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성북구 삼선교에 위치한 아트노이드178에서는 2021년 11월 30일~12월 21일까지 송지인 개인전 '푸른 소요'가 전시되고 있는 현장에 12월 14일 오후 송지인 작가를 찾아 전시 주제와 작업 과정, 입체조형 작품을 통해 작가가 관객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전시 제목 <푸른 소요>가 시적인데, 주제 등 전시 전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A. 전시 제목에 쓰인 단어들이 가진 색의 심상이나 동적 심상이 은유적이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공간이 넓기에 시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푸른’이라는 단어와 연관 지어 ‘청춘’이라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떠올리고, 그 시간을 살아내는 각자가 갖은 몸살을 겪으며 그 시절을 지나는 모습을 떠올렸다.
‘푸른’이 품고 있는 심상을 깊은 우울, 드넓은 창공과 같은 욕망, 혹은 가장 높은 온도로 자신을 소진하는 푸른 불꽃이라 보고 우리는, 혹은 나는 그처럼 깊이 빠져들고, 가라앉고, 방황하고, 욕망하며, 소진하는 삶을 담담히 걷고 있다고 느꼈다.
이번 전시는 그런 고민의 순간들, 감정의 순간들을 잡아 기록해 두는 데 의미를 두었다.
Q. 이번 전시의 주요 모티프로 손이 사용된 점이 주목된다.
A. 전시작들의 시작은 전시를 구상하며 작업한 작품이 아니라, 순간의 생각을 잡아두기 위해 시작된 작업이었고 전시는 이후에 확정되었다. 그래서 작품 제작 기간의 간격이 길고 표현방식도 통일되지 않아 보이는 면이 있다.
대략 3년가량의 기간에 걸쳐 작업을 해왔는데, 그 시간만큼 시선이 변화하는 부분들이 생겼다. 내면을 향하던 시선이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외부로 방향을 옮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 주변 지인들을 만나 한 사람씩 자신들의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를 듣고 그로부터 얻은 영감을 이미지화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를 담을 그릇이 필요했고 그것을 전통회화의 속성에서, ‘당신의 안녕’을 비는 행위로 찾은 것이다. 이와 연관된 가장 강한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가족을 위해 헌신한 나의 어머니의 손으로 연결되었다.
Q. 기존 작업에서의 식물과 동물, 아이의 몸, 이번 작업에서의 손과 소녀 등을 보면 신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보인다. 신체 일부를 변형, 조합, 삭제함으로써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느낌인데, 작가에게 신체가 갖는 의미는?
A. 인간에게 인간의 신체는 직관적이다. 이미 인간은 자신의 몸으로 평생을 살아오고 그를 통한 학습으로 세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감정을 대입하고 몰입하며, 감각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속성 때문에 신체를 변형하고 비틂을 통해 낯설게 만들었을 때 우리에게 더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각자가 내면화한 특정 프로토타입에 균열을 주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 흥미롭게 느껴왔기에 지속적으로 인체를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Q. 입체조형에서 세라믹 사용은 난도나 주제 표현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이번 작품들이 모두 세라믹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작가에게는 늘 새로운 질료를 탐구하고자 하는 갈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면서 작업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합성수지를 많이 사용했었다. 작업의 편리성이나 경제적인 이유 면에서 수지를 사용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물성이 주는 느낌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재료는 아니었다.
본래부터 흙이라는 소재를 좋아하여 모델링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또 개인적으로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세라믹을 접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기에 세라믹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실험해 보기 시작했다. 흙 본연이 가진 물성과 소성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우연의 효과 등이 표현에 제약을 주기에 어려운 지점은 있었지만 그것을 감내하고 표현해볼만큼 흙은 매력적인 재료라고 생각한다.
Q. 관람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전시를 준비하면서 오래된 창고 속에서 먼지를 툭툭 턴 일기장을 펼친 느낌이었다. 그 과정에서 어릴 때부터 해오던 해묵은 질문들에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조금은 달라진 답변으로 대답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즈음 되니 아트노이드 178 공간에 처음 방문해서 가졌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요즘 제가 자기 의심의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작품이 조금 달라질 것 같은데 어떤 결과의 작품이 되든, 과정으로 의미 있게 봤으면 좋겠어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아트노이드178 아티스트 리부트 프로젝트로 개최된 이번 전시는 12월 21일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송지인 宋之仁 SONG JEE IN
개인전 화동도원_花童徒園, CUBE space Gallery, 인사동(2008), Wonder★Nature, 성보갤러리, 인사동(2006), Wonder Nature, 갤러리 정미소, 대학로(2005) 외
그룹전 K-Sculpture 한강 흥’프로젝트_풍류산책(Jogging& Joy) 덩더쿵, 한강시민공원, 서울(2021), 신세계 샤이먼 6월 야외조각 전시회<PLAY with Art>,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 여주(2021), <자연과 대화_멸종위기야생생물과 대화하다>展, 국립생물자원관, 인천(2021), 야외설치미술전 <향수 THE PERFUMES>展, 양평군립미술관, 양평(2019) 외
레지던시 난지 미술 창작 스튜디오 1기 입주 작가, Vermont Studio Center Artist-in-Residence .U.S.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