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사거리 위치한 가가아트갤러리에서는 2022.1.5.∼1.10까지 서주선 초대전이 열릴 예정이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월수 기자] 서양화는 재현적 회화라 하고 반면 동양화(한국화)는 관념적 회화(그림 이면의 의미를 표현)라고 볼 때 무엇보다도 작가의 생각이나 의중(意中)을 잘 표현했나를 중시하는데, 현대미술에서는 융합의 시대, 소통과 상생의 패러다임을 반영하여야 한다.
근정(僅丁) 서주선 화백은 호화(호랑이그림)를 그리다가 30여 년 전부터 전향해서 시화(詩畫)가 있는 문인화의 길을 걷고 있다. 개인전 때마다 주제를 바꿔서 야생화와 새를 소재로 글과 그림의 조화로운 이중주로서 대담하고 짜임새 있는 구도와 여백의 공간성을 일필지휘(一筆之揮)로 담아낸다. <기다림에 지친 그대에게> 2015년 작품에서 보면 작가는 전체적으로 돋보이는 화면구성, 유려한 필치와 담백한 용묵법(먹을 쓰는 방법)이 뛰어나다. 의인화된 다람쥐(민초 상징, 망주석에는 호랑이와 비슷한 줄무늬가 있는 다람쥐를 새기기도 함)를 통해 유유자적한 군자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화동원(書畵同源)과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의 정신으로 동양화의 주체성을 견지하는 한편, 서양화의 구도와 구성, 새로운 재료와 기법으로 등 다양한 실험과 발상의 전환으로 개척의 길을 열어왔다.
특히, 이번 전시회(서주선초대전 가가아트갤러리 2022.1.5.∼1.10)에서 <호생원> 2021, <다람돌이> 2021 시리즈 등을 선 보일 예정이다. 2009년부터 문인화풍 속에서 의인화된 다람쥐를 선보이다가, 어느덧 다람쥐와 호랑이의 모습이 캐릭터로 자리를 잡은 작품으로 2차원의 평면을 벗어나 캐릭터화된 소재를 현대의 기술인 렌티큘러(Lenicular: 사전적인 의미는 수정체나 양면 볼록렌즈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볼록렌즈를 나열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이미지가 보이도록 한 기법)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이는 3차원 홀로그램처럼 형태와 질감, 양감(부피나 무게) 있는 3차원의 입체(3D 그림)로서 시공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것은 새로운 한국화의 회화 세계를 구축(표현)하여 환상과 현실의 경계로부터 풍류의 미학을 드러낸다. 전통의 방식에 새로운 현대성(기술과 정신)을 담아낸 ‘렌티아트’라는 한국적 신문인화의 길을 열어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보인다.
<호생원과 다람돌이> 2021 작품을 보면 자연 생태계에서 호랑이(길상과 수호의 상징)처럼 최상의 포식자(양반)는 당당하고 위협적인 표정에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기운이 느껴지고 다람쥐(행운 또는 재물과 풍요를 상징)처럼 하위의 피식자(민초)는 의연하고 초연한 삶의 모습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상리상생(쌍방의 생물이 둘 다 이 관계에서 서로 이익을 얻을 경우)과 공존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회화가 지닌 힘의 대부분은 공간의 조작에서 나온다.” 제스퍼 존스의 말처럼 사물을 다시 점과 다중 면 분할을 통해 표현한 입체주의 회화와 맞닿아있다.
<청빈과 부귀의 만남> 2021 작품을 보면 좌우로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표상과 형태가 앞뒤로 서로 교차하는 공간의 흐름 속에서 평면 혹은 바탕의 서로 다른 버전으로 형태(이미지)를 바뀐다. 매화와 목단의 소재에서 청빈과 부귀의 의미를 부여하고 공존의 만남을 표현한다. 먹의 농담(농묵법과 담묵법)으로 운필(運筆)에 의한 시정(詩情)과 운치(韻致)가 넘치고 수묵 담채화로 표현한다. 서양의 자동기법처럼 일필휘지(一筆揮之)로 한 번에 쓱 표현하여 기운생동(氣韻生動)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홀로그램아트처럼 볼록 렌즈를 나열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영상(이미지)이 보이도록 한 렌터큘러 기법으로 동양화(한국화)와 문인화에서는 최초로 보인다. 이는 움직임(변환과 혼용)과 입체감(홀로그램아트) 등으로 키네틱 아트(보는 사람에 의해 지각될 수 있는 움직임을 포함하거나 그것의 효과를 위해 움직임에 의존하는 어떤 매체로부터의 예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신성한 미, 특히 가장 완벽한 미는 세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프랑스의 형이상학자 라베송 몰리엥의 말(미의 본질에 대해)과도 그 의미를 함께한다.
