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는 11월 27일부터 2022년 3월 20일까지 살바도르 달리전 'SALVADOR DALI'이 열리고 있다.

아버지의 초상화와 에스 야네르에 있는 집
아버지의 초상화와 에스 야네르에 있는 집
피게레스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살바도르 달리
피게레스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살바도르 달리

이번 회고전은 스페인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의 작품세계를 10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연대기별로 소개한다. 전 생애를 걸친 유화 및 삽화, 대형 설치작품,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진 등의 걸작 140여 점을 선보이며 다방면으로 천재적이었던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 여정을 조명하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의 공식 협업을 통해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스페인 피게레스에 위치한 달리 미술관(Fundació Gala-Salvador Dalí)을 중심으로, 미국 플로리다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Salvador Dali Museum),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소장품으로 구성되었다.

곱슬머리 소녀
곱슬머리 소녀
형태학의 메아리
형태학의 메아리

초현실주의 대표화가인 '살바도르 달리' 살바도르 달리는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20세기 화가 중에 한 명으로. 달리는 남들과 다른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백조 깃털의 원자 속 평형 상태
백조 깃털의 원자 속 평형 상태

그에게는 늘 괴짜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어쩌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고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 독특한 작업물이 많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 그는 수많은 셀럽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유명하고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의 독특한 성격과 세계관에 강한 영향을 끼친 성장 배경과 고향, 가족 관계 등을 살펴본다. 당시 유행하던 미술사조인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등을 탐구하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Self-Portrait in the Studio> (c.1919) 작품은 달리가 만 15세에 얻은 첫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으로, 세 개의 거울을 곁에 두고 반사된 각도를 계산하며 정확하게 그렸다. 일찍부터 달리는 과학적인 접근법을 시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두 번째 섹션에서는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달리가 손으로 그린 꿈 속의 사진들로 살바도르 달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 ‘갈라’. 달리와의 운명적인 만남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치 영화 같았던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 달리의 작품에 갈라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초기작 <슈거 스핑크스 The Sugar Sphinx> (1933)는 등을 돌린 채 넓은 광야를 바라보는 갈라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한편, 갈라의 정면에 놓인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두 인물과 수레가 보이는데 이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 작품 속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밀레의 그림을 본 순간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다양한 해석과 주장을 남긴 달리의 일화는 유명하다.

세 번째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시기의 대표작들이 소개된다. 달리의 자유분방함과 도발적인 행보, 그리고 예술적 천재성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시기에 달리의 활동 범위는 장르와 매체 구분 없이 확대되었다.
달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이중 이미지’ 기법을 다양한 작품에 적용했다. 이러한 기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작품으로는 <볼테르의 흉상 Bust of Voltaire> (1941)과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Napoleon’s Nose, Transformed Into a Pregnant Womans, Strolling His Shadow with Melancholia amongst Original Ruins> (1945) 등이 있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반복적으로 그려진 얼굴은 권력을 상징하는 ‘나폴레옹’이다. 어린 시절 달리의 꿈이었던 ‘나폴레옹’에 대한 강한 집착이 드러난다. 부드러운 곡선형 구조물은 스페인의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에 대한 달리의 존경심을 나타낸다. 화려한 도상들로 장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 특유의 적막함과 우울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표작이다.

 사라지는 볼테르의 흉상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네 번째에서는 책이나 잡지 커버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던 달리는 1920년 초부터 다양한 삽화 작품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4가지 문학 작품인 <돈키호테 데 라만차 Don Quixote of La Mancha> (1957), <삼각모자 Le Tricorne> (1959), <셰익스피어에 대한 소동 Much Ado About Shakespeare> (196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1969) 삽화 시리즈를 소개한다. 각 삽화는 주어진 주제에 맞게 달리의 상징적인 요소들과 기법, 예술관이 적절히 녹아 있다.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달리의 작업물은 그가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독창적인 행보와 자유로운 표현 방법을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네로의 코 주위의 탈물질화

다섯 번째 섹션에서는 8년간의 미국 생활을 뒤로하고 달리의 고향인 스페인 포트이가트로 돌아간 시기이다. 달리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보아왔던 포트이가트 풍경을 미국에서 탐구한 핵과 신비주의 주제와 접목시켜 새로운 화풍을 제시한다. 달리는 종교적 주제와 핵융합, 핵분열 같은 과학적 개념을 담아냈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르네상스 회화 기법과 새롭게 발견한 세계관을 융합하여 이색적인 회화를 선보인다.

