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어느 날
창 밖에 내가 비친다
행복했다
그리웠다
많은 감정들이 솟아났다

지금과는 무언가 다른
그리고 다시는 돌아가지 못 할 듯한
그 시절의 내가 보인다
많은 것이 변했다
많은 것이 남아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지나왔다
지나온 나는 현재의 나를 안아준다
빗물에 비친 나를 본다
빗물 속 나는 나를 포옹한다

마치 과거의 내가 나를 안아주는 것처럼
내일의 내가 보고싶다-이래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이즈 2F에서는 2021년 12월 29일~2022년 1월 4일까지 이래의 '비오는 날의 일기'전이 열리고 있는 현장에 12월 29일 잠시 들려 작가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이래 작가는 "저는 신진작가로 경희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 후 홍익대학교 석사를 따끈따끈하게 갓 졸업한 신진작가"라고 소개했다.

이래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는 '비 오는 날의 일기'라는 주제로 보시는 감상자들이 제 작품을 보고 한 편의 시가 떠올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목을 지었고, 제 작품들은 편안한 그림들이라 마음 편하게 둘러보시면서 좋은 감성을 받아 가져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전부 비오는 날을 그린 것이냐는 질문에 이래 작가는 "전부 실내에서 실외를 바라보는 풍경을 그렸고, 계속 시리즈로 실외에서 실내를 바라보는 풍경도 그려 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비오는 날을 주제로 한 결정적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래 작가는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창문을 많이 바라보면 추억이나 경험을 떠 올리게 되는데 경험이 아릅답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비라는 요소를 넣어서 따뜻해 보이기도 하는 감상자 마다의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비를 주제로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어떤 작가로 성장해 가고 싶냐는 질문에 "제 작품을 보면 시가 떠오르고 문학같기도 한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울러져서 한 편의 문학이 되는 그런 감성적인 작가로 오래 남고 싶다."고 해맑게 답했다.

청년 작가로써 사회에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할 말에 대해서 이래 작가는 "요즘 미술시장이 많이 호황인데 저 같은 신진작가들이 사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고, 코로나 펜데믹으로 힘들지만, 한류바람을 타고 있는 지금의 좋은 기회에 다양한 전시를 통해 청년작가들이 세계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신진작가들을 위한 전시장을 많이 지원해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에 제 작품을 보고 힐링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작업에 임했다고 밝히고, 전시를 보로 오시는 분들이 요즘같은 힘든 시기에 제 작품을 보고 마음이 편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노트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가지만 추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름답게 기억된다. 시간과 장소에서 현재는 다른 감정과 감상이 느껴지지만 추억은 그 시간에 머물러 동일한 감정과 감상을 자아낸다.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요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추억들을 여행하고 싶어졌다. 선명한 풍경이 담겼지만 비가 내린다. 아름다운 기억 속 장면이지만 다시는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기에 아쉽고 그립지만 이러한 시간이 쌓여 현재의 자신에게 삶의 원동력이자 위안을 가져다주는 힘이 된다.

과거의 시간은 현재의 순간에 기억되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시간은 언제 어디서나 균일하게 흘러가며 멈추지 않는 흐르는 물과 같다. 하지만 모두의 시간은 각각 다르며 그 무게 또한 다르다.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 한다. 모든 시간들의 주인은 본인 자신이다. 과거의 세월은 현재를 만들어내며 현재의 순간들과 선택들이 미래로 연결된다. 현재의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에 답하다보면 그것이 믿음과 신념으로 이어져 미래를 창조해낸다. 따라서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으며 신념의 질문에 대한 선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시간은 입장의 차이일 뿐 자신의 속도로 삶을 단단히 이어나가야 한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무한의 거리에 짧지만 스쳐가듯 지나가는 기억의 장면들로 위안을 받는다.

