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2년 2월 8일 화요일부터 2월 27일 일요일까지 광화문에 위치한 갤러리 내일에서 유벅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Invisible nature“ 이라는 주제로 설치 작업과 종이 박스를 이용한 회화 작품 15여점을 선보인다.

유벅 개인전 'Invisible nature'
유벅 2021 사유반 가상 240x70x250 아크릴,나무,벌레,튜브

전시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뜻밖의 놀라움은 벌레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또 다른 시각적 이미지이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접하는 자연이 과연 순수한 자연인지,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자연은 아닌지에 대한 양날의 고민에서 출발해본다.

유벅작가 전시 설치20220210_143520058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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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난 십여 년 째 여름 야외에서 곤충 모으는 작업을 이어왔다. 투명한 유리나 캔버스에 곤충들을 유혹하는 물질들을 특정한 형상으로 바른 뒤, 주간엔 냄새로 야간엔 빛으로 곤충을 유인해 긴 시간 동안 각양각색의 날벌레들을 모은다. 그의 작업은 오랜 시간 집충의 과정을 담아내는 과정예술이기도 하고,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자연예술이기도 하다.

속을 모를 때 겉모습으로서의 껍데기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것이 벌레의 사체나 유약한 종이들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 뒤에도 껍데기가 이루는 시각적 이미지인 풍경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난 뒤의 풍경은 시각적 환영을 넘어 다른 것을 보여준다. 작가 유벅은 이러한 이미지의 이중성을 캐내기 위하여 보는 이의 불편한 시선을 과감하게 돌파하며 관람객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유벅작가 전시전경120220210_1435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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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벅 작가는 "자연을 만든다는 것은 그 말 자체가 모순이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비슷해지려고 하는 어떤 행위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며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또 다른 내면에는 권력, 물질, 폭력으로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자연은 조화와 질서의 자연이라기보다는 충돌과 모순으로 가득찬 날 것으로, 황무한 본래의 자연인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그의 작업은 관념과 합리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역설적 자연 만들기’이며 ‘본래적 자연 만들기’를 꿈꾸는 하나의 제안이며 모색이기도 하다.

유벅 개인전 'Invisible nature'
유벅 개인전 'Invisible nature'

한편 유 작가는 추계예술대학 서양화과,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런기스 고기공장 영상 프로젝트, 반 호에크 갤러리, 파스칼 갤러리, 벵센느 숲 프로젝트, 토탈 미술관, 성곡 미술관, 서산 문화센터, 중랑천 영상 프로젝트, 삼탄 아트 마인 설치 프로젝트등 여러 전시를 개최했다.

유벅의 역설적 자연 만들기
김찬동(전 수원시립미술관장)

유벅은 투명한 유리나 캔버스에 곤충들을 유혹하는 물질들을 특정한 형상으로 바른 뒤, 주간엔 냄새로 야간엔 빛으로 곤충을 유인하여 긴 시간 동안 각양각색의 날벌레들을 모은다. 오랜 시간 집충의 과정을 담아내는 과정예술이기도 하고,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자연예술이기도 하다.

그가 추구하는 곤충 작업은 생명의 빛(태양)을 통해 푸르게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인공의 빛(전구)을 이용하여 자연 속의 생명들을 유인해 사멸시키는 구조를 만들면서, 자연과 인공에 대한 인간의 이중적 사고와 그 사고 속에 내재된 부조리와 모순을 드러내고자 한다. 과거 동양에서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 인식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당연시 했다. 반면, 서구적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지만, 최근들어 생태와 자연에 대한 인식전환으로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려는 사고가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자연은 순수한 자연이라기보다는 다듬어지고 제도화된 자연이다.

유벅 개인전 'Invisible nature'
유벅 개인전 'Invisible nature'

관념화된 자연으로 인간에 의해 재단되고 의미화된 자연이라 할 수 있다. 분류체계에 따라 생물들을 재단하고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이해와 관리의 영역을 넘어서며, 근자의 코비드나 대규모 자연재해에서 보듯 자연은 인간의 합리적 사유 체계를 무화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수목(樹木)적 사유에 익숙해 있지만 사실 생태는 리좀((Rhizome)적이며, 복잡한 네트워크이고 거대한 디스토피아처럼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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