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섭 미술평론] 한국적인 정신 및 정서를 내재하는 돌담의 조형미
[아트코리아방송 = 김종숙 기자] 이필언 작가의 '25년만의 외출展'이 2022년 3월 23일 ~ 3월 29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초대전으로 오픈하였다. 이 작가는 1941년 경남 언양 출생으로 본명은 이채언이다. 1976년 목우회 공모전최고상을 비롯하여 미술계에 거목으로 현재 한국전업작가미술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필언 작가의 작품세계는 한국적인 정신 및 정서를 내재하는 돌담의 조형미가 특징이다. 그림의 소재는 그 자체로 화가의 개별적인 형식이 되기도 하고, 다시 말해 특정의 소재만을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한 작가의 이미지가 굳혀진다.
1970년대 돌담에 비치는 그림자가 등장하는게 특징이다. 이 작가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그때 당시 국전)의 대상을 비롯하여 신라문화대상전의 국무총리상, 프랑스 르 살롱전의 금상 및 은상 등 큰 상을 수상, 작가로서 입지를 다니고 작가로 주목을 받고, 지속적으로 돌담과 그림자에 천착함으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이미지를 굳혀갔다.
그에게 그림자가 비치는 돌담은 제2의 캔버스인 셈이다. 나무 그림자를 비롯하여 그 앞에서 펼쳐지는 농악 그리고 사람들의 이미지가 오랩하는 돌담 그 자체가 캔버스로서 손색이 없다. 시제로 돌담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 또는 사람의 이미지를 보면
그림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돌담은 캔버스가 아닌 현실적인 공간이고, 햇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그림자는 허상일 따름이다. 여기에서 그림자는 허상이지만 실체의 존재를암시하는 이미지이다. 실상과 허상이 겹치는 교묘한 공간이 다름 아닌 돌담인데, 그림자가 비치는 상황은 그림의 캔버스와 다를 바 없다. 초기의 작업은 눈에 보이는 실상을 재현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다시 말해 실재하는 돌담과 거기에 비치는 그림자를 실제처럼 보이도록 치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했다. 이는 사실주의 시작에 동조하는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돌담과 그림자라는 주어진 조건 또는 상황을 따르지 않고 자의적인 해석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다시말해 실재하는 벽의 이미지를 대신하는 가상의 벽을 만들고 그 위에 그림자를 그려 넣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대미학과의 동거를 획책하게 된 것이다.
-신형섭 미술평론가의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