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두텁바위로 60길에 위치한 갤러리UHM에서는 2022년 2월 10일~2월 24일까지 형진식 기획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을 2월 11일 오후 3시 형진식 작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형진식(邢鎭植, 1950~) 작가는 예술계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가로서 숨은 거장이라 일컬어 진다.
그는 일찍이 프랑스 아카데미즘에 반대해 무심사 미술전람회로 통칭되는 ‘앙데팡당(independent)’ 전에 출품함으로써 정형화된 그룹 활동을 벗어나 자유로운 추상의 세계를 지향해 왔다.
그는 1980년 제11회 파리 비엔날레, 87년 제2회 LA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등, 현재 한국 작가들이 해외 활동을 빈번히 하지 못하던 작가의 초창기 시절부터 국제적 초청과 전시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 왔으나 그의 개인전을 만나 볼 기회는 그간 많지 않았다.
그는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후 모교인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1976년부터 2005년까지 교장으로 퇴임하셨고, 국립현대미술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 다수의 활동으로 기라성 같은 예술인들을 길러냈다.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만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시인이며 미술평론가 이일(李逸, 1932~1997)은 형진식 작가의 개인전 머리말에 다음과 같이 적은 바 있다.
“그의 선 하나하나가 마치 충전(充電)된 것처럼 공(空)을 가로지르며 또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어지며 그 공을 긋는 행위의 궤적을 흰 종이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윤진섭 평론가는 형진식 작가가 활동해 온 80년대 포스트 모더니즘 그룹 <로고스와 파토스>가 지향한 시대정신을 ‘지금 그리고 여기(hic et nunc)’로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형진식의 평생에 멈춘 적 없던 작품활동의 궤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형진식의 페인팅은 캔버스 앞에 선 작가의 호흡과 공기, 움직임을 그대로 담아내는 행위 그 자체이다. 거대한 200호가 훌쩍 넘는 캔버스의 앞에서 반백이 훌쩍 넘은 작가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예술이라 해도 과함이 없다.
스포트라이트가 있을 때에도, 없을 때에도 40년 넘는 기간 동안 이루어지고 있는 거대한 페인팅의 현장은 자신과 캔버스만이 존재하는 긴 몰입의 순간이며 작가에게는 늘 해온 일상이다.
2021년 해든뮤지움에서 시대와 개성전에 출품하였을 때 작가노트에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림은 그려진 것이기도 하지만 나타난 흔적이기도 하다. 생각의 흔적, 행동의 흔적, 다양한 삼라만상의 표현도 가능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과정의 순간이랄까. 내가 하려는 것은 투명한 창을 통해 볼 수 있는 내면의 세계, 새롭게 볼 수 있는 영역을 가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중략-그림은 살아있음을 호흡으로 증명한다.“
요즘과 같은 미디어와 신 매체의 범람 속에 만나기 힘든 회화분야의 40년 거장의 작품세계를 만나 볼 수 있는 갤러리UHM의 형진식 기획초대전을 감상하는 것도 요즘 코로나 펜데믹 시대의 좋은 일상 탈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