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바라보는 방문객의 시선 -이소윤
김종근 (미술평론가)
앤디 워홀의 수제자이며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의 친구로 알려진 미국 최고의 인기작가 조지 콘도《GEORGE CONDO.1957-》는 그림이란 “대상의 겉모습보다 정체성의 본질을 그리는 것이 진정한 초상화다”라고 인간 초상화의 정체성 본질에 주목할 것을 요구했다.
즉 조지 콘도는 단순한 외형이나 외관의 묘사가 인물화의 진실이 아니라, 그 정체성의 본질을 들춰내고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소윤의 작품들에서 그러한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욕망이 읽히는 것은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까울 정도로 콘도의 발언을 상기시킨다.
전반적으로 그녀의 작품에는 많은 사람의 단일한 초상들이 화면 전면에 등장한다.
구체적인 여인의 실루엣 모습이 있는가 하면, 생략되고 외형만 묘사된 남성의 모습, 서 있는 여인의 모습, 있는 듯 없는 듯 불투명한 익명성으로 주목받는 형상이 주체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공통으로 구체적이고 표정들은 감춰지거나 무시 되어 빛바랜 듯 표현된다.
그래서 이 생략 된 인간의 초상이나 감추어진 얼굴의 표정에서 이소윤 초상의 진정성과 숨겨진 내밀한 의도가 노출된다. 적당히 스치듯 드러난 인물초상, 그 익명성의 감춘 얼굴에서 우리는 한 작가가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시선이 어떻게 냉소적인지 직감적으로 해독된다.
그것은 관심이고 대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계와 불협화음 혹은 삶의 표정이거나 갈등하는 심리 속의 인물에 대한 명백한 시선이다.
과장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조지 콘도 작품과 달리 그녀의 작품은 살짝 변형되지만 위트보다는 대상의 감정이입과 아픈 상처의 감춤에 훨씬 많이 기울어 있다.
작품 속에 기쁨보다는 우울함과 존재에 대한 부정이 교차하는 작가의 심정이 바라보는 눈빛으로 넘쳐난다. 한 인간으로서의 여자,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전개되고 펼쳐지는 스토리처럼 말이다.
그 관계성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초상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하는 느낌이다.
작가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발언한다. 그런 것이다. 마치 프리다 칼로의 그림 속에는 온전히 그녀의 삶과 아픈 상처가 그대로 내비치듯이 이소윤의 화폭에는 온전하게 그 느낌이 이입된 인물의 창조로 독창적인 작품 스타일이 형성되고 있다.
즉,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외형을 한 화면에 구현한 피카소와는 달리 복잡한 심리적 감정들을 한없이 단순하게 화폭에 빚어낸다.
이처럼 이소윤은 다소 인물을 번안하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회화적 목적성에 걷기를 시도한다.
다양한 표정으로 인간과 인간, 사람들과의 관계와 감정을 때로는 단색조의 색채 언어와 결합을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이것은 그만의 새로운 인물화 혹은 초상화로 복잡하고 다양하게 펼쳐지지만, 우리 현대인의 자화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녀의 주제는 명백하게 사람들 관계 속에 관한 사람들의 표정이다. 나는 그의 그런 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으로 커튼이 크게 쳐진, 정원의 화분과 여인의 신체가 드러난 작품에 가장 눈길이 간다. 그 작품은 한 여성의 삶의 세계를 암시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삶의 빈 공간을 민감하게 배치함으로써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이 작품 속에는 그녀의 시선이 다각적으로 그리고 은유적으로 동시에 묵시적으로 드러나 회화의 진정성의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그리고 거칠게 배경과 인물의 특성을 표현한 대담함, 침묵적이고 추상적인 감정 해석을 요구하는 장치의 생략 그것이 이소윤의 화법이다.
이런 인간의 표정과 존재를 은유적으로 그려냈다는 시각과 의미에서 이소윤의 그림들은 대담하고 남성적이다.
이소윤의 초상화 시리즈는 자신의 인상을 가지고 더욱 인간의 다층적인 내면세계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 또한 그 사람의 모습 일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한 인간의 여러 면을 모두 보여주는 초상화를 그렸죠.
사람의 감정은 하나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녀는 대칭의 표정으로 얼굴 시리즈를 작가의 침묵적 시위와 메시지로 변형시킨다.
이소윤은 작가로서 인간의 삶 속에서 상당한 작업의 원천이 있음을 회상한 바 있다.
“누구나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은 ....한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이 오는 것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연계하며 일생을 좌우하는 것”임을 통찰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을 그 마음을 바람으로 간주하며 그런 바람의 흉내가 그림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