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그러나 아름다운 이왈종의 춘화첩
김종근 ( 미술평론가)

인간이 인간답게 되고자 하는 과정에 있었던 미술의 여명기에 <에로틱과 신성함>이 뒤엉켜 있다고 지적한 사람은 영국의 미술사학자 루이스 스미스이다 .
이처럼 인간에게는 종족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신성한 것으로의 섹스와 동시에 그것을 향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충족에 관한 것이 교차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발적인 그러나 아름다운 이왈종의 춘화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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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가 종족 번식을 목적으로 하든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든, 그 과정이 섹스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성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화두이다 .
예술가들은 언제나 관심과 흥미가 있는 것을 어떠한 형태로든 예술 속에 담아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가 없었으면 미술사 책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세기의 천재화가 피카소도 주옥 같은 그러나 민망하기 짝이 없이 불순하고 음탕한 수 십여 점의 에로틱 작품들을 남기고 있다 .

도발적인 그러나 아름다운 이왈종의 춘화첩
도발적인 그러나 아름다운 이왈종의 춘화첩

점잖은 렘브란트, 고갱이 그러했고 달리, 앙드레 맛송, 에른스트, 한스 벨메르 ,발튀스, 구스타프 클림트를 비롯 당대의 뛰어난 화가들이 이 에로틱 아트에 몰두 했었다.
특히 에곤 쉴레의 그 색정 가득한 그림들은 당대에 저속한 섹스의 욕구와 감정을 일으킨다고 정부가 그림들을 모두 빼앗고 그를 감옥에 보냈고 급기야 그는 28살에 요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섹스, 그 에로틱의 꽃이라 불리는 욕망과 유혹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지지 않았다. 그 자유로울 수 없음이 예술가들로 하여금 에로틱 아트 또는 춘화라는 양식을 낳게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춘화가 그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동,서양에서 계층을 불구하고 만들어지고 통용 되었다는 점에서 섹스 혹은 에로틱이 가지고 있는 폭발적 매력이 감지 된다.

도발적인 그러나 아름다운 이왈종의 춘화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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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양상은 우리들의 생활에서도 묻어난다 . 男根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전국에 산재 해 있고,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고 의미하는 성혈(性穴) 풍의 바위들이 전국에서 찾아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말할것도 없이 혼재 되어 있는 예술가들의 감정에 있어 섹스에 대한 욕정과 집착은 오랜 역사적 미술 속에서 더욱 극적으로 빈번하게 그리고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

도발적인 그러나 아름다운 이왈종의 춘화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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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로 유명한 이 작품은 그것이 다분히 인간의 생식에 주술적인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유방이나 둔부의 표현은 사뭇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에로틱함을 온전하게 감출 수는 없다. 에로틱의 미술사가 쓰여질 만큼 화가들의 춘화는 그 자체로 방대한 미술사를 이루고 있다.
미술에 있어서도 에로틱과 여체에 대한 표현에 절정은 말할 것도 없이 결국 남녀의 性愛 묘사에 있다. 섹스를 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문학이 그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아주 유효 하다면 미술은 그러한 충동을 일으키는데 훨씬 더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자극적이며 선정적이다.
D.H 로렌스의 채털리부인의 사랑 같은 문학작품이 금지되었다면 미술쪽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예술작품들이 선정적이고 외설적이라는 미명 아래 빛을 보지 못한 채 묻혀졌다.
때로는 상상력보다 시각적인 것이 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도발적인 그러나 아름다운 이왈종의 춘화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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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에로틱한 그림들, 춘화라고 불리는 적지 않은 그림들이 문학가들이 창작 해 놓은 작품들의 삽화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19세기 서양의 에로틱한 미술들의 걸작이 문학작품속에서 빛나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소설가들이 야한 장면들을 환장하게 써놓으면 화가는 그것을 훨씬 더 그럴듯 하게 그림으로 옮기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문필가들이 드나들던 창녀촌과 카바레의 풍경들은 에드가 드가나 뚤루즈 로뜨렉 등에 의해 더욱 화려하게 묘사되었고 , 이것들은 에밀졸라나 플로베르 등의 문학작품에 의해서 훨씬 더 사실적으로 그려졌음을 보게 된다.
벌거벗은 여인들이 신사의 손목을 끌어당기고 있는 드가가 그린 1879년의 <단골손님> 은 창녀촌 소설의 고전인
모파상의 <텔리에르의집>에 삽화 였다.

도발적인 그러나 아름다운 이왈종의 춘화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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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왈종의 춘화들은 텍스트를 보고 그림이 형상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삽화>로 불려진다. 그러나 이왈종의 이 그림들은 삽화의 단계를 넘어선다. 그는 그 텍스트에 구속되거나 얽메이지 않고 그림들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끄집어낸다.
그래서 어쩌면 이왈종의 그림들은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어울린다. 그렇다고 그가 온전히 체험적인 것만 가지고 이 그림들을 완성 한것은 아니다.
실제 그는 한일 고대사에 얽힌 이러한 생활과 의상을 눈으로 보기 위해 수차례 일본을 방문 했으며 역사서와 사료를 뒤지며 독특한 그만의 화풍으로 이 그림들을 형상화 했다 .
이번 삽화는 분명 기존 소설의 삽화와는 개념이 다르다. 그는 단순히 글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 은유와 해학을 가미한 작업을 하고 싶다” 고 이미 그의 야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     
“글과 함께 그림도 살아 숨쉬도록 노력 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
이 그림들 전편에는 입심 좋은 이영희의 구수하고 상상력 넘치는 글맛과 함께 이왈종의 특유의 탁월한 감성과 조형어법으로 완성 되었다.  

그렇다 . 이왈종의 이번 < 노래하는 역사> 의 주제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일어났던 로맨스가 그 중심을 이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영희는 70년대 중반부터 20여년 이상 저술을 통해 한․일 고대사의 비밀을 벗겨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다.
그러다 보니 그에 따르면 “야한 이야기, 다시 말해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나마 다행” 이라고 한다. 그래서 “ 너무 야하다고 나무라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일부러 야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역사적 사건의 본질이 워낙 그렇기 때문” 이란다. 그러다보니 글 가운데에도 야한 장면들이 심심쟎게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왈종의 그림이 다소 야하더라도 나무래서는 안 될것이다 . 워낙 역사적 사건의 텍스트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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