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프가 꽃을 오랫동안 그의 회화에 중요한 모티브로 삼은 것처럼 김경자 역시 꽃을 아주 중요한 대상으로 다루어 왔다. 그리고 그 시간도 20여년을 헤아린다.
그의 화풍을 되돌아보면 80년대 그는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거친 붓질로 표현주의 성향이 강한 작품을 선보였다. 동시에 일상적인 정물로서의 꽃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여주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 할 것은 이 때 부터 작가는 꽃이라는 대상의 사실적 형태나 색채 보다 꽃의 조형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90년대 들어 그의 테마는 약간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기존의 풍경과 정물을 담아내면서 더욱 과감하고 남성적인 붓 터치로 야수파풍의 원색적인 세계를 드러냈다.
당시의 작품들은 뛰어난 색채감각과 표현성 그리고 조형성이 돋보인 시기였다. 그의 이런 작업은 90년 중반 들어 더욱 원숙한 필치와 세련미로 심화되어 오랫동안 터득한 드로잉의 필선이 만나 꽃을 피웠다. 특히 거침없는 붓놀림과 감각적인 화면구성은 여류작가라는 상상이 불가 할 정도로 색감과 붓 터치의 역동적 구성미를 보여주었다.
2000년 들어 그는 모든 화면에 이성적이고 감정이 절제된 형식의 화풍으로 변모 하였다. 테마는 동일하지만 우선 다양하고 풍부한 색감을 억제하고 몇 가지 색만으로 화면에 밀도를 높이고 간결한 형태미에 집중되는 양식적 특징을 드러냈다.
거의 미니멀리즘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이 때 부터 화면에 기호학적인 형상과 함께 동시에 공간을 분할하며 꽃 형태의 이미지가 전면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이전의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부드러운 색상과 파스텔 톤. 분할 된 꽃의 탐미적 태도의 형상이 잘 어우러져 안정감 있는 회화세계를 보여 주었다.
그는 기호의 형상들과 색채의 자연스런 대비를 더함으로서 자연스러운 회화미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점진적으로 분할된 공간의 비례나 대칭 같은 것들이 중요한 조형요소로 제시되면서 꽃의 형상은 외형적인 윤곽선만 살려놓음으로 김경자의 독자적인 화풍을 열어가기 시작하였다.
김경자는 화려한 색상에서 무채색의 조형성이 강조된 침잠 된 형식으로 전환을 가져오면서 꽃의 형태는 지워지고 <자연의 리듬>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명확하게 나타났다.
김경자의 화면은 점진적으로 부드럽고 단순하게 꽃 이미지를 품으면서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부여해 주는 조형적 세계로 그의 신선한 이미지를 창조 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리듬>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함과 예리함, 이 작품 세계는 분명 자연의 조화에서 출발하여 탐미적인 과정을 거친 추상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자연이 주는 부드러운 형태와 선, 화려한 색채를 통해 그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절대의 세계로 가득 차 있다. 그가 일관성 있게 ‘자연의 리듬’이란 명제 아래서 추구 하는 것은 자연과의 만남이고 생명과의 교감이자 색채의 하모니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