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팔공산 자락 풍광이 좋은 언덕 위에 그야말로 고래등 같은 기와집 한 채, 그곳이 김지희 명인이 이사장이자 관장으로 있는 ‘자연염색 박물관’이다.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박물관에서 몇 걸음 멀지 않은 곳에 노태우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 대문 역할을 하는 박물관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위용이 느껴졌다. 길게 뻗은 파란 잔디 정원과 검은 기와를 얹은 돌담이 멋스럽게 잘 어울렸다.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박물관 마당에 펄럭이는 여러 빛깔의 자연염색 원단들이 평화롭고도 아름답다. 마당에 서면 온 마을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앞산 둥근 자락이 풍파를 막아줄 듯한 아늑함이 있다..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박물관 입구에서 학예사가 먼저 촬영팀을 맞아주었다. 뒤이어 등장하신 김지희 명인은 80세라는 연세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적인 눈빛으로 무엇부터 어떤 내용을 영상에 담을 것인지 촬영 순서를 물었다. 보통 사람이 아니신 것 같다는 말에 학예사가 그 옛날 그 시절에 서울대학 출신이라고 속삭인다. 서울대학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했고 석사를 마친 뒤 일본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공부를 하고 돌아와 평생을 교수로 사셨다고 귀띔해주었다. 김지희 명인은 교수로 재직 중이던 80년 초에 자연염색에 관한 국제심포지움을 한국 최초로 개최하여 엄청난 새로운 학문에 관해 교류를 나누는 성과를 얻었다.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에 관련된 분야가 얼마나 폭넓은지 한국 학자들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분야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세상을 앞서가던 명인은 염색 분야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위해서, 특히나 후대로 이어나갈 후배들을 위해서는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개인 재산을 털어 박물관 짓기에 나섰다. 염색을 위해 직접 쪽씨와 홍화씨를 심어 가꾸던 밭이 지금의 박물관 자리가 되었다. 교수이던 남편과 함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박물관을 지었으나 이사장이던 남편은 안타깝게도 2년 전에 고인이 되셨다.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문창살문남염)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문창살문남염)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사염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사염

박물관은 자연염색으로 만든 다양한 천들이 주를 이루었다. 유물 의상실, 자연염색 원단으로 만든 자수, 매듭, 생활용품들, 염색 체험실로 나뉘어 있어 자연염색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김지희 명인은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올 때 쪽씨 5알을 들고 왔다고 한다. 원래 우리 씨앗이었는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것처럼 되었고, 한국에는 씨가 마른 터였다. 옥빛, 파란빛 염색을 할 수 있는 재료가 쪽 풀인데 쪽씨를 심어 풀을 키워야만 염색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초롱꽃) 형염+홍형염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초롱꽃) 형염+홍형염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모란의소리)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모란의소리)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색깔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명인은 50가지 정도의 자연 재료에서 140여 가지 색을 낼 수 있는데 같은 계열의 옅고 짙은 색까지 다 포함한다면 이루 다 샐 수 없는 색이 가능하다고 한다.

쪽, 홍화, 칡, 황토, 치자, 대나무 잎, 한약재 등 사람 몸에 이로운 것들이 모두 색이 될 수 있다니 얼마나 몸에 이로울지도 짐작이 갔다. 그래서 자기 몸에 맞는 색깔의 옷을 입으면 건강에도 좋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모란의 향기)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모란의 향기)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꽃피는 동산)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김지희(꽃피는 동산)

명인의 자연염색에 관한 열정과 못다 한 연구에 관하여 설명을 듣자니 명인의 따라주지 못하는 체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직 총명함도, 기억력도, 열정도 젊은 시절 그대로인데 쇠약해진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니 옛날처럼 발 벗고 나서서 개발, 연구를 추진하지 못하는 명인이시다. 명인의 뒤를 이을 많은 제자가 김지희 명인의 열정을 본받아 계속 전승하고 발전해 나가리라 기대해 본다.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자연염색 김지희 명인

프로필
한국예술문화 자연염색 명인
국전문공부 장관상 특선 3회
국제 아시아 현대미술전 미술교우상, 후지 TV국제상 수상
유네스코 공예 1등 상 수상
자연염색 명인 아카데미 원장
자연염색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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