념으로 자신의 메시지와 내면의 감정들을 작품 속에 전달하려는 명확한 취향의 예술세계가 존재한다.
어쩌면 모든 인간은 예술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오서희는 그 인간이 필요로 하는 옷을 만들 듯이 화가가 되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술을 한 공간 안에 패션과 교배시키는 패션 아트테이너인 것이다.

파티
파티

그녀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화사하며 현란한 색채로 뒤덮여 있다. 그러면서도 기쁨과 환희 환상적인 색채로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동시에 중후하면서 따뜻한 색채로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동물들의 축제처럼 보이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그 이유가 있다면 작가가 그림 속에 분명히 숨어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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