여섯 번째 섹션에서는 달리는 수학과 과학을 탐구하면서 기존의 착시 기법을 넘어서는 실험에 몰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편집광적-비판 기법, 이중 형상, 스테레오스코피, 홀로그래피, 4차원의 탐구와 같은 다양한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페인 피게레스의 달리 미술관에 설치된 스테레오스코피 체험 공간의 설계를 똑같이 재현하여, 착시효과를 이용해 평면의 입체화를 직접 겪어볼 수 있도록 한다. 이 시기의 가장 특징적인 표현방법은 현대 과학과 고전주의 미술의 융합이다. 그러한 시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작으로 <후안 데 에레라의 “입방체 연구”에 대하여 About the “Speech on the Cubic Form” of Juan de Herrera> (c.1960)를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알파벳 문자로 구성된 정육면체 안에 또 다른 작은 정육면체를 그려 넣었다. 현대 수학의 이론을 풀어내려는 시도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맥락에서 “하늘”과 “못”이라는 요소가 융합되면서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또한 허공에 떠다니는 무중력 상태는 “핵 신비주의” 시기에 탄생한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특징이다.

일곱 번째에서는 후기의 달리 작품들은 특히 고전주의 미술의 거장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달리가 깊이 존경했던 벨라스케즈부터 미켈란젤로까지 대가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소개한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재해석한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c.1982), <지질학적 메아리.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재해석 Geological Echo, After ‘Pieta’> (c.1982)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여덟 번째에서는 미국 플로리다의 달리 미술관에서 특별 제작한 <달리의 꿈 Dreams of Dali> (2016) 예술과 기술의 놀라운 결합으로 펼쳐지는 멀티미디어 영상 작품이다. 달리의 작품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 Archaeological Reminiscene of Millet’s “Angelus.”> (1935) 을 중심으로 재해석 된 다양한 상징물 사이를 떠다니듯이 유영하는 초현실적 경험을 선사한다.

아홉 번쩨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적인 대형 설치작품이다. 메이 웨스트(Mae West)는 1920년대~30년대 당시 극장과 할리우드에서 관능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던 배우이다. 달리는 그녀의 매력을 높이 칭송했고, 신문에 실린 메이 웨스트의 얼굴을 콜라주를 활용해 입체적인 방처럼 탈바꿈시켰다. 달리는 건축가 오스카 투스케츠(Òscar Tusquets)와 협업하여 정확한 설계에 따른 설치작품으로 발전시켰다. 메이 웨스트의 눈과 코, 입이 각각 가구와 인테리어 장식 요소들로 바뀌면서 공감각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다. 보는 이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서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들은 온전한 메이 웨스트의 얼굴로 모여지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흩어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실제로 전시장을 찾아 달리의 무한한 상상력을 직접 체험해 수 있도록 공식 도면에 따라 작품을 설치하였다.

Mae West’s Face which May be Used as Surrealist Apartment
Mae West’s Face which May be Used as Surrealist Apartment


열번 째 섹션에서는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달리의 신념은 그의 삶 전반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달리는 자기 자신에게 한계점을 두지않고 새로운 매체와 장르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달리의 폭발적인 창조성과 상상력은 캔버스 밖에서도 무한대로 펼쳐졌으며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와 영화 감독, 배우, 가구 디자이너 등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과 협업을 이어나갔음을 볼 수 있다. 상업적인 예술가라는 비판적인 견해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늘 획기적인 이슈를 만들며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실험했던 전설적인 예술가로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