<사군자 이야기> 2015 작품은 중앙을 비우는 화면구성으로 능숙하고 세련된 필치와 강렬한 터치감이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푸르른 삶의 경험으로부터 화석처럼 기억의 시공간 속에서 윤회를 거듭하듯 생성과 소멸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우주와 자연의 순환 원리를 표현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레베크의 미에 대한 말처럼 “미는 자연 속에 눈에 띄지 않는 어떤 것, 즉 힘이라든지 정신이라든지 질서 정연한 에너지 속에 발현된다. 동양에서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서의 말처럼 인간이 속박과 일체의 차별에서 벗어나 유유자적(悠悠自適)한 경지로 소요할 것을 요구하며 또한 <제물론(齊物論)>에서는 물아(物我)·피차(彼此)·시비(是非)·유용(有用)과 무용의 분별 등을 타파하고 만물의 평등론을 말한 것과도 통한다. 서양의 물리학에서 빛의 반사(어느 물체의 표면에서 부딪쳐서 튕겨나가는 현상)와 굴절(서로 다른 두 매질의 경계면에서 광선의 진행방향이 바뀌는 현상)처럼 진공 중에서나, 성질이 같은 물질 내에서 빛은 직진하고 성질이 서로 다른 두 물질의 경계면에서 빛은 반사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서주선 화백의 작업 노트에서 “산군이라고 불리며 생태계의 최고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가장 연약하면서도 귀여운 동물의 대명사인 다람쥐를 한 공간에서 존재하게 하여 공존의 개념을 부여해 봤으며, 렌티큘러라는 매개를 통해 3D 표현의 입체적 느낌을 이용하여 환상적인 공존으로 극대화를 해본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청빈의 표상인 매화와 부귀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목단을 한 공간에 만나게 하여 공존과 중용의 의미를 부여하고 표현하였습니다.” 청나라의 포안도(布顔圖) 《회화심법(畵學心法》에서의 말처럼 “나는 건(乾)·담(淡)·백(白)의 세 가지 빛깔로 부묵(副墨)으로 삼는다.”라는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프랑스 베롱 《베롱의 미학》에서의 말처럼 “예술은 선(線)·형(形)·색(色)의 결합 또는 어떤 일정한 리듬에 따르는 운동·음향·언어의 연속으로 외부에 나타나는 감정이다.” 이처럼 독특하게 표현된 작가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세계(가상현실)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3차원 홀로그램처럼 형태와 질감, 양감(부피나 무게)이 있는 3차원의 입체(3D그림)로서 시공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로 전통의 방식에 새로운 현대성(기술과 정신)을 담아낸 ‘렌티아트’라는 한국적 신문인화이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로부터 풍류의 미학을 드러내고 있다.
호생원
칠성(七星) 김월수
마지막의 순간
온몸(영혼)은 갈기갈기 찢기고 버려지듯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살아 있어도 죽은 인생과 같이)
먼지 낀 세상의 눈
햇살과 비와 바람과 눈을 통해
애써 울분 삼키고 깊은 시름마저 씻어낸다.
인간의 숨결 가닿지 않는 백두대간 어느 곳
늘 흐리고 안개와 흰 구름이 뒤덮혀 있다.
산 그림자처럼 잊힌 기억의 끝자락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
누군가(선한 자)의 부름에 응하듯
강렬한 영혼의 눈빛으로 그는 되살아난다.
서주선 작가의 “호생원”을 보고 쓴 시
서주선 | 徐注善 | Seo Joo-sun
僅丁(근정), 예새 | gunjung, yese
인천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우수상 동 초대작가 운영, 심사위원 역임 | 서예대전(월간서예주최) 우수상 동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 전국휘호대회(국서련주최) 우수상 동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 경기,부산,제주,전북,경남,전남,울산,강원미술대전 등 심사 역임 | 추사휘호대회(예산문화원 주최) 심사위원장 등 심사 다수역임 | 세종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 강사 역임 |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서예문화과 외래교수 역임 | 한국문인화연구회 회장, 인천시서예가협회 회장 역임 | 인천미술협회 회장, 연수구예술인연합회 회장 역임 | 한국미술협회 전국지회장단협의회 회장 역임
현재 |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 인천문화재단 이사 | 고금서화연구원 주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