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67길에 위치한 장디자인아트에서는 2022년 3월 8일 ~ 3월 26일까지 지희킴 정그림 작가의 2인전《 U n box M y B ox 》를 개최한다.
우리는 자신이 익숙하게 알고 보는 것만이 전부이며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 을 불현듯 깨닫게 될 때가 있다.

지희킴2015pencil, ink on pages of book donated in London18x21.4cm
지희킴2015pencil, ink on pages of book donated in London18x21.4cm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1871 1922) 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마들렌 과자처럼 누구 에게 나 우연한 계기로 일상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 온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예술 작품을 마주하고 교감하 면서 오랫동안 마음 속에서 잊혀져 무의식에 방치되어 있던 기억을 연상하게 되기도 한다.

이번 장디자인아트의 전시에 소개되는 두 작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정형화된 벽 혹은 고정관념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지희킴2016Gouache on pages of books donated in London23.8x31.9cm
지희킴2016Gouache on pages of books donated in London23.8x31.9cm

이에 주목하여 이번 'Unbox My Box' 전에서는 두 작가가 작업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냄으로써 인간의 내면의 감각에 다가가고 관객의 사 적 인 기 억 을 소 환 하 는 방식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
지희킴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해온 북 드로잉 (Book Drawing)' 시리즈는 런던, 서울, 타이페이, 가오슝, 도쿄의 대학 도서관 지역 도서관 개인 서점 지인들 익명의 개인들에게서 기부 받은 책 들 의 페이지를 플랫폼으로 사용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는 세계의 개인과 공공 기관에게 도서의 기부를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고 총 400 여 권의 책을 기부 받을 수 있었다.

지희킴2022Gouache on pages of books donated in Tokyo23x32cm
지희킴2022Gouache on pages of books donated in Tokyo23x32cm

작가의 작업은 선택된 책의 페이지에 인쇄된 특정 단어로 부터 시작하여 자신과 관련된 경험과 사건을 사슬처럼 엮어내고 그 파편을 마치 그물처럼 연상시켜 나가며 이를 드로잉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기억이 담은 시시콜콜한 내용보다는 적당히 흐려지기도 하고 비순차적으로 뒤엉킨 기억의 이미지 들을 더듬어 내어 이를 재기발랄한 색채로 묘사한다.

이렇게 하여 작가 자신의 사적인 오브제로 각색된 공공의 책들은 전시 공간에 놓여 관객과 내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매개체로 변모한다. 자유연상적으로 펼쳐 진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작업을 통해 관객들은 ‘슬픔과 기쁨 설렘과 외로움과 같은 각자가 갖고 있는 사적인 기억의 순간을 마음 속에서 언박싱하고 자신의 모르던 또는 잊고 있던 조각을 마주하게 된다.

지희킴2020gouache on coloured paper32x45cm
지희킴2020gouache on coloured paper32x45cm

정그림은 입체와 평면의 경계에서 유기적인 선의 형태를 탐구하며 조각 설치 Functional Art 등 영역을 자유로이 오가는 작가이다.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무드가 느껴지는 모노 연작 (Mono series)'은 앉을 수 있는 설치작업으로 작가는 실리콘 튜브가 지닌 유연한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사용한다.

오늘날 인간의 내면에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는 사물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은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유대감 혹은 정서적인 교감을 일으키는 사 물들을 제작하기 위한 시도의 과정이다. 그래서인지 모노 연작의 하나의 선으로 이뤄진 구불구불한 형태를 공간 속에 오롯이 펼쳐나간 형상은 아련한 자신만의 기억 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언박싱되는 기억의 연상을 시각화한다.

정그림silicone, steel60x250x195~60x500x195cm
정그림silicone, steel60x250x195~60x500x195cm

작가 자신도 꼬리라고 부르는 선의 끄트머리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모양을 잡을 수 있도록 하여 작가의 작업은 충분히 실용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상상 속 초현실에 온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게끔 제안하고 있다.

공간을 자유로이 횡단하고 유영하는 비정형의 형상과 감각적이면서도 컬러풀한 색채 로 이루어진 두 작가의 작업으로 가득한 이번 전시를 감상하며 겨우내 웅크렸던 일상 을 벗어나 상상에 몸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미처 몰랐던 자신의 기억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장디자인아트의 이번 전시에서 가져보시기 바란다.

정그림silicone, steel, acrylic125x75x42cm
정그림silicone, steel, acrylic125x75x42cm

지희킴은 동국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 순수미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금호미술관, 송은아트큐브 등에서 15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서울, 부산, 광주, 런던, 파리, 도쿄, 타이베이 등 국내외 여러 도시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또한 국내외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예술지원 프로그램에서 수상하였다.
작가의 작품은 골드스미스대학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 서울시립미술관, OCI 미술관, 금호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타이중 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정그림silicone, steel, acrylic35×42×240cm
정그림silicone, steel, acrylic35×42×240cm

정그림은 2017년 랭스 고등미술 디자인학교 École Supérieure d’Art et de Design de Reims France에서 오브제 · 공간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이다.대표작으로는 유기적인 곡선을 이용한 아트퍼니처인 모노 Mono 시리즈가 있다. 2021년 021갤러리와 갤러리 나인에서 두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한 것을 비롯하여 다수의 국내외 전시 및 아트페어에 참여하였으며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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