이번 작품들은 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것으로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것으로도 표현된다. 1인칭의 시점으로 기억을 보는 것과 3인칭의 시점으로 기억을 보는 것은 다르다. 1인칭의 시점에서는 기억이 현재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 3인칭의 경우 현재와는 무관하게 과거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작가의 시점으로 본 과거는 슬프고 힘든 기억이라 할지라도 3인칭의 시점에서는 아름다운 과거일 수 있다. 이렇듯 시선에 따라 여러 감정들을 빗방울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였고, 작품의 시선은 실내에서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창과 창문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창문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내부와 외부 두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본 작품들은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관점이며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기억의 장면들을 풍경으로 담았다. 각 작품마다 가지는 정서가 다르기에 여러 감정들을 빗방울을 통해 관철하고자 한다.

창틀은 외부세상과의 경계에 위치한 것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작가의 내면세계와 함께 외부세계를 보여준다. 외부세상은 작가의 추억, 기억, 감정, 생각 등과 같이 내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어떠한 것도 될 수 있다. 창틀이 없는 작품들은 노을과 새벽의 배경을 두고 외부와 구분하는 역할을 대신한다.

작품에 표현된 빗방울은 슬픔,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내포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관점의 풍경에서 회상, 감정 등을 투영하여 작품마다 각각 다른 빗방울, 물방울들을 볼 수 있다. 제3자는 작가의 관점이 아닌 개개인의 입장으로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바탕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가령 작가에게는 아름다운풍경이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는 슬픈 풍경 혹은 즐거운 풍경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을’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연상시키지만 반대로 찬란했던 낮이 지나가 슬픔 감정이 연상될 수 있다. 반대로 ‘새벽 여명’은 차갑고 변화중인 풍경이 연상되지만 낮이 다가오는 희망적인 감정이 연상될 수 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노을’은 그리움과 고독 등으로 표현될 수 있고, ‘여명’은 희망과 활력의 메시지 역시 될 수 있다.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은 작가를 투영시킨 것과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 또한 창문 안과 밖이 구분되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자가 시선을 두는 위치에 따라 피사체도 함께 변화된 상태이다. 가령 내부에서 외부를 볼 때 내부의 빛이 밝고 외부가 어둡다면 외부의 물방울들은 한층 경쾌해 보이며 활기찬 느낌을 준다. 야경작품들이 실내의 조명을 끈 순간과 킨 순간을 보여주고자 빗방울 표현에 차이를 두었다. 이는 내부의 환경에 따라 외부가 주는 감정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내부와 외부를 차단하는 역할이 아닌 연결하는 역할의 창문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보는 이들이 한편의 시가 생각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같은 시를 감상하더라도 개개인마다 감상하는 부분이 다르고 작가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다. 이는 감상자의 경험과 생각, 감정을 토대로 감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학 이라는 표현을 한다. 그림도 시와 같다고 생각한다. 같은 그림을 보고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감상이 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림에 한 가지 의미나 감정을 감상자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각각 감상자마다 본인이 느낄 수 있는 감상이 되었으면 한다. 이는 프러젝티브법에 기반 한 것으로 같은 객체를 보고 개개인이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개인의 기억에 대해서 누군가에겐 따뜻한 기억이 될 수도 있고 외로운 기억, 그리운 기억 혹은 아무느낌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 기억에 사로잡혀있는 자신을 한 발자국 창문 넘어 보며 또 다른 느낌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의 작업은 실내에서 실외를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을 진행하였다면 추후에는 실외에서 실내를 바라보는 작업을 같이 진행하고자 한다. 서로 다른 시선의 방향으로 인해 전달하는 매세지가 더 다양해지는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며 또한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잔잔한 빗방울들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이래 작가의 앞으로의 사회 진출에 이번 인터뷰가 신호탄으로 좋은 자양제가 되길 바래 본다.

이래 (Lee Rae)   

2017년 경희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2019년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2 갤러리 이즈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그룹전>
2017 artspace 15.8 “돈-돈-돈”전
2020 KUMA 미술관 “백분율(百分率)